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이 필요해!

그게 수요일이었으면 좋겠다

by 삼십대 제철 일기

회사에 따라 '안식년' 또는 '안식월'이 있다. 일정 기간 일 한 사람에게 휴식하는 시간을 제공하는 제도인데, 주로 대학교 교수들이 쓴다고 한다. 6년 강의하고 7년째 연구년으로 안식년을 가지는 식으로.


요즘은 일반 기업에서도 직원 복지 차원으로 10년 일하면 1개월 안식월을 주곤 한다. 안식월이 생기면 외국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충분히 휴식을 누리거나, 자격증을 따거나 무언가를 배우면서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도 한다.


직장인에게 쉬는 날처럼 소중한 날이 있을까. 매주 맞이하는 주말도 눈 깜빡할 새 끝이 나고,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공휴일도 잠깐 씹으면 단맛이 다 빠지는 풍선껌처럼 금방 뱉기 마련이다. 그래도 껌으로 풍선 후우 후우 불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 그 또한 꿀맛이지만.


나는 종종 안식월을 맞으면 뭘 할지 고민에 빠진다. 마치 로또에 당첨되면 뭘 할지 상상하는 것처럼. 지금 당장 한 달이라는 시간이 생긴다면 난 뭘 할까. 한 달 내내 놀기엔 조금 아쉬울 것 같단 말이지. 나는 2주는 놀고 2주는 자기 계발을 하기로 정했다.


첫 일주일은 목적지 있는 여행을 하겠다. 국내든 해외든 정말 알찬 여행을 하는 거다. 눈과 마음에 황홀함을 가득 담고 돌아오리. 그다음 일주일은 시간이 생기면 꼭 하고 싶었던 공부나 자기 계발을 한다. 아주 열심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일주일이 지나면 지치겠지? 그럼 그다음 주엔 목적지 없는 여행을 일주일 하는 거다. 발길 닿는 대로 내 기분이 향하는 곳으로. 비록 동네 투어를 떠난다고 해도 한 번도 들어서지 않았던 길만 골라 다니는 거다. 새롭게 만난 곳에서 밥을 먹고 쉰다.


생각만 해도 여유가 철철 넘치지 않나! 여유 속에서 해야 할 일은 공상과 명상이다. 소란스러운 잡념을 비우고 긍정적이고 즐거운 공상을 한다. 내 속을 들여다보고 나 자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거다. 그렇게 걷고 돌고 여행하면서 나와 친해지는 것.


그리고 마지막 일주일은 꼭 해야 할 일을 한다. 여유 있을 때 처리해야 하는 모든 것들! 가령 가구를 들이거나 미뤄놨던 대청소를 한다. 가계부도 정리해 보고 필요하면 병원 예약도 한다. 가족과의 시간도 돌아보고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었던 공부도 한다.


복귀하기 직전부터는 업무도 조금씩 들여다봐놓는다. 그렇게 하면 한 달이 후딱 지나겠지. 복귀하고 나서는 안식월에 했던 일들을 떠올리고 그리워하면서 또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거다. 직장인으로서 이렇게 재밌고 특별한 시간이 또 있을까!


모든 직장인에게 일 년에 한 번씩은 안식월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고용주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안식월 제도 자체가 없는 회사도 많다. 이왕 상상하는 김에 '안식일'은 어떨까? 일주일에 하루는 쉬는 거다. 말하자면 주 4일!!!


한국도 2002년대 초까지만 해도 주 6일제가 일반적이었다. 회사뿐만 아니라 학교 역시 토요일까지 운영됐다. 주 5일제는 2002년 7월 시중은행에 도입한 걸 시작으로 규모에 따라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 시행됐다. 따지고 보면 주 5일제의 역사는 20년이 조금 넘는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20년은 주 4일제의 역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새롭게 추가된 휴일을 안식일처럼 여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만약 안식일이 주어진다면 수요일이었으면 좋겠다. 그럼 아래와 같은 생각으로 매일을 살아내리라!


월요일- 어제 쉬었으니까!
화요일- 내일 쉬니까!
수요일- 휴일
목요일- 어제 쉬었으니까!
금요일- 내일 주말!


이상, 월요일을 앞둔 직장인의 공상이었습니다.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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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