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쳤다고 혼나는 것은 인간뿐

최근 드는 생각

by MOIC

1. 도망쳤다고 혼나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 다른 동물들에게 도망은 생존의 '본능'이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도망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들다는 결론의 DNA가 동물 안에 있는 것인데.. 왜, 어떻게 인간은 '도망치면 안 돼'라는 답에 도달했던 것일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 역시 도망가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 아래 살았던 듯하다. 그런데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일찍 도망갔으면 더 잘 '생존' 했을 수 있었을 텐데.


2. 태생적으로 뇌에 각인된 공포는 큰 소음과 높은 곳에서의 추락, 두 가지뿐이라고 한다. 그 외의 공포는 학습된 산물이라고.

내가 겁내하는 최악의 상상들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내가 진정으로 무서워하는 건 뭔지, 누군가의 무서움을 내 것이라고 착각하는 건 아닌지, 어쩌다 수많은 겁내함을 몸에 달고 살게 되었는지.

겁 없는 사람이고 싶다. 거리낌 없는 사람, 당차고 단단한 사람, 자기 확신이 마디 마디에 묻어나있는 사람, 소신과 주관의 옷을 입고 잇는 사람, 콤플렉스란 게 뭔지 모르는 사람.

약간의 상상력이 가미된 불안은 마음속 어딘가에 허구의 공포를 틀어 올리고, 날 지레 겁먹게 만든다. 그렇게 쌓아 올린 방어기제는 내 안전지대가 되고, 이 밖을 위험하다 여기며 다른 영역에 대한 탐방을 예비위협으로 간주한다.

안전하지 못하더라도, 유약하고 연약한 내 어느 단면이 들춰내지더라도 안전지대에만 머무르고 싶진 않다. 거절당하고 무안해지고 창피해지는 순간으로 내 부피감이 커진다면 이걸 담상하는 것까지가 내 몫이 아닐까.


3. 185cm의 큰 키. 98kg에 육박하는 피지컬의 소유자. 그게 바로 필자다.

그래서 큰 일이다. 더 더 크고 기능적인 몸을 원해 몸무게 두 배의 프로틴을 고집하고, 근비대 프로그램과 벌크 식단을 몇 년째 달려왔다. 최근에 느낀 건, 사람마다 알맞은 체형이라는 게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나는 조금 과한 지경에 이르렀다. 전일 기준 인바디를 측정하니 골격근량이 48kg를 찍었다. 체지방률도 17%에 달한다.

이렇게 몸이 조금씩 커지니 부작용이 하나둘씩 생긴다.

1) 달리기를 오래 못한다. 달리기라는 예를 들어서 그렇지, 전반적인 유산소 운동이라고 하겠다. 근지구력과 일정 강도 이상의 부하가 가해지면, 관절들과 연골들이 쉽게 피로하다.

2) 몸이 무겁다는 것이 체감된다. 예전 글에서 얘기한 적이 있지만, 필자는 농구와 골프, 복싱 등도 한다. 몸이 무거우니 코트에서 어질리티가 떨어진 스스로를 본다. 점프도 낮아진 것 같은 느낌은 덤.

근육이 많으니 비례해서 유연성도 엉망이 된다. 골프에서도 부드러움을 잃는 기분이다. 복싱 같은 무&유산소 운동은 말할 것도 없지.

3) 옷이 맞지 않는다. 전투복인 양복은 기성복으로는 맞는 게 없다. 무조건 맞춤. 즐겨 입던 슬랙스 등의 긴바지는 이제 불편하다. 통 넓은 게 좋다. 그렇게 가다(?)가 죽어간다.

아내와 연애할 시절로 돌아가려면 10kg를 떼내야 한다. 체지방만 없앨 게 아니다. 근육량도 줄일 필요가 있다. 당분간 웨이트는 최소화하고, 식단과 유산소를 집중한다. 건강하려고 무리하다가 건강을 잃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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