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를 업데이트 했다.
가장 잘 팔린다(?)던 3~4년차를 지나치고 8년차에 되어서야 이력서를 업데이트 했다.
사실 이 이력서도 자의로 쓴건 아니었다.
명함 저장 앱으로 유명한 곳에 간략히 내 경력을 업로드해두었는데, 헤드헌터의 연락이 왔다.
나의 경력에 맞는 곳이 있다며 지원해보겠냐고 물어봐서 해보겠다 했다.
00년00월~ 00회사 00부서
여러 부서에서 일했던 경험이 단 2~3줄로 정리된다는 게 기분이 이상했다.
잊고 지냈던 그 때의 선배도 생각이 났고,
꾸벅꾸벅 햇볕 아래서 잠들고 있던 팀장님도 생각이 났다.
내 기억속에서 짜증났던, 뿌듯했던, 화가났던 일들은
이력서 속에서 무미건조하게 “00매출관리“ 등의 말들로만 남았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고민했던 나의 20대가 단 2~3줄로 정리가 되었다.
심지어 그 때 무슨 일을 했던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왜 결과보단 과정이 기억에 남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보단 감정이 더 뚜렷한지,
그 모든 일을 했던 것보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건지.
단 2~3줄을 쓰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입사 전 쓰던 ‘자기소개서’ 또는 ‘자소설’ 이라 칭했던 것과는 분명 달랐다.
자기소개서는 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는데,
8년차가 되니 이력서가 ‘어떻게 보여지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육아휴직으로 붕 떴던 경력은 어떻게 써야하는지,
잠시 스쳐갔던 프로젝트성 업무는 어떻게 써야하는지
고민과 고민의 연속이었다.
이력서 한 줄 쓰는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