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렇게 하고 있어?
원하는 것을 이루는 법
"엄마는 그렇게 하고 있어?"
제가 잔소리를 늘어지게 할 때면 가만히 듣고 있던 딸아이가 제게 날리는 현명하고 날카로운 질문입니다.
처음 저 질문을 받았을 때는 제 마음속에 쿵!하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어요. 어떻게 저런 질문을 할 생각을 할 수가 있는지 신기하면서도 무슨 말로 답을 해야할지를 마음속으로 찾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이번 제 잔소리의 주제는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일단 그걸 이룰 수 있다고 먼저 생각해야 그 다음에 방법을 찾고 실제로 이룰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딸아이가 학원영어 숙제를 온라인으로 하면서 유튜브 동영상을 함께 틀어놓고 몰래 보다가 지나가던 아빠 눈에 딱 걸린 겁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학원숙제와 시험공부 사이에서 해야된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가득하지만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두렵고 그래서 자꾸 유튜브를 보고 게임을 하면서 시작을 미루게 된다는 이야기로 흘러갔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좋은 성적을 받고 싶다는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먼저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집중해도 이룰 수 있을까말까인데 이룰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보면 절대 원하는 것에 가서 닿을 수가 없다고 말이죠. 그리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작은 단위로 쪼개서 목표를 세우고 어떻게 하면 그걸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집중해보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모든 인간은 다 너처럼 시작이 어렵고 그래서 미루게 되어 있다구요. 실행하기 쉬운 작은 행동을 목표로 해서 습관으로 만들어 나가보면 도움이 될거라구요. 일주일에 5일동안 세운 작은 목표를 달성했다면 작은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그 습관을 강화할 수도 있다구요.
그 말을 들은 딸아이가 바로 엄마는 그렇게 하고 있는지를 되물은 것입니다. 반항심도 있겠지만 정말로 궁금한 것 같았어요. 실제로 그게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바로 알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유튜브를 보다가 누군가가 부모님이 잔소리를 하면 저렇게 질문해서 빠져나가라고 알려주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무튼 이번 딸아이의 질문에는 제가 할 말이 많았습니다. 작년에 유방암을 진단받고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제가 직접 써먹었던 방법이었기때문에 제 말에 힘이 실렸습니다. 사실 저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암이라는 큰 병을 지나오면서 갖게 된 적극적인 태도입니다.
"응, 엄마는 항암치료랑 방사선치료를 받을 때 그 방법을 활용했어. 목표는 살기 위해서 병원에서 제시하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무사히 완료하는 것이었는데 둘 다 힘든 치료라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어. 그래서 일단 무조건 끝까지 마칠 수 있다는 마음을 먼저 먹고 그 다음에 나한테 맞는 방법을 찾았어. "
"항암치료때 주사를 맞는 3시간 남짓한 시간에 재밌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시간이 빨리가는거야.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일부러 항암치료를 가기 전까지 가장 좋아하는 예능프로그램을 안 봤어. 그렇게 아껴두었다가 주사맞는 날에만 3시간 동안 몰아서 보니까 그 재미에 항암치료 시간이 전보다는 훨씬 견딜만 하더라."
"방사선치료를 받을 때는 한달동안 일주일에 5일을 꼬박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느라 금요일이 되면 지치고 그만하고 싶고 그런 마음이 들었어. 그래서 매주 토요일 아침에 네가 학원에 간 시간에 아빠하고 분위기 좋은 까페에 가서 평소에는 건강때문에 안마시는 에스프레소 프라프치노를 한 잔씩 마셨어. 5일동안 열심히 치료받는 자신을 칭찬하면서 말이야. 그걸 마시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는 그 2시간이 엄마에게는 그 다음주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지."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는 제 답변에 딸아이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습니다. 조금전까지 왜 그렇게까지 해야되냐는 듯한 회의섞인 눈빛이 사라졌어요. 그리고 자신의 계획을 말합니다.
"나는 먹는 걸로 보상해주는 건 좀 안 맞는 것 같아. 학교 갔다가 돌아오면 핸드폰을 일단 거실에 놓을께. 그리고 국어 문제집을 2페이지 풀고 채점까지 한 다음에 다시 핸드폰을 가져가도록 할께."
국어학원을 안가는 대신에 혼자서 문제집을 풀어보기로 했던 것이 전혀 실행이 되지 않고 있었는데 우선 그것부터 행동으로 옮겨보겠다는 겁니다. 우리는 그렇게 잔소리로 시작된 긴 대화를 평화롭게 마무리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딸아이는 약속을 잘 실천하고 있냐구요?
어제 함께 저녁을 먹고 TV를 보다가 자기방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길래 국어문제집은 다 풀었냐고 물었더니 화들짝 놀라며 '지금 할께!' 하고 외칩니다. 역시 습관을 만든다는 것, 변화를 시작하는 일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이전처럼 그걸 내가 왜 해야되냐는 식의 밍기적거림이나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한다는 억울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주 조금은 자기 안에서 동기가 생긴 듯도 합니다. 어렴풋이나마 자신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시작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한 번 인식했기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일단 그걸 이룰 수 있다고 먼저 결심하세요. 그리고 그걸 이룰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작게라도 실행을 해보면서 유연하게 방법을 찾아나가다보면 그제서야 그게 정말 자신이 원하는 건지 아닌지, 현실적인 목표가 맞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등등을 확인해볼 기회를 얻게 됩니다. 실패하더라도 그건 이전과 다른 실패입니다. 정말 원하는 것에 한발짝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자원이 될 수 있는 실패입니다.
딸아이의 질문은 부모로서, 한 인간으로서 제 자신이 조금이나마 현재를 알아차리고 용기내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고마운 거울이 되어 줍니다. '서로의 성장을 돕는 과정'으로서의 삶을 꿈꾸는 제게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참 고맙고 소중한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