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WORD POWER

"Off-White" for"Off-Thought"

버질 아볼로는 천재였을까

by kwahir

"Words as the power engine for imagination"


"말에 힘이 있다"

힘이란 특정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인이다. 우리가 소리를 내어 말을 하려면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언어체계는 무수히 많은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각 단어는 지칭하는 관념 혹은 물질적인 대상이 있다. 잘 못된 단어의 사용은 의미가 왜곡되어 오해를 부른다. 반대로 적절한 단어의 사용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틀에 갇혀있던 사고를 해방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버질 아볼로는 이런 단어의 특성을 "다분한" 의도를 갖고 이용하였다. 그리고 그의 작업은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작품이 되었다.



"SCULPTURE"가 '적혀'있는 이케아 쇼핑백은 공산품이 아닌 예술작품이다. 사전적 정의로 'Sculpture'가 가리키는 대상은 조각품, 즉 예술품이다. 어느 작가가 장고 끝에 그의 철학과 미감을 현실에서 3차원 적으로 구체화한 것이 조각 작품이다. 그리고 예술로 분류되는 것들은 일상과는 동 떨어진 공간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반면에 쇼핑백은 예술작품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다 명을 다 하면 버려진다. 디자이너라면 이것이 얼마나 많은 인적, 물질적 자원이 투자되어야 이루어지는 것인지 잘 안다. 버질 아볼로는 이런 기본적인 인식체계를 단어 하나로 비틀었다. 일반적으로 쇼핑백은 쓰레기로 분류되어 일상에서 제외되어도 무관한 물건이다. 하지만 "조각 작품"으로 재정의 되면서 사물이 존재하는 세계가 예술까지 확장되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한계가 내가 사는 세상의 한계를 규정한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예술은 일상에서 새로운 차원적 경험을 하게 한다. 차원은 시간과 공간으로 설명된다. 예술작품은 주로 갤러리라는 공간에 존재한다. 전시회를 방문하여 작품을 차근히 마주하며 감상하고 있으면 외부세계와 다른 시간의 흐름을 경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작품이 공간에 영향을 끼치며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낸다. "SCULPTURE-Shopping-Bag"을 들고 있으면 나의 주변이 '갤러리화'한다. 일상이 예술의 차원으로 바뀐 것이다. 단어 하나가 주위를 바라보는 관점을 뒤집을 수 있다.


063022-mfm-sneakers-084.jpg Nike Air Jordan 1, 2017


"AIR"는 sneaker design의 역사 Jordan과 Nike의 역사를 내포하는 '다차원적'단어이다. 'Air'는 마이클 조던의 선수 시절을 형용할 수 있는 하나의 단어이다. 그리고 마이클 조던과 함께 나이키는 'sneaker design'의 새 지평을 열었고 브랜드의 기반을 굳건히 다질 수 있었다. 1985년 당시 한 선수의 이름을 앞세워 나온 신발은 혁신적인 시도였다. 조던이 신인 선수였던 것까지 감안하면 전례 없는 일이었다. 현재 Jordan은 브랜드로써 하나의 문화가 되었으며 나이키는 스포츠 패션 산업의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선수 시절 마이클 조던의 경기에 열광하며 매년 새로운 Air Jordan을 손꼽아 기대하던 사람들이 있다. "AIR"는 그들에게 당시의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단어이다. 아볼로는 이 모든 것을 응축하여 "AIR"를 새긴 것이다. 그리고 2017년 발매 당시 그의 디자인은 조던의 경기를 모르는 MZ세대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아볼로에 의해 "AIR"는 세대를 잇는 '4차원적' 단어가 되었다.


아볼로의 언어는 경험과 상상력 자극을 통하여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다. 이는 OFF-WHITE의 브랜드 정의 ("the grey area between white and black")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애매하다고 표현되는 "회색 영역"을 OFF-WHITE라는 브랜드명으로 실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단어의 힘을 빌려 인식 속의 "회색 영역"을 현실 세계로 불러냈다. 현실에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낸 그는 예술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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