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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지 Oct 25. 2023

거절이 어려운 딸에게

그리고, 나에게

거절은 어렵다. 6살 꼬마에게도.


울먹이며 말하는 딸의 고민은 이랬다.

"나 내일 OO이랑 거기 가기 싫어."


친구의 요청, 딸의 동의로

친구 엄마랑 약속까지 해 놨는데

엄마로서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나: 아.. 아까 싫다고 말하지 그랬어.

딸: 말할 수가 없었어.

나: 우리 딸이 거절하는 게 어렵구나?

딸: '거절'이 뭐야?

...

딸: 응 나 말할 수 있어. "싫어" 하는거?

그런데, 싫다고 말해도 계속계속 하자고 하면 어떻게 해?

나: 그럼 계속계속 싫다고 말하면 돼 :)



딸은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아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아채고,

거기에 알맞은 반응을 잘 한다.


눈을 꼭 감고 한 번은 싫다고 말해도

두번 세번 요청이 이어지면 거절하지 못한다.


아이에게 어려운 과제인줄 알면서도,

내일 유치원에 가서

직접 본인이 말하도록 권유했다.

          



내가 사용하는

'거절의 기술'을 슬쩍 얹어주고,

정 어려우면 안 해도 된다는 말도 함께.


그런데....

고민을 하고 잠든 딸이

"싫어!!!!"를 외치며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깬다.

두 번을 그렇게 깨서 엄마를 찾는다.



행복해지려면
'미움받을 용기'도 있어야 하네.
그런 용기가 생겼을 때,
자네의 인간관계는
한순간에 달라질 걸세.

미움받을 용기



어쩌면 나는 아이에게

'미움받을 용기'를 길러주고 싶은 것 같다.


마흔이 다 되어가는 나도


아직 거절이 어렵다.


사실은 오늘의 회식을 거절한 것도

엄마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언젠가 딸이 크면 말해 줘야지.


내가 서른 무렵이 되어서야 알게된 것들을

딸이 조금이나마 빨리 알길 바랄 뿐이다.




아이는 훌륭히 '거절 연습'을 완수했다.

(다행히 친구가 쿨하게 알았다고 했단다.ㅎ)


그리고 오늘은 몹시 잘 자고 일어났다.


거절은 연습이다.

거절 연습, 함께 해보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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