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방황하는 사춘기 소녀처럼
MZ세대란 지식백과에 따르면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1992년생 올해 서른인 나는 M세대에 가까운 MZ세대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는 모바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MZ세대는 SNS를 기반으로 유통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MZ세대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실제로 이 정의를 찾는 나도 포털 사이트의 전자사전을 먼저 검색하곤 한다. 궁금한 건 포털사이트의 검색창을 먼저 찾게 되고,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매년 출간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2022년 판에는 MZ세대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할 말은 다 하고, 회사에선 1인분만 하는 그런 사람들. 꽤나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뭔가 끼인 것 같다.
내 어린 시절의 TV는 뚱뚱이 TV였다. 핸드폰이란 존재도 아빠가 쓰던 벽돌만 한 것이 처음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즘 핸드폰이 생겼을 땐, NATE로 연결되는 인터넷 버튼을 누르면 요금이 엄청 많이 나가서 빨리 종료를 누르곤 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카톡이란 존재는 없었고, 2학년 때 즈음에야 스마트폰이란 존재를 알게 되었다. 사실상 디지털화가 되는 것과 함께 자란 세대인 것이다.
우리 아기의 세대는 태어났을 때부터 인터넷은 항상 함께하는 존재이다. 18개월 즈음부터 스마트폰의 화면을 넘길 수 있고, 유튜브의 광고 화면을 넘길 수 있다. TV 채널에서 언제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할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지루한 부분은 내가 언제든 넘길 수 있다.
반면 우리 부모세대는 흙에서 뛰어놀고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자라 경제개발의 흐름을 타고 집도 차도 사고 자식 교육도 하게 된 세대다. 본인도 치열하게 살아왔고, 자식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공시키기 위해 투자를 할 수 있게 된 세대란 말이다. 물론 이들이 생각하는 교육이란 건 학생 때는 공부를 잘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하거나 좀 더 잘하면 소위 '사짜'들어가는 전문직을 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나는 이런 부모님 밑에서 성실한 친구였고, 학창 시절 공부도 못하지는 않았으며, 국내 10대 대학도 들어갔고, 대기업에 취업도 했다. 그런데 내 아이를 낳고 보니 세상은 매우 달라져 있었다. 이제 '성공'의 기준 같은 건 경쟁과 줄 세우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이제까지 나는 나의 이야기에 집중해본 적이 있었나?
갑자기 서른 줄에 자기 성찰이 시작되었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M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이 ‘자기를 위해 산다’인 듯하다. 하지만 그렇게 얘기하기엔 꽤나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하라는 대로 학습지를 풀고 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하고, 스펙을 쌓아 취업을 했을 뿐이다. 아직도 나는 내가 즐거워하는 취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여행을 가고, 운동을 하고, 즐거운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것을 좋아하긴 하는데 취미라는 고상한 말을 붙이기엔 나에겐 조금 ‘쾌락’의 영역이 큰 것 같다. 그냥 남는 시간을 자극적으로 보내기 위한 방법이랄까.
뭔가 그 자유롭고 할 말 다하는 MZ세대라 하기엔 나는 너무 고지식하다. 소위 말하는 꼰대인 것 같을 때도 많다. 물론 회사에서 꼰대 짓을 하기엔 4년 차인 지금도 막내 탈출을 못했지만.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게 정답이라 했던 부모님 아래에서 자라 따박따박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럼 다음 스텝은 도대체 뭘까?
아이를 잘 키우는 것? 회사에서 승진하는 것? 좋은 아내가 되는 것? 어렴풋이 떠오르는 목표들은 다 ‘나’를 위한 것은 빠져있는 듯하다. 이렇게나 고지식하게 30년을 살아왔단 말이다. 그런데 MZ라는 단어를 붙이기엔 뭔지 모르게 어색한 마음이 든다.
방황하는 사춘기가 다시 온 게 틀림없다.
삼십춘기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