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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지 Aug 29. 2023

꼰대스러운 사람이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

MZ가 생각하는 권위와 꼰대

넌 나중에 나처럼 될 것 같아.
권위가 없어.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는 선배가 내게 말했다. 선배는 나보다 7살 많고, 그 이상의 경력 차이를 가졌다. 우리는 참 잘 맞는다. 작은 일에 행복해하기 때문에 함께 히히덕거리며 일상을 보내는 편이다. 별 것 아닌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점도 같아서, 누군가를 쉽사리 뒷담화하지도 않는다.

 "내 나이 되어봐~"

 라며 종종 하소연을 하기도 하지만, 선배는 나이를 무기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런 선배의 태도가 좋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가 나에게 말했다. 너는 나중에 나처럼 될 것 같다고. 권위가 없어서 기를 못 펴고 지낼 것 같다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선배가 권위적이지 않아서 좋고, 그렇다고 선배가 기를 못 펴고 지내지도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선배는 충분히 권위가 있고 겸손하다. 다만, 꼰대가 아닐 뿐이다.


 게다가 내 생각에 나는 꽤 꼰대스러운 사고를 가졌다.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지만, 생각을 쉽게 바꾸는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생각에 대해 바로바로 반박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상대방의 생각은 상대방의 생각대로 존중한다. 다만 내 의견도 그렇게 상대방이 존중하길 내심 바란다. 그래서 (내 생각에) 나는 꼰대가 아니다.




 말에 대한 권위는 어디에서 나올까? 그 말을 한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사람에 대한 권위는 어디에서 나올까? 어떤 경험, 직업, 자격, 지식을 가진 사람인지가 사람에 대한 권위를 부여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평소에 드러난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어땠는지가 사람의 권위를 결정한다. 아무리 자기 PR이 잘 되었더라도, 평소 말이나 행동에서 신뢰를 주지 못했다면, 권위를 얻기 힘들다.


 20대 초중반, 일을 시작하며 어린 나이와 외모가 콤플렉스로 다가왔다. 일부러 나이가 들어 보이는 옷을 입고, 뿔테 안경을 쓰고, 굽이 높은 (당시 생각에) 아줌마스러운 신발을 신었다. 그렇게 내가 대하는 사람들이 나를 볼 때, 조금 더 나이가 있고 경력이 많은 사람처럼 보길 바랬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그런 내 모습이 조금 부끄럽다. 경험도 경력도 없는 젊은 나이의 내가 내뱉는 말들이 나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드러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한다. 간혹 마케팅이나 브랜딩에 관한 강의에서 그럴듯한 단어들을 교묘하게 조합해 뻥튀기하는 모습을 볼 때면, 권위를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다. 가진 경험이나 능력에 합당한 권위를 부여하는 것은 괜찮지만, 문제는 그 이상의 권위를 스스로에게 부여할 때 생긴다.



 내가 부여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권위의 수준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권위의 수준이 다를 때, 많은 사람들이 꼰대로 변한다. 열린 귀와 마음으로 상대의 생각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당연하게도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관철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드러나게 되고, 이렇게 꼰대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반대로 누군가는 내 능력과 경험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즉, 내가 얻고 싶은 권위의 수준에 나를 맞춰 나가는 것이다. 이런 시간과 노력을 쌓아나가는 사람은 꼰대가 되기 어렵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권위가 생길 수밖에 없다.




 나는 권위 없는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다. 내가 내 권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내 말과 행동에서 권위가 드러날 수 있게 나를 만들고 싶다. 내 의견이 상대방의 의견보다 더 힘을 가져야 할 이유도 없다. 내 실력과 경험에서 우러난 판단이 옳다면 결과가 이를 증명할 것이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채워나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권위가 없을 예정이다. 나는 여전히 꼰대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꼰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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