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기억

: 산산이

by 해일



나무는 푸르고 하늘은 온통 파랗고 하얗다.

날은 또 왜 이렇게 좋은지 달을 꽉 채우고 온다던 장맛비는 온 줄도 모르게 저 혼자 왔다 갔다.

그 사이 나는 또 홀로 부서졌다 붙었다 가루가 되었다 도로 원형을 찾는 둥 내내 소란했다.

지난한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잊으려고 미뤄둔 기억만 또렷해지고 좋았던 기억은 모두 잊는 형상기억증에 걸린 것 같다.

속에서 엔진음이 들린다. 당장이라도 끓어터져 버릴 것 같은.

이토록 푸른 날 나 홀로 잿빛이고

이 아름다운 모든 날이 지옥이며

형태 잃은 사원마저 실은 내 것이다.

잃을 것도 없으면서 상실감뿐인, 초연한 병자와 같다.

이 마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