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축복받았으려나
1. 약 일주일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본다.
1) 부모님 댁에 다녀왔다. 아버지는 항암 치료의 후유증이 심하신 듯하다. 매주 월요일 항암 주사를 3주 맞으면 한 주 쉰다. 4주를 한 사이클로 해서 여섯 번의 치료다. 중간 정도 온 것 같다. 살은 20kg가량 빠졌다. 이번 항암 주사는 평소보다 조금 더 강한 것인지, 어머니의 음식 냄새도 맡기가 힘들다며 이틀 끼니를 넘기셨더란다. 가까이서 보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여러 생각도 들고 힘드시겠지.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한다. 전화 자주 드리기? 자주 찾아뵙기?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지혜를 주세요.
2) 1)의 이후 교통사고가 났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만 매우 큰 사고였다. 내 공식적인 첫 차로, 애지중지하며 소중하게 탔다. 보험사에서는 전손 처리를 권유했다. 약 2개월 전, 패밀리카로 새로운 차를 계약한 상황이었다. 수리해서 타다가 중고차 시장에서 감가를 감당하며 파느니(그리고 수리해도 내가 불안함) 전손 처리가 낫겠다는 결론이다. 요 몇 주 뚜벅이로 지내야 한다.
일련의 일로 느낀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운전은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둘째, 일 차선에 덤프트럭이 달려오고 있었다면 나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을 수 없었다. 인생 2 회차다. 하루하루가 기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셋째, 모든 물건에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공업사에 가서 차에 있던 물건을 가져오며 아내와 함께 차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별명도 붙여줬고, 수년간 나의 발이 되어준 차다. 더 잘 다뤄주지 못해서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F 모먼트 등판.. 집이든 차든, 내가 마음을 쓰는 만큼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어릴 적 아버지의 말씀이 기억난다. 새로운 차를 기다린다.
3) 필자는 친형과 열 살 터울이다. 형은 약 10년 전 시작한 사업으로 성공을 거뒀다. 당사자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적으로 얘기하는 부의 추월차선은 넘었으니 성공이라 하겠다.
그런 형이 물건이나 소비가 주는 도파민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도 파이어를 꿈꾸기도 하거니와, 많은 부분의 문제는 돈으로 해결된다는 믿음을 갖고 사는 나다. 저렇게 돈이 많으면 뭘 할까?로 생각이 뻗어나갔다. 형은 골프장 회원권을 사두고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여유롭게 라운딩을 나간다. 사옥 지하에는 스크린 골프 기기를 가져다 놨다.
입사 동기는 주식쟁이다. 투자도 크게 하고, 주변에 수백억, 수천억 재력가들이 많다. 최근 그 동기와 점심을 먹으며 물어봤다. 그 재력가들은 뭐 하면서 살아? 그냥 평일에 골프 치고.. 별 거 없는 거 같아. 일단 슈퍼카들은 전부 정리하더라. 다 해봐서 재미없다고..
형이랑 비슷하다. 특별할 게 있지 않을까 싶었다. 결국 돌고 돌아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고 나니 뭔가 재미없다. 허무하달까. 뭐 좀 재밌는 거 있을 줄 알았는데. 지속적으로 도파민이 나오는 일을 찾아야 한다. 역시 운동인가?
2. 덴젤 워싱턴의 인터뷰를 봤다.
'저는 청소부였습니다. 쓰레기 수거는 8시간이 있어도 일을 빨리하면 3시간 만에 집에 갈 수 있죠. 우체국에서는 3시간짜리 일을 8시간 동안 해야 됩니다. 둘 다 했었는데, 저는 쓰레기 청소가 더 좋더라고요. 둘 다 나쁜 직업은 아니었습니다. 가끔 사람들이 "영화 만드는 게 어렵다"는 말을 하는데, 당신 아들을 이라크에 보내보세요. 그런 게 힘든 일이죠. 이건 그냥 영화입니다. 그런 헛소리 동의하지 않습니다. 꺼지라고 하세요(Get out of here). 아들이 얼굴에 총 맞는 거? 그런 게 힘든 거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사치에요. 축복이고. 기회입니다. 분명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이 일을 할 만큼 재능이 뛰어나시죠. 하지만 착각하지 마세요. 단지 영화일 뿐입니다.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에요.'
NBA 토론토 랩터스의 우승 당시 주장이었던 카일 라우리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 댓글로 달려있었다.
어떻게 압박감을 이기냐는 질문에.. '압박감? 압박감은 아이들의 음식과 학비를 위해 매일 새벽 출근하고 하루 10시간 이상씩 일하는 수많은 아버지들이 느끼는 것이 압박감입니다. 이건 단지 공놀이(농구) 일뿐이고, 난 이걸로 많은 돈을 받아요. 압박감 같은 없습니다. 사치입니다.'
1. 의 2) 연장으로 간다. 나, 축복 받았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