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출근퇴근출근 그리고 자유
직장인이 된 이후로도 자취를 2년 정도 했다. 퇴근하면 할 일이 없어서 멍하니 있기 싫어서 매일 친구들을 만나고 의미 없는 시간을 채우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워킹맘이 된 지 약 8개월. 퇴근이 없는 삶을 반복하고 있다. 6시(혹은 더 일찍) 기상하는 우리 아가의 리듬에 맞춰 기상. 어린이집 준비물과 저녁에 먹을 것과 간식을 챙겨놓기. 잠깐 아기랑 놀기. 출근. 6시에 퇴근하면 7시에 이모님 보내드리기. 육아 출근. 저녁 먹기. 9시에 아기 재우다 잠듬. 요즘 나의 일상이다. 기상-준비-출근-업무-퇴근-육아 출근-잠. 내 삶의 언제 이렇게 여유가 없었나 모르겠다.
이렇게 시작하면 우울한 이야기일 것 같지만. 사실 난 요즘 더 자유롭다.
오늘은 힘들고 우울한 얘기 대신 행복의 순간 얘기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처음엔 지옥이었죠
복직 후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엄청난 무력감을 느꼈다. 분명 그전보다 살아있는 것 같기도 한데? 아기도 생각보다 잘 있는데? 복직한 지 얼마 안돼 서로의 라이프를 적응을 못해서 남편이랑 싸우던 것도 이제 잦아들었는데? 뭔가 휘몰아치듯 3개월을 지나고 나니 헛헛해졌다.
무엇을 위해 복직을 한지도 잊었고, 육아도 제대로 못하는 것만 같았다. 친구들은 싱글의 30살을 즐기느라 새로운 여유가 생겼다. 아이가 있는 친구는 있었지만, 복직을 한 친구는 없었다. 뭔가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삶의 쳇바퀴에 끌려들어 가 버린 것 같았다.
내 최고의 술친구 남편과 함께 그냥 그렇게 저녁마다 술잔을 기울이며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삶의 여유’보다 ‘삶의 이유’가 중요한 나는 이유를 찾지 못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었다. 아이를 낳아도 그건 달라지지 않았다.
코로나의 고마운 점. 재택근무
코로나로 인해 누구를 만날 수도 없었고, 동네 친구를 사귈 수도 없었다. 하지만 복직을 하고 나니 코로나가 고마운 점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재택근무가 늘어났다는 점. 출근과 퇴근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아침마다 화장을 하고 옷 차려입는 시간이 필요가 없어졌다.
아이 등 하원을 봐주시는 이모님이 오시면 난 온전히 내 시간을 30분~1시간 정도는 가질 수 있었다. 너무 피곤할 땐 잠을 자기도 했지만, 홈트를 다시 시작했다.
20대부터 나의 좋은 습관 한 가지가 딱 있는데. 집에서 운동을 즐겨한다는 점이다. 사실 운동이라기보단 스트레칭에 가까웠지만. 유튜브가 유행하기 전부터 영상을 다운로드하여놓고라도 집에서 운동하는 걸 좋아했다. 뭔가 헬스장이나 센터를 가기에는 ‘나가는 시간’이 너무 귀찮고 차려입어야 할 것만 같아서 생긴 습관이다.
출산 후에는 너무나 좋은 채널이 많아졌고, 산후 회복에 도움 되는 요가와 필라테스를 주로 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는 아기 낮잠 자는 시간에 틈틈이 했었는데 복직 후엔 도무지 시간과 체력이 되지 않았다. 그런 걸 다시 할 수 있게 된 거다!
그 30분이 뭐라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생겼다.
가장 비싼 투자
그러던 중 필라테스 1회 체험을 우연히 하게 되었고, 완전히 빠져버렸다. 연예인들이 다들 비싼 돈 주고 필라테스 하는 이유가 있었다. 선천적인 체형과 더불어 불량한 자세, 출산 이후로 몸이 많이 안 좋았다. 재활이다 생각하고 큰맘 먹고 1:1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3개월 만에 몸이 엄청나게 좋아졌다.
