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 삶

by 해일




더 나은 삶을 갈망해 왔다

조금 더 불행하지 않은 삶

조금 더 마음 졸이지 않는 삶

언젠가는 해묵은 울화를 벗겨내고 온전함을 드러낼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살아가는 이 생의 먼지들이 온 살갗에 달라붙어

내가 그 해묵은 존재가 되어가는 줄도 모른 채 어쩌면 이상일 미래를 그려왔다

언젠가부터 좁은 곳만 보게 되더라 그게 마치 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더는 아프고 싶지가 않더라 그 고통은 아주 잠깐이고 고통에 걸맞을 괜찮은 보상이 있을 텐데

지나치는 모든 사람들이 적처럼 느껴지더라 호의를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마저도

그는 정말 날 돕고 싶어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멍청하다고, 도전하지 않는다고 매도했던 모든 일들에 합리화를 시도하더라

이런 게 나이 들어감의 지혜라고

그러면서도 나는 내 모순에 위화감을 느끼더라 일말의 양심은 있었던 걸까

나는 내가 뭘 어쩌고 싶은지, 사실은 명확하다면 명확하게 알고 있어

나 자신조차 나를 돕지 않아서 온 화가 자신에게 쌓일 뿐이야

더 나은 삶. 더 나은 공간. 더 나은 생각.

언젠가부터는 입을 다물게 되더라

내가 한 말을 거짓으로 만들기는 싫어서, 어떤 약속도 하지 않더라

나는 더 나은 비겁자가 되고 있었던 거야

내가 나를 비겁하게 만들고 있었던 거야

나를 도망시키고 싶었을 뿐인 거야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현실이 거짓말 같다

모든 불행은 불행을 몰고 온다는 사실이 기만 같다




엽서1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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