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을 맞이하며.

by perezoso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차이코프스키 Symphony No. 1, Op. 13 'Winter Dreams'.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버드맨>, <레버넌트>.

짐 자무쉬 <패터슨>,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빔 벤더스 <Perfect Days>

지그문트 바우만 <Art of Life>...


이번 연말과 연시는 대략 이런 것들로 채워졌던 것 같다.

좋아해서 여러 번 다시 보게 되는 영화도 있었고(버드맨, 패터슨 등), 그 감독의 영화를 일부러 찾아본 경우도 있었으며, 우연히 접하게 된 음악이나 책도 있었는데 아무튼 음악과 영화와 책이라는 저 세계들이 조용하고 별 것 없던 연말연시에 내게 작은 행복감을 선사했다.


별 생각 없이 갔던 연말의 오페라 공연 이후 <피가로의 결혼>을 계속 듣고 있는데,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이런 기쁨, 정말 아름답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언제 있었나...싶을 정도로 감탄스럽다. (모차르트를 괜히 천재라고 부르는 게 아니었어;;)


그리고 그동안 5번은 넘게 본 듯한 <버드맨>.

이 영화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영화이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그렇게 내게 와닿고 볼 때마다 좋은 건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영화가 시작하며 화면에 등장하는, 레이먼드 카버의 유명한 시구? (...To call myself beloved, to feel myself beloved on the earth.)

근사한 드럼 연주와 함께 힙하게 펼쳐지는 극장의 복도들과 활기 넘치는 무대 뒤의 모습들?

사람들의 인정에 목숨을 걸고 모든 걸 거는 주인공의 웃픈 모습에서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되어서?

결국 리건 톰슨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소위 현실 검증력(reality testing)이 깨져버리게 되는, 그 근사한 장면과 거기에 깔리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때문에?

아마 전부 다일 테지. 그리고 뭔가를 좋아한다는 건 꼭 하나 하나 따져서 설명이 되는 건 아니다.


연말이면 늘 <패터슨>이 떠오른다. 반복되는 일상과 그 안의 변주들, 그리고 '시'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보여주는 영화는 또 없다.


올해는 고대하던 긴 여행이 하나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예전과 비슷한 형태로 다시 일을 할지, 자유로운 시간을 더 보낼지, 일에 있어 다른 시도를 해볼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주어진 하루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일테지. 올해도 시간을 나의 방식대로 잘 보내는 일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 외의 것들은 사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건들이 더 많다.

작가의 이전글OH! MY GOD! I MISS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