자신의 틀을 깨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몇 년을 벼르고 벼르다가 여름 샌들을 사러 백화점에 갔다.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게 일정한 수입이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가능하면 나의 외모를 가꾸기 위한 소비는 나에게 금기사항이었는데, 그것을 깨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사온 신발을 신고 몇 시간 돌아다니고 보니 굽이 너무 높아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내게는 무리가 되는 신발이었다. 그 뒤 며칠을 앓아눕다시피 하고 나니 너무 후회가 되고 내 인생 전체로까지 회의감이 번져버리고야 말았다. 내 삶속에서 순간의 욕망에 사로잡혀 이성적이지 못한 선택을 했던 순간들을 모두 되뇌이며 자기 비난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백화점에서 산 샌들하나가 내 인생 전체로 봤을 때 무슨 그리 큰 의미가 있다고 내 마음속에 이 난리가 나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실수로 내게 맞지 않는 걸 살 수도 있고 가끔은 과한 소비나 비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도 있는 거지, 샌들 잘 못 샀다고 자기 회의와 자기 비난에 빠지는 건 내게 너무 가혹하게 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 마음속의 금기사항을 깬 것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와 금기를 깨보려는 내 시도를 방해하려는 것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혹은 금기를 깨기 위해 했던 샌들을 사는 행동이 비합리적 소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또 하나의 금기를 깨는 걸로 연결되면서 그 파장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가 다시 금기를 깨려는 시도로 돌아오게 된 것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 틀을 깨기 위한 시도를 해 본 것은 음식과 관련된 것이었다. 나의 경우 건강에 대해 염려하는 마음이 있어서 라면에 대해서 나도 먹지 않고 아이에게도 먹이지 않으려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나도 가끔 라면 같은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었고 아이의 경우는 못 먹게 할수록 그 음식에 대한 열망이 커져가는 것이 보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좋은 음식도 아닌데 그 음식이 갈수록 아이에게 너무 대단한 음식이 되어가는 것이 더 이상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먹고 싶다고 할 때 한 번씩 먹게 해주었다. 다만 거기에 표고버섯이나 콩나물, 토마토, 숙주나물, 양파 등 야채를 같이 넣어서 끓여주기도 하고 생협에서 파는 우리밀로 만든 라면을 사 먹여 보기도 하면서 안 된다는 금기를 깨고 약간의 보완을 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생각지 못한 현상이 발생했다. 원하는 대로 라면을 먹게 되자 그렇게 라면만 보면 눈을 반짝이며 먹고 싶다고 노래를 하던 아이 입에서 ‘이제 라면에 질렸다’라는 말이 나왔다. 자주 먹다보니 별 맛도 없고 라면을 먹는다는 사실이 주는 충족감도 희미해졌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금기를 깨는 행동을 통해서 라면을 먹는 행위는 어쩌면 자신의 본연의 욕구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금기 깨기는 게임을 하는 문제, 핸드폰을 사는 문제, TV를 보는 문제 등 금기로 인해 아이와의 관계에 악영향을 주었던 사안들에 대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금지했던 것들을 아이에게 허용을 하되 부모로서 걱정되는 부분을 대화로 풀어나가고 게임이나 TV보다 더 주의를 끌고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을 늘려가는 데에 초점을 맞추니 생각보다 아이도 약속했던 적정선을 잘 지켜나가고 나와 아이와의 관계는 훨씬 부드럽고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 뒤로도 경제적이지 않다, 효율적이지 않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참아왔던 소소한 사항들에 대해서 ‘한 번쯤은 그럴 수 있다’라고 조금 허용하는 마음을 가지니 일상이 한결 가볍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하게 되었다.
일본의 심리치료사인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더 이상 참지 않아도 괜찮아>에서 ‘야비한 사람이 되자’라는 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삶의 태도를 권유하고 있다.
‘야비하다’를 다른 말로 하면 자신의 금기(규칙)를 어기는 것입니다. 즉, 자신에게 걸려있는 금지, 부정, 억압의 저주를 푸는 것이죠. 그럼으로써 자신이 피하고 있었던 미지의 세계를 알게 됩니다. 해서는 안 된다고 금지하고 있던 행동을 하는 것.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행동을 그만두는 것. 이렇게 금기를 도전하면서 자신의 진짜 마음에 충실해지고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게 되면서 타인 중심의 세계에서 자기 중심의 세계로 돌아오게 됩니다.
- <더 이상 참지 않아도 괜찮아> 중에서 -
만약 사는 것이 점점 재미없어지고 우울하고 무기력해져가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다면 지금 당장 당신이 스스로에게 만들어서 족쇄처럼 채워두었던 금기사항 중 한 가지를 깨어 보기를 추천한다. 아이스크림 먹기나 초콜릿 먹기처럼 아주 사소한 것일수록 실천하기가 쉬울 것이다. 자신의 진짜 마음에 충실하였다는 뿌듯함과 함께 내 마음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유로움을 살짝 맛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