우울한 사람들(우울증 같은 질병이 아닌 그냥 우울한 감정일 때)에게 왜 운동을 하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일주일에 2번, 총 2시간의 시간인데도 내 삶을 많이 바꿔놓았다. 연장되는 재택근무로 인해 출근시간은 내 추가 운동시간이 되었다. 뭔가 이상한 에너지 같은 게 생기는 기분?
혼자 쉬는 날이면 다시 서점을 가게 되었다. 새로운 유튜브도 찾아보게 되었다.
혼자 자취를 할 시절엔 심심하면 서점을 가곤 했다. 똑같은 생활에 갇혀있다가 서점에서 만난 새로운 키워드와 소재들을 재밌어하곤 했다. 결혼, 출산, 육아, 복직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싶지 않은 꼰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새로운걸 재밌어하기보다 낯설어하곤 했다.
이제야 다시 여유를 찾은 듯했고, 내가 좋아하던 글쓰기를 다시 하기로 했다.
나와의 수다 떨기
최근 몇 년간 내가 힘들어했던 점 중 핵심이 ‘내 힘듬을 공감하고 나눌 사람이 없다’였다. 친구들 중에서 결혼을 빨리한 편이었고, 회사에서도 막내였고, 코로나로 동네 친구도 만들지 못했다. 특히나 육아의 영역은 ‘같이 힘듦’을 공유하기만 해도 조금 덜어진다고 한 다질 않나? 그럴 사람이 없었는데요…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모든 생활을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기는 할까? 정말 마음이 맞는 친구 혹은 가족이라 해도 백 프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수다를 떨어봐야 수많은 인생의 조각에서 살짝 겹치는 아주 일부분만 공감을 하고 결국은 서로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나?
온전히 내 편에서 내 말만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수다 떠는 것만큼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이왕이면 혼자만의 끙끙대는 일기장 말고 공개적인 곳에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고, 묵혀두었던 글 하나로 브런치 작가가 되어버렸다!
물론 그렇다고 바뀌는 건 없지만
난 여전히 쳇바퀴 속을 살고 있는 워킹맘이다. 코로나 시국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남편과도 가끔 싸운다. 육아에 대한 고민도 여전하다. 그럴듯한 ‘진짜 작가’가 된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내 마음속에서 나는 작가가 되었다.
내 경험과 힘듬과 즐거움과 우울함을 쏟아낼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위로가 되었다. 나에게는 글쓰기가 위로가 되는 존재였는데, 이제까지 그걸 잊고 살았다. 그러면서 이왕이면 글쓰기로 돈도 벌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다 보니 ‘수익형 블로그’라는 것도 있더라.
내 경험을 ‘정보’로 만들기만 해도 돈이 되는 세상이었다. 음식점 줄 서기 꿀팁, 최저가로 OO 구매하기 이런 것들이 돈이 되기도 했다. 나도 뭐 모를 땐 블로그랑 유튜브 찾아보면서 왜 직접 할 생각은 못했나? 생각을 못한 게 아니라 ‘행동을 안 한 것’이었다. 누군가 더 잘하는 사람들이 미리 겪어본 노하우를 배우며 조금씩 따라 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내가 배우는 세상도 커져가는 걸 느꼈다. 그냥 글을 읽기만 했을 때는 흘러갔던 정보들이 재편집하고 쏟아내니 돈이 되었다. 사실 돈은 약간의 정량적인 목표지표이고,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 이 생긴 게 즐거웠다. 왜냐면 내 블로그에서는 내가 아는 만큼 한 껏 자랑해도 상관이 없거든.
하루를 쪼개 산다는 것
이렇게 즐겁게 하루를 살아본 적이 최근에는 없었던 것 같다. 힘든 시간을 글 속에 쏟아나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렸다. 내 자신이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고, 혼자 혼내기도 하고. 그렇게 ‘나와 수다 떠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
수익형 블로그를 조금 더 키워볼 생각이다. 육아가 힘들다고 한 나 자신은 조금은 뻥이었다. 나는 뭘 키워내는 걸 즐거워하는 것 같다. 뿌듯해하기도 하고. 요즘 아기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귀엽고 예쁠 수가 없다. 가르치는걸 쏙쏙 받아들이는 아기가 너무 예쁘고 뿌듯하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것도 정말 뿌듯하다.
24시간을 240시간처럼 살고 있지만, 지금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