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이 연 년생인데 큰아이는 서울대학교를 가고 싶어 했고 작은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에 현대무용을 시작해서 중앙대학교를 원했어요. 그래서~서울대 중앙대 줄임말~'서중'이에요
독특하지요? 세상에 장담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아마도내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하는 반려견이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고등학교 시절 집에서 진돗개를 길렀는데 어미개가 새끼를 낳아 예쁘게 잘 크고 있었어요.
한 번은 어미개를 묶어 놓게 되었는데 , 어미개 옆에 강아지가 누워 있어 가까이보려고 갔어요. 느낌이 이상해서 보니 , 축 처져 있었는데 죽어 있었던 거예요.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는데 아마도 어미개가···충격이 너무 커서 그 후로 강아지를못 만져요. 반려견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거예요. 아직도 서중이를 손으로 못 만져요.
서중이는 올해 9살이에요.
서중이에 대한 우리 가족의사랑을 글로 남겨 놓으려고 합니다.
서중이가 우리 집에 온 이야기
우리 집은 2층이 있는 주택이에요. 2층에 우리가 살고 1층에는 시부모님이 사세요. 밤손님이 한 달에 한번 정도로 자주 왔던 것 같아요. 낮에 집에 와 2층에 핸드백을 놔두고 1층에서 얘기하고 올라와 보니 현관문이 잠겨 있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안방 창문을 통해 도망간 후였어요. 지갑에 현금만 가져갔어요. 또 한 번은 일요일 새벽시아버님이 화장실을 가려고 나오셨다 2층에서 기웃거리며 왔다 갔다 하는남자가 있어 누구냐고 물어보니 대담하게도 2층에 사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도둑질을 하려다 시아버님한테 들켰어요.
그 후에도 좀도둑을 여러 번 맞았어요.
2011년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슬픔과 허전함이 커서 어머니가 친척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강아지로 찜해 놓으셨다가 서중이를 데려 왔어요.
시아버님 성품이 깔끔하셔서 아버님 생전에는 개를 기르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서중이가 사랑받는 이유
1. 우리 집에 자주 오시는 동네 어르신이 집 앞을 지나가다 대문 앞에서 서성이면 서중이가 대문과 현관을 번갈아 보면서 특유의 소리를 내요. 나가보면 대문 앞에 어르신이 계시고 어르신 말씀이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서중이한테 들켰다"라고 좋아하셔요.
2. 동네에서 인지도가 있는 서중이라 동네분들이 대문 밑으로 서중에게 음식을 넣어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함부로 먹지 않아요. 살아남기 위한 지혜가 많지요. 그뿐만 아니라 약간 상했나 하는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아요. 하루에 한 번 닭가슴살에 밥을 주는 데 양이 많으면 음식을 남겨요. 과식을 하지 않아요.
사람보다 건강관리를 잘하지요. 그런데 고구마는 사양하지 않아요.
멀리 살고있는 시누이는 고구마를 모아서 냉동해 놨다가 가지고 옵니다.서중이가 너무 좋아하니까.
3. 2011년 서중이가 집에 온 후로 한 번도 도둑을 맞지 않았다. 서중이 덕분에.
2층에 세 모녀가 세 들어와 사는데 처음으로 주택에 살게 되어 무섭다고 창문을 열지도 않고 두꺼운 커튼으로 가리고 살았는데 이사 온 지 6개월 정도 지나 서중이가 집을 잘 지켜 준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서중이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방범대원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지요.
4 서중이가 9년 정도를 우리와 함께 살면서 말썽을 피운 적이 없어요. 화분을 엎어 놓는다거나 이빨로 뭔가를 물어뜯어 놓은 적 이 없어요. 새들이 서중이 사료를 먹어도 그냥 놔둔다. 나누어 먹는 거다. 새가 옆에 있으면 심심하지 않은가 봐요.
서중이 특이사항
1. 아주 어릴 때부터 개집에 안 들어가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봤는데 막힌 공간을 아주 싫어해요. 그래서 여름에는 파라솔을 펼쳐 그늘을 만들어 주고 겨울에는 현관 앞에 바람막이를 해준다.
2. 가족들이 오랜만에 와서 주차하는 동안 서중이는 미리 알고 특이한 소리로 반가움을 표현해요. 그런데 시동생이 오면 크게 짖고 그 후에 벨소리가 나면 틀림없이 시동생이 온 거예요. 시동생이 목소리가 굵으면서 힘이 있고 얼굴선도 굵직해서 아마도 무서워서 짖는듯해요. 다른 때는 영리한 것 같은데 시동생에게는 아닌가 봐요.
3. 저녁 주는 시각이 9시 정도인데 깜박 잊고 있으면 특유의 소리를 내며 현관 바라보기를 합니다.
현관 밖에 있는 남편이 서중이가 집 안만을 바라보며 나의 동선을 쫓아다닌다고 빨리 밥 주라고 재촉합니다.
숟가락으로 음식 섞는 소리가 " 딱딱딱 " 나면 안절부절못해요.
서중아~미안해
어렸을 때는 산책을 데리고 나갔는데 , 체구가 커지면서 한 번씩 나가면 목줄로 제어가 안 돼요. 남편이 서중이와 산책을 갔다 오면 너무 힘들어해서 많이 못 데리고 나간다.
가족들이 TV에 나오는 개 훈련 프로그램을 보면서 , 서중이를 훈련시켰으면 잘했을 거라고 합니다. 이미 시기가 늦어버려 미안해요.
서중아~고마워
이 세상에 인연이 되어 만났으니 세상을 다 할 때까지 함께 하고 우리 가족이 서중이를 많이 사랑하고 있으니 건강하게 잘 지내자! 항상 방범대원으로 우리 집을 잘 지켜줘서 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