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면접을 보다.
이직을 해볼까? 생각을 하고 이력서 업데이트를 했다.
헤드헌터를 통해 연락이 왔다.
“OO회사에 OO직무 관심있으신가요?”
나의 경력과 관련이 있는 제안은 처음이었다.
이전에 가끔 채용 플랫폼으로 연락이 왔던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보험영업 등의 채용이었지 말이었다.
이메일로 나의 이력서를 정리해서 보내고
내 경력 사항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이 팀에서 팀을 옮긴건 OO한 이유였나요?”
“이건 묶어서 얘기해도 되죠?”
등등.
회사에서 평가 시즌에 줄곧 쓰던
나의 업무, 나의 성과, 달성율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어떤 업무를 어디서 했느냐만 보더라.
나의 8년이 이렇게 다른 사람의 눈으로
텍스트가 재조각 당하는건
뭐랄까. 신기했다? 새로웠다? 새삼스러웠다?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나의 경력에 대해 얘기할 땐
보통 뭔가 내 기억속에서 재편집하고
그 시절의 힘들었던 점, 보람찼던 점, 배웠던 점 등
내 스스로가 조각해서 보여준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력서라는 양식을 쓰면서 생각했다시피
양념을 쏘옥 뺀 고기 알맹이만 남은 기분이었다.
양념에 반찬을 곁들여서 내가 싸주는 쌈이 아니라
생고기 상태로 구워져서 소금만 살짝 찍어주어
내 맛이 어떤지 온전히 상대에게 맡겨야 하는 느낌.
시장에 나온다는 건 이런기분이었나.
3-5년차에 주변에서 많이 퇴사를 할 때,
동기들과 선배들의 온도차가 컸던게 생각났다.
동기들은 명확한 목표 혹은 명확한 동기가 있었다.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에 질려 무작정 퇴사하는 친구들.
몸값을 뛰어 이직을 하는 친구들.
이직한 선배가 데리고가는 등등.
선배들은 그 동기가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굉장한 시간이 걸리는 듯 했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모습에
되게 핑계가 많다, 없어보인단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내가 그랬다.
이만하면 명함 값 아깝지 않고,
이만하면 우리 가족 먹고 사는데는 아쉽지 않고,
이만하면 오래 다닐만 하지 않나.
이만하면의 저주에 걸려 이제서야 시장에 던져져보니 생각보다도 더 발가벗겨진 느낌이었다.
‘그냥 제안 왔으니 한번 써보기나 하지뭐~’라며
은근히 나의 몸값이 시장에서 꽤나 하지 않을까 허세스런 마음도 있었다.
막연한 그 마음은 헤드헌터의 몇 마디에 얇디 얇은 포장지를 걷어내져 버리는 느낌이었다.
나, 멘탈이 이렇게 약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