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 사람

난 그런 사람이 좋더라~♪

by 삼십대 제철 일기

예쁜 사람을 싫어할 수 있을까? 물론 아무리 예뻐도 인성이 영 아니면 어느 순간 예쁨이 사라진다. 향기 없는 꽃은 나비도 벌도 거들떠보지 않는 법.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예쁜 사람을 싫어하긴 힘들다. 특히 예쁜 여자 사람!


혹자는 같은 여자끼리는 예쁜 사람을 시기하거나 질투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전혀! 나는 예쁜 사람을 좋아한다. 내가 갖지 못한 걸 갖고 있으면 부럽고 신기하다. 나는 키가 작고 통통한데, 키가 크고 여리여리하면 그렇게 눈길이 간다.


어느 날은 여자 후배들이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키 170cm가 넘는 친구들이었는데 그중 한 후배는 키가 175cm 정도로 모델 뺨치는 비율을 자랑했다. 옆에 서 보니 그녀의 허리가 내 가슴께 오는 것이었다. 나는 말했다.


"다리가 이렇게 긴 건 불법이야!"


깔깔 웃으며 지나가는 그녀들이 참 청량했다. 단순히 외모보다 그저 사람 자체가 예쁠 때도 있다. '나이가 깡패'라는 말이 있듯이 어리면 어릴수록 그 특유의 수줍음과 생기가 예뻤다. 아직 학생 티가 나는 어린 후배는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도 빛이 났다.


낯을 가리면서도 나서서 일하고, 하고 싶은 말을 용기 내서 하는 모습이 참 예뻤다. 작은 체구에도 씩씩하게 다니는 그녀를 볼 때마다 나중에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하며 속으로 조용히 파이팅을 보내곤 한다. 인사를 건넬 때마저도 긴장하고 있는 그녀의 진심이 느껴져 뭉클하다.


자기 관리를 옴팡지게 하는 이들에게도 눈길이 간다. 내가 하지 못하는 거라 더 동경이 든다. 한 선배는 시간만 나면 운동을 하고 먹는 것도 적게 먹는다. 몸이 무거운 것도 싫고 건강도 챙기면서 '오래 일 하겠다'는 게 선배의 모토였다.


그녀는 그만큼 일을 사랑했다.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고 자부심을 느끼며 은퇴할 때까지 건강하게 살면서 제대로 일하겠다는 마인드가 너무 멋졌다. 마르고 탄탄한 몸에 포멀 한 복장이 그녀의 야무지고 깔끔한 성격을 드러냈다.


세미 정장을 입고 생머리를 올려 묶은 채로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 경외심이 들 정도다. 정말 예쁘고 멋지다. 세상엔 왜 이렇게 예쁜 사람이 많은 걸까! 외적으로 아름다움을 풍기는 사람도, 내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사람도, 너무 부럽다.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을 쫙 떠올리고 있는 지금,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번진다. 그들은 주위에 좋은 에너지를 전한다. 대부분 생기 넘치고 건강한 기운을 준다. 그래서 더 예쁘다. 동시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예쁨을 포기한 게 아닌가 싶다.


자기 관리에 소홀하고, 쉽게 우울감에 빠져 먹구름을 몰고 다닐 때가 많아졌다. 환하게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네고 장난을 걸던 내가 요즘은 쉽게 지치고 자꾸 숨는다. 할 일도 신경 쓸 일도 많지만 앞날은 아득하니 일상이 힘겹게만 느껴진다.


잔뜩 풀이 죽은 채로 지냈는데, 어느 날 문득 아는 언니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나는 네가 너무 예뻐. 너를 이렇게 사랑해 준 사람이 누구니?"


언니는 내가 잔뜩 사랑받고 자란 사람처럼 빛난다고 했다. 순간 부끄러워 귀에 열이 올랐지만 그 따뜻함에 온몸의 냉기가 일순간 빠져나갔다. 누군가에게는 나도 예쁘고,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그러니 내 안의 아름다움을 발현할 수 있도록 더 밝고 긍정적이고 열심히 살아보자고 다짐하고 나니 거울 속 내 모습이 아주 조금쯤 더 예뻐 보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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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