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가슴이 두근거릴 때 나를 지켜 준 책들

by 푸른언덕

큰아이가 일곱 살, 쌍둥이가 세 살 때 지금 살고 있는 집 바로 옆 학군이 같은 아파트 전세로 들어왔다.

준이는 2월생으로 학급에서 제일 어린 1학년이었고 세 돌이 지난 쌍둥이는 오전에 잠깐씩 놀이방에 가기는 했지만 잦은 잔병치레로 놀이방 대신 병원 순례로 큰 애가 없는 시간을 보내는 날이 다반사였다.


쌍둥이 중 한 병이 기침을 하면 사흘쯤 후에 다른 아이가 어김없이 기침을 시작했다. 두 아이를 데리고 동네 소아과에 며칠 씩 다녀도 잘 낫지 않았다. 그러다가 큰 애한테까지 감기가 돌고 애 셋이 다 아프게 되면 차를 태워 큰 병원까지 진료를 보러 다녔다.

저질체력인 엄마가 자신을 닮은 약한 아이들을 낳아 돌보려니 그야말로 매일매일이 생존투쟁이었다.


빠릿빠릿하고 심부름 잘한다고 양가 어머니들의 호출을 자주 받았던 나는 쌍둥이의 출생 이후 기피대상이 되었다. 나랑 친하게 지내면 쌍둥이육아를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는지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해서 일처리를 부탁하시던 어머니들은 연락을 거의 끊으셨고 내가 전화를 하면 항상 무슨 일인가로 정신이 없다고 하시며 전화를 황급하게 끊으셨다.



젊은 남편은 매일매일 바빴고 일이 일찍 끝나는 날은 술약속이 있었다. 아침에 나갔다가 그날 들어오는 날보다 다음 날 새벽에 들어오는 날을 찾는 게 더 쉬웠다.


쌍둥이가 태어난 후 그야말로 나는 집 안에 감금되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거나 아이들이 놀이방에 잠깐 간 사이 장을 보거나 하면서 동네를 다니는 것 외에 친구들을 만날 수도 동네를 벗어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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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도움 없이 약하게 태어난 쌍둥이와 초등학생 아들,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가슴은 답답했고 마음은 외로웠다.


늘 바빴고 늦었던 남편이 원망스러운 적도 많았지만 독박육아라고 억울해하면서 그를 원망하고 싶지는 않았다.

갑자기 세 아이 아빠가 된 젊은 내 남편의 어깨는 아내와 자기 자신까지 다섯 명의 가족을 혼자 부양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으므로.



운명처럼 쌍둥이가 우리 가족에게 왔고 선택지가 없이 전업주부가 되었다.


한 번도 세 아이의 엄마가 되거나 전업주부가 되겠다고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괜찮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체력도 재력도 좋은 엄마가 되기엔 지극히 불리한 환경이었음에도.


나름의 소신은 있지만 늘 흔들리고 불안한 나를 잡아주고 위로해 주며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책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틈틈이 꺼내보곤 하는 책들이다.


피곤에 지쳤으면서도 외부의 자극이나 불안에 잠 못 들어 힘든 날, 이 책들은 내 침대 옆 협탁에 조용히 놓여있다가 언제든 내게 다가와 나의 멘토가 되어주었다.

아이들과 나만 세상에 남겨진 듯한 외로움 속에서 그나마 숨 쉴 구멍 역할을 해 준 고마운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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