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연비 포함한..
1. 호들갑 떠는 사람이 부러운 적이 있었다. 인생무상 모든 걸 덤덤하고 시니컬하게 넘기는 사람보다, 작은 일에 기뻐하고 별 거 아닌 일에 환호하는 사람이 행복할 확률이 좀 더 높을 테니까.
스스로 연비 안 좋은 자동차 같이 느끼는 때가 많았다. 적은 기름에도 다른 차들은 앞으로 잘만 가는데, 내 차는 무한히 기름을 좀먹으면서도 더디게 전진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가진 모오든 기름을 열렬히 쏟아부으면서, 열과 성을 다해 행복해지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데도, 남들만큼 행복하지 못해 불운한 금요일 밤을 보냈다.
그래서 운동했다. 몸이 뛰지 않으면 마음이 주저앉았다. 미적지근한 하루 속에 몸이 뜨거워지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더니 조금은 열기가 올랐다.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쿵쾅거리고, 옷이 흠뻑 젖어가고. 한바탕 밀고 당기고 나면 출근길에 어느새 올라있다. 출근보다 벅차오르는 시간을 보내버렸기 때문에, 거친 회사 속에서도 암오케이(+ F you)를 외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혹시 비가 올까 일기예보를 시간대별로 확인한다(비 오면 운동 가기 싫기 때문..). 디스크가 터졌던 허리와 최근 아파오는 무릎은 괜찮은지 점검한다. 보강 운동은 뭐가 좋은지, 단백질은 얼마나 먹었는지, 근섬유들은 어떻게 이어지는지, 지방 연소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좋은지.. 취미와 함께 새로운 우주가 열린다.
한 사람이 온다는 건, 한 사람의 우주가 같이 오는 일이라고 한다. 취미도 똑같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점진적 과부하의 사고로 물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하며, 내 차의 연비가 서서히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거면 된다.
2. 우연히 찾아온 이직의 기회가 있었다. 물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면접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적어본다.
진행되고 있는 면접은 시장에서 연락을 받았다. 내가 먼저 지원한 것도 아니다. 시장에서 추천을 받고 나에게 이직 의사를 물어보는 형태였다(심지어 헤드헌터도 아니고, 해당 팀의 실무자가 직접 연락이 온 경우다).
내적인 자신감은 언제나 충만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차분하려고 하고, 무엇보다 겸손한 게 객관적인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게 면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좀 독이 되는 것 같다고 느낀다.
예전 글에 쓴 최종 면접 탈락도 비슷했다. 대한민국 최고 기업 중 하나인 곳의 CFO, CIO를 모두 일대일로 대면했다. 사실상 관상 면접이라는 느낌도 강했으니 채용이 어느 정도 확정이라고 생각했었다. 상황이 더 차분해지고, 겸손하게 행동하고 합류하면 실력으로 보여줘야지..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낙방했다. 복기해 보자니, 그 직무와 그 회사에 합류하고 싶은 열망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고 반추한다. 지원서를 작성한 것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표현된 거라 판단했나 보다.
진행 중인 면접도 그러하다. 임원 면접 이후 정규직인 지금 회사, 업을 두고 이직하는 것에 대해 설득력이 없다고 느꼈다고 한다. 실력엔 자신이 있지만, 시장에서 나는 아직 업계 10년도 되지 않은 주니어다. 그들이 보기엔 나에게 먼저 제안했어도, 나를 '모시고', 어떻게든 합류시켜야 하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먼저 제안을 받았음에도 내가 합류하고 싶은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느꼈어야 했다. 그저 겸손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수동적으로 보이는 것이.. 또 내 발목을 잡는다고 느꼈다. 팀장은 일주일 정도 스스로 고민해 보라고 피드백을 줬다. 정말 오고 싶은 게 맞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멀쩡히 일 잘하고 있다가 이직 제안을 받은 건 나인데, 꼭 가고 싶습니다.. 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게 납득이 잘 가지는 않지만.. 세상 일이 그런 것 같다. 날 추천받아 처음 연락한 실무자는 나의 합류를 간절히 바란다. 그 실무자가 언질을 주길, 팀장과 임원은 이 기회가 나에게 너무 쉽게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했다. 전혀 그렇지 않은데..
약간의 쇼맨십이 필요한 것 같다. 올해 있었던 두 번의 이직 면접에서 동일하게 느꼈다. 신입 사원이 아니기 때문에 면접 자리에서의 열망, 포부 등은 보여주지 않아도 지난 내 실적, 연봉 등이 채용의 당위성을 보증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같이 일하고자 하는 마음을 더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3. 언제 행복한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두 가지 정도 떠오른다. 최근엔 스트레칭할 때 행복하다고 느꼈다.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나'를 잘 돌보는 느낌이랄까.. 근육이 늘어나고 내 객체와 대화를 하는 기분.
두 번째는 노을 보기다. 찐 행복 지수를 올린다. 날이 많이 풀렸는데, 이 날씨도 길어야 2-3주 간다.
주말에 해질녘을 보러 가야겠다. 올해 캠핑의자를 아직 개시 못했다. 행복은 행동하는 사람에게만 허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