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하면 사고가 터진다
날씨가 너무 좋은 일요일 저녁이라 외식을 한번 용기내보기로했다. 22개월 아들을 데리고 외식이란 엄청난 긴장과 함께해야하는 것. 생맥주 한잔이 간절해서 용기를 내보기로했다. 아이패드에 음료수에 단단히 채비를하고 야외 좌석에 앉았다.
생맥주 두잔과 소주한병을 시키고 닭꼬치와 차돌박이 숙주볶음에 감탄하고. 아들은 근처 편의점에서 고른 바나나킥으로 신나는 저녁. 이만치 키워 그나마 이렇게 데리고 나올수도 있다며 자화자찬.
이제 겨우 8시 해가 뉘엇뉘엇 진 밤이 되었다. 나름 일요일 밤을 조금 여유롭게 보냈다며 집에 가는길에 맥주 몇캔을 더 사야겠단 호기로운 계획을 세워본다. 아들을 유모차에 앉히는 순간 불길한 느낌.
이건 비상이다.
얼마 전 시댁을 가는 길이었다. 남편과 아침에 약간 언성을 높인 후 가는 길이라 세상 불편한 40분이었다.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기보단 운전하는 남편 눈치를 보며 유튜브를 보여줄 수 밖에 없었다.
아기가 갑자기 멍하니 있더니. 아침에 먹은 딸기우유가 온 몸에 털썩. 한 두번은 아닌 일이라 항상 비닐봉지를 갖고 다니지만, 꺼낼 새도 없이 쿨럭쿨럭 모두 다 게워내고 말았다. 멀미 기운이 돌았나보다.
차 안에는 남편과 나의 정적이 잠시 흘렀고. 아들은 카시트에 몸을 기댔다. 안쓰러운 내아가. 이젠 이런 상황에 조금 익숙해진듯 위험한 부위(?)부터 닦아낸다. 카시트에 이미 흘러버린 딸기우유 토냄새가 차안에 가득하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이런 사고는 방심할 때 일어나더라.
오늘 저녁도 또 방심이 문제였다. 밥 한그릇을 싹싹 비운 애한테 설탕가득한 음료수와 과자를 들이 부었으니. 부끄럽게도 술한잔 편하게 먹고싶다고 유투브를 열심히 틀어주고, 바나나킥을 반절을 먹게 하다니.
게워냄의 시그널이 포착되었을 때, 집 앞이란 이유로 비닐봉지따윈 챙기지 않았던게 떠올랐다. 급한데로 술집 앞접시를 아이 입에 들이댔다. 이미 저녁밥까지 게워내기 시작한 아이에겐 역부족이었고, 그제서야 먹던 바나나킥 봉지에 게워내게 했다.
너덜너덜해진 멘탈을 잡고. 앞접시에 쏟아낸 것을 남은 음식을 포장했던 비닐에 쏟아부었다. 유모차에 이미 묻어버린 흔적은 어쩔 수 없었지만 남의 영업장에 튄 조각들은 빨리 해치워야했다. 불행중 다행으로 접시 외에는 크게 피해가 없었고, 가방 속의 물티슈를 모두 꺼내 쓰고 대충 닦은 후 집으로 후다닥 왔다.
우리는 철없는 부부. 또다시 아이에게 미안함을 건냈다. 아이가 뭘 알겠냐. 술 좋아하는 우리 부부가 그 한잔 먹겠다고 아이를 방치해버린 것이다. 누구 한명은 긴장하고 아이를 조절해야했는데 그새 발심했다. 방심의 순간은 늘 사고를 불러일으켰다.
해맑은 우리 아들은 편해진 속으로 푹 잠들었다. 바나나까까를 먹었다며 꼬물꼬물 말하는 입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또 다시 미안함이 쑥 밀려왔다.
유모차를 열심히 세탁한 후 너덜너덜해진 몸을 뉘였다. 아이가 토한건 그다지 큰 사고가 아니다. 다만, 왜 이렇게 아이에게 자꾸 방심을 하게 되는건지 내 스스로가 자책감이 든다.
어쨌거나 아직 아가고 24시간 보살핌이 필요하다. 그만큼 육아는 부모가 24시간 보초를 서야한다. 잠을 자도 언제나 깰 수 있는 긴장을 지켜야한다. 잠시라도 방심하는 순간 사고는 터진다.
그 사고가 다행히 아이가 아픈 것이 아니라는 것에 새삼 감사스럽다. 아이가 잘 커주고 있어서 자만하는 마음이 이런 방심의 순간을 만드는 것 같아 또 조금 괴롭다. 내가 잘 키운다기 보단 스스로 잘 크는게 맞는데, 그 지켜보는 과정도 이렇게 못하나.
육아는 전쟁같다. 전쟁을 겪어보진 못했지만, 방심하면 어디선가 문제가 생기는게 딱 비슷한 것 같다.
방심하는 순간 사고가 뻥 터진다. 사고의 경중에 차이가 있을뿐
사고의 순간 아이가 큰 문제 없는 것은 삼신할매가 도와서 그런거라더라. 삼신할매 있잖아요. 저도 아직 어린앤데 좀 도와주심 안될까요. 아기가 토악질을 하는 순간 미리 준비해둔 비닐을 바로 슉 건넬 수 있는 순발력이 필요해요. 24시간 긴장 속에서 살아도 지치지 않는 체력도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