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살찐다

당신이 살찌는 이유

by 삼십대 제철 일기
첫 번째 목표, 건강해지기!


퇴사 후 목표를 세웠다. 아무런 계획도, 준비도 없이 회사를 관둔 상태였음에도 재취업은 살짝 미뤄놨다. 당시 가장 시급한 건 '건강'이었다.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빽 없는 인생에서 유일한 빽은 튼튼한 몸 아닐까..!


하지만 한 가지 착각한 게 있었다. '회사만 관두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착각. 절대 아니었다. 상처는 저절로 아무는 게 아니었다.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고, 면역력을 키워야 했다. 물론 자기 스스로. 더군다나 상처를 확인하기 위해선 일단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부터 해야 했다.


나는 그걸 몰랐다. 특정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났으니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질 테고, 회식이나 야근이 사라졌으니 육체적으로도 건강해질 거라고 '희망 회로'를 돌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의 몸은 점점 더 망가졌다.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퇴사 전보다 더 살이 쪄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매 끼니 집밥을 차려 먹고, 군것질이나 술도 먹지 않았는데 몸이 점점 불어났다. 내 몸 어딘가에 공기 주입구가 있는 것처럼 바람이 빵빵이 들어찬 풍선 같았다. 살도 살이지만 붓기도 엄청났다. 결국 병원을 찾아 이것저것 검사를 했다.

나는 호르몬에 여러 문제가 있었다. 몸무게가 크게 늘어난지는 1년이 넘었는데, 그저 나의 태만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음식을 조절하거나 운동을 하지 않았고 잦은 회식으로 음주도 많이 했다. 살이 찔만도 하지. 나 자신을 탓하고 내 몸을 혐오하고 마침내 외면하며 살았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을 하고, 폭식을 하고 나면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몸이 무거워지면 때때로 운동을 했지만, 누적된 피로 탓에 금방 몸살이 났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나는 늘상 나의 죄를 묻고, 벌을 내리고, 반성했다.


내가 나를 미워하니, 나는 점점 더 못나졌다. 거울을 보는 걸 꺼렸다. 그 안에 있는 걸 도무지 나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괴롭혔었는데……비단 게으름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니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이대로 슬퍼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나는 드디어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지를 툭툭 털고 벌어진 상처를 확인했다. 꽤 다쳤잖아?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치료하자!


나는 그때부터 건강 관리에 돌입했다. 평일엔 매일 운동을 하고 건강식으로만 차려 먹었다. 이 루틴을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 주말은 쉬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몸무게를 재고, 때때로 사진을 찍어서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남겨두었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다. 작아졌던 옷들이 다시 맞기 시작하고, 시도때도 없이 부었던 손과 발도 얄쌍해졌다. 나는 날씬해진 것보다 건강해진 게 좋았다. 그걸 원했다. 첫 눈에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저 멀리서 봐도 생기가 넘치는 청년(백수)!

건강했을 때의 몸무게로 돌아가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다. 아득하고 힘들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무더운 여름에 숨 차게 운동하는 게 지겹다. 에어컨 바람 쐬면서 누워 있고 싶고, 달달한 빙수 먹으며 늘어지게 놀고 싶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잠깐의 즐거움'은 중요하지 않다.


얼마 전, 병원에 다시 가보니 몸 상태가 많이 호전돼 있었다. 나는 나의 몸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통제하고 제어하며 소중히 여길 필요가 있다. 그게 나 자신에 대한 존중이고 사랑이다. 퇴사하고 나서야 그걸 깨달았다.


만약 내가 회사를 다니는 중에 나의 몸 상태를 알게 됐다면 어땠을까? 호르몬 이상은 우울감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내가 건강했더라면 우울감도, 체중도, 자기 혐오도 겪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


나는 이제 주위에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건강'부터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 몸의 변화는 없는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를 살펴보고 혹시 있다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한다. 나 자신을 그저 '게으른 나'로 치부하지 말고.


정말 중요한 건 가까이에 있다. 그리고 내 안에 있다. 그걸 너무나도 뒤늦게 배웠다. 나는 이제 스스로를 잘 돌보고, 가꾸고, 키워서 다시 세상으로 내보낼 준비를 한다. 언제, 어디서 나를 찾아도 단단하고 씩씩하게 손을 들 수 있게끔.


네! 제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