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영감 기록
1. 각 잡고 행복해지지 말 것. 비장한 각오로 행복해지려 하지 말고, 틈틈이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것. 몸에 힘 빡 주고 어찌하면 행복할지 궁리하기보다 자잘 자잘 자주자주 도파민을 적립하는 게 장기전에 유리하지 않을까.. 요.
2. 부존재로 존재를 확인하는 법이 있다. 존재해야 하지만 존재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없을 때 비로소야 존재를 확인하는 것.
같은 팀의 동료가 떠났다. 후배였던 그 친구는 흔히 말하는 MZ 세대의 중심인 90년대 후반생으로, 경영이나 경제를 전공하지 않은 신입이었다(심지어 어문전공). 유일한 여자 공채로 증권사 프론트 부서에서, 그것도 가장 우악스럽다고 여겨지는 법인영업에서 다년을 버텼다. 여자 공채로 영업부서에서 가장 오래 버틴 친구였다. 영업을 하진 않았지만, 그 나름의 포지션에서 할 일을 찾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영업부서에서 영업을 하지 않아 역할이 적다고 생각했었다. 나가고 보니 무거운 존재감을 느낀다. 인수인계서와 처리했던 페이퍼워크들을 찬찬히 둘러보니, 이걸 내가 누군가에게 다시 인계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일 하는 티를 내라고, 성과를 자랑하라고 조언해 주는 선배들은 많지만, 나는 묵묵하게 자기 포지션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더 눈길이 간다.
부존재가 되고 나서야 존재를 확인한다. 그 친구가 잘 됐으면 한다.
3. 인문학적 소양은 일을 잘하도록 하지는 않지만 인생의 선명도를 높여준다는 점에서 그 이유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는 재미를 잘 아는 사람이, 그 아는 것을 게을리하는 요즘에 창피하다.
인문학의 범위도 굉장히 넓게 바라본다.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싶고, 세상을 잘 바라보고 싶다. 나아가 나라는 사람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싶다. 지구를 공부하려면 지구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고 했다. 지구를 둘러싼 태양계를 잘 이해해야 한다. 지구는 혼자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명도를 높이고자 한다. 경제적 풍요도 오면 좋겠지만, 일상의 풍요와 정신적 풍요가 잔잔한 행복이며 지속 가능한 행복인 것을 알고 있다.
4. Labor는 라틴어로 무거운 짐을 비틀거리며 걷는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노동이다. 애초에 Labor의 본질은 고통이다. Philopon(Philo-사랑한다 / pon - 노동)은 노동을 사랑하게 하는 약이다.
인생 3분의 1을 차지하는 Labor가 고통으로 점철되면서 행복을 논할 수 있을까? 퇴근 후의 나와 일할 때의 나는 연속적이다. 툭- 끊어지는 게 아닌 것이다.
최근 댄서 가비가 시청자의 고민에 대해 상담해 주는 쇼츠를 봤다. 퇴근하고 나면 'off' 하란다. 회사에서의 나는 철저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고, 퇴근하면 또 바꾸라고.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을까?
그 Labor(고통)을 도구적으로만, 수단적으로만 생각하고 그때는 오로지 돈을 버는 시간, 견디는 시간이고 나머지 3분의 1만 내 진짜 삶이다라고 하면, 그 사람이 행복할 수 있을지... 뭐 있겠지 그런 사람.
5. 이전 글에서 말한 이직 면접은 잘 봤다. CFO의 최종 면접 이후에 또 한 번의 상견례 느낌의 줌미팅이 있었다. 미국에 있는 supervisor라 금요일 오전 9시의 시간 변경이 불가해, 공교롭게 연차를 썼다. (아내 핑계로)
느낌이 나쁘지 않다. 같이 일하는 것을 전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처우 협의와 출근 일정 등을 조정하겠지. 8월과 9월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없으면 또 뭐 없는 대로.. 잘 살면 된다.
너무 기대하지 않으려고 한다. 인사에는 확실한 것이 없기 때문에.. 장장 4개월이 다 되어가는 채용 절차에 대해 글을 또 써볼 것이다.
6. 글의 주제에 대해 생각한다. 일상에서 영감을 받는 것들을 메모장에 적어두는 습관이 있다. 키워드를 적어 놓으면 글을 쓰기에 편하다.
이렇게 짧은 주제로 쓰는 게 장단점이 있다. 일단 글이 쉽게 쓰인다. 길게 쓰지 않는 게 컨셉이었기 때문에 각 잡고 앉지 않아도 술술 쓸 수 있다. 다른 장점으로는, 그 반대로 쉬이 읽힌다. 소비하기가 쉽다.
단점은,, 매력적인 글이 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다들 연재, 시리즈물로 멋진 글을 쓰고 있을 때 하나의 글, Click bait로서 동기가 좀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몰입하는 글로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또 하나의 생각나는 단점은, 필력이 좋아지기 어렵겠다는 것이다. 글의 플롯, 주제, 관통하는 내용, 탄탄한 구조 등이 없는 글이다 보니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쓴다.
애초에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걸작을 만드려는 게 아니라,,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고자 했던 것이므로 급한 마음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히트송은 10분 만에 만든다고 한다. 좋은 글도 술술 써진다고 한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