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힘든데 둘째라고요?

나는 아무래도 좋은 엄마가 되지는 못할 것 같다.

by 콩새

누가 엄마가 '희생의 아이콘'이라 했나요

내가 엄마가 된 과정은 꽤나 험난했다. 예상치 못한 시기에 아기가 생긴 건 둘째 치고, 엄마가 될 준비가 하나도 안되어있는 게 분명했다. 아이를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엄마의 모습.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 난 그런 게 될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출산과정은 어찌나 험난한지. 출산예정일이 4일이나 지난날까지도 아기는 나올 생각도 없었다. 내 몸도 하나도 준비가 안되어있었다. 유도분만 30시간 실패! 최악의 출산이라던 유도분만 실패 후 제왕절개였다.


수축제를 너무 많이 맞아 수술부위는 퍼렇게 멍이 들었다. 입원 5일 조리원 14일 동안 온몸에 피가 다 빠진 사람처럼 하얗게 질려있었고 허리는 펼 수 없었다. 그 와중에 모유수유는 해보겠다고 안 좋은 어깨에 몸 다 상했다. 내 고통은 분담할 수 없었고, 오롯이 엄마가 되어버린 나만 있었다.


24시간 노동자

스스로도 '희생하는 엄마'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내가 그럴 수 없다는 건 곧 깨달았지만. 물론 내 가족들은 아기를 아끼는 만큼 나도 아껴주었다. 환영받는 식구였고 힘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 스스로의 회복시간을 앞당긴 건 아니었다. 몸도 마음도.


아이가 생긴 다는 건 그전에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전의 자유로는 절대 되돌릴 수 없다. 엄마가 된다는 건 '포기해야 할 게 많아짐'을 뜻했다. 친구에게 한 번은 그렇게 얘기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나를 갈구는 상사와 24시간 같이 일을 해야 하는 느낌이야" 나 스스로 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얼마나 힘들면 지긋지긋한 회사가 돌파 구니

엄마가 처음이었고 무서웠다. 하루하루가 예측 불가능. 난 육아휴직을 한 건데 마치 전업주부가 된 것 같은 눈치를 느꼈다. 스스로를 눈치를 줬다. 새로 변한 환경에 남편과 다투기도 일쑤. 스스로 풀지 못한 응어리는 남편에게 쏟아내 버리고야 만다. 서로 할퀴는 말만 난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아이가 돌이 지난 후 복직을 하기로 했다. 육아 유튜브와 서적에서 아이는 36개월까지는 엄마의 손이 필요하단다. 육아휴직을 좀 더 쓸까 생각도 했다. 난 그럴만한 인내심을 못 가졌다. 급하게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아가와 나의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회사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 약 2년 만에 돌아간 회사는 놀랍도록 똑같았다. 다시금 팀의 막내가 되었고, 선배들도 상사들도 똑같았다. 다시 내가 된 것 같았다. 6시에 기상하는 아가의 하루 밥 거리 간식거리를 챙겨두고, 놀다가 퇴근해서 바로 육아출근. 눈코 뜰 새 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끝냈지만, 사는 것 같았다.


임신과 출산은 비인간적이야

아이가 24개월이 되어가니 조금은 여유가 생긴다. 친구는 그새 둘째를 낳았다. 어른들이 내심 둘째를 바라는 눈치. 험난한 출산과정과 육아를 책임져주실 건가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아랫배에 지렁이처럼 남은 10센티의 흉터가 또 저릿저릿. 남편이 농담 삼아 둘째 얘기를 할 때마다 "오빠가 낳아주면 생각해볼게"


솔직히 말해서 육아는 좀 낫다. 왜냐면 아이가 이미 세상에 나와있다. 혹시라도 내가 무슨 일이 생기면 봐줄 사람은 있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은 다르다. 오롯이 엄마만이 견딜 수밖에 없는 아직은 덜 진화된 인간이기 때문이다. 난 혼자만의 고통을 절대 다시 겪고 싶지 않다.


얼마 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란 책을 우연해 봤다. '인공자궁'에서 유전자를 완벽히 조합해서 사람이 태어난다. 6개월까지 완벽히 양육하다가 집 앞에 배달. 비인간적이라고 느끼고 있었는데, 그럼 나의 힘들었던 임신과 출산보다도 더 비인간적인가?라는 물음이 들었다. 한 인간을 태어나게 하기 위해 최소 10달, 회복까지 최소 18개월을 나처럼 못 사는데 그것만큼 비인간적인 게 있나 싶었다. 비약이 너무한가.


한 아이에게만 최선을 다하련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가 있는 사람에게 '둘째는 생각 있어?'라고 물어본다. 그건 오히려 겸손하다. '둘째는 낳아야지' 당연하게 얘기하기도 한다. 왜 남의 인생에 당연함을 끼워 넣으시는 걸까요. 왈칵 화가 나려 하지만, 화가 나는 것 또한 뭔가 자격지심인 것 같다. 그냥 할 말이 없나 보다. 생각하기로 했다.


주택청약을 넣다 보면 신혼부부 특공도 애 둘은 있어야 하더라. 어린이집도 외동자녀는 가까운 곳에 보내지도 못한다. 그럴 때마다 애를 하나 더 낳아야 하나 순간 스치다가 스스로가 어이가 없다. 아니 무슨 둘째가 집과 양육의 수단이 되는 것도 아니고. 둘째가 생긴다면 난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할 거다.


곧 피임시술을 할 생각이다. 꼬물거리는 신생아들을 보면 너무 귀엽긴 하지만, 딱 거기까지. 그냥 한 아이의 엄마이자 여러 아이들의 이모로만 살란다. 공룡러버 귀염둥이 내꼬맹이만 데리고!


우리아가 최애 온몸에 공룡을 휘감은 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