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다

어른에 대한 짧은 생각들

by MOIC

1. 잘하고 싶은 나를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다. 버둥거리는, 허우적거리는 내가 짠하고 기특한데 현타가 올 때가 많다. 매일 이거 잘해봐야 아~무 소용없다고 입 밖으로 내뱉으면서도, 주어진 일이나 나를 거쳐간 것들은 다 잘하고 싶다.

발 동동 구르는 마음을 견디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어쩔 줄 모르는 게 혹여나 티가 날까 눈치를 본다. 나만 알고 싶은 초라한 마음이 밖에서 새고 있을까 마음이 조급하다.

애쓰는 마음을 잘 돌봐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거 창피한 거 아니다. 누구나 그렇게 다 조바심 내며 사는데, 잘 숨기는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만 있는 뿐인 거다.


2. 내가 지킨 루틴이 나를 지킨다는 말을 나는 참 좋아한다. 습관은 알아서 굴러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1) 내가 만든 습관 (희망편)

- 운동으로 스트레스 풀기(농구, 웨이트 등), 규칙적으로 일어나기, 책 읽기, 음악 집중해서 듣기, 글 쓰기, 수시로 투자 공부(이건 직업병), 아침마다 핸드크림 바르기, 끼니 먹기 전에 프로틴 먼저 먹기 등

(2) 내가 만든 습관 (절망편)

- 자기 전에 유튜브 보기, 출근길에 하루 어떻게 버티지? 괴로워하기, 스트레스성 폭식, 먹고 바로 눕기, 하루 세잔 이상의 커피, 이동 시간 무의미하게 보내기 등..


1번의 일들은 잘 굴러간다. 굳이 공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일. 늘 가는 시간에 운동 가고, 책과 글은 재밌다. 삼시세끼 챙겨 먹는 일만큼 당연하다.

좋은 습관을 만들고 정착하는 데는 몇 개월, 몇 년이 걸렸는데, 나쁜 습관은 10초 만에 나에게 잠식한다. 얘들은 선천적으로 힘이 세기 때문에 애초에 엮이지 않는 게 좋다. 간절하게 유튜브를 몰랐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모닝커피가 식도를 타고 흘러가는 카페인의 짜릿함을 몰랐다면 위경련이나 어지러움을 걱정하지 않았을 텐데.

애석한 일이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고, 지금부터는 의지의 영역이다. 유튜브를 삭제하기도 하고(결국 바~로 다시 설치) 운동, 투자 등 인생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채널 몇 개도 구독하고, 닭가슴살도 열심히 쟁여놨다.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밑밥을 쳐놔도 지치고 힘들 땐 지코바 바로 생각난다. 뇌에 무슨 길이라도 새겨져 있는 것처럼.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그래도 계속 시도해 본다. 언젠가 습관형성에 성공하면 유튜브도, 폭식도, 도파민 중독도 없는 일상이 당연 해질 테니까. 그냥 존버해야 하나 보다. 어쩔 수 없다.


3. 2025년의 추석 연휴를 2020년쯤부터 기다렸던 것 같다. 당시 '2025년까지 살아야 하는 이유' 등으로 밈이 되곤 했다. 연차 한두 개로 2주 가까이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코 앞으로 다가왔다. 5년 전의 나는 5년 뒤의 내가 온 가족을 대동하고 필리핀에 놀러 가는 걸 상상하지 못했다.

모두가 만족하는 여행은 있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편찮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시간적, 물리적, 금전적) 환경에 감사하려고 한다. 동시에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에 두려움이 엄습한다. 어느 때보다 긴, 그리고 쏜살 같이 짧은 3박 5일일 것이리라.

가족여행 부모님 십계명 등을 준비하려고 한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니 금지, 이거 보려고 여기까지 왔니 금지, 이거 얼마니 금지 등...

인생은 참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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