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러기

(좋지도 싫지도 않다)

by 해일


1.


미리 알아둬야 한다.

나를 잠재울 글을 쓰고 싶은지,

남을 울렁이게 할 글을 쓰고 싶은지.

실은 후자는 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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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양이를 만나지 못했다

상처를 가득 달고 다니는

실눈 같은 눈에 엉킨 털 고양이

벌써 못 본지가 한참이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

여전히 인간을 피하는지

도통 알 길이 없다

나만 그 고양이의 안부가 궁금한 것 같다

고양이는 날 마주쳐도 등 돌리고 걸어갈 텐데

나는 그 고양이의 등주름도 셀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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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불편함을 인정했다고

추접스럽지는 말아야 하는데

못나지 않는 법을 모르겠다

이런 건 단기특강으로 해결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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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비건, 책, 그리고 예민함.

고양이

재즈

비.

나의 무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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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책 들고 사진 찍지 마세요.”

이 말에 화가 났는지, 부끄러웠는지

아직 헷갈린다.

딱히 화가 날 일도 부끄러울 일도 아닌 것 같은데

어쩐지 둘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러다 서로 간의 예민함에 대해 생각했다.

예민한 사람 둘이 만나버린 것이다!

이제는 그 책방을 오기로라도 자주 가게 될지 어쩌면 아주 발길을 끊어버릴지,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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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비 오는 날이 좋다

눅눅해지는 색채들

눅눅해지는 마음들

우울한 낯으로 거리를 헤매는 우산들

젖은 공기를 뭉근히 헤매는 거짓들

그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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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눈물이 날 것 같다

이유는 (너무 많지만) 없다

넘쳐버린 충동과 후회를 탓할까?

어차피 바스러질 영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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