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찰리브라운 Oct 03. 2017

주말에는 '카톡 지뢰' 보내지 말자

바람직한 팀 문화 조성 (2)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역효과 난다

[사진 출처: 카카오톡]





Question


저희 팀장님은 주말에 수시로 카톡을 보내세요. 금요일 밤에도 하시고. 토요일 오후에도 하시고. 심지어 일요일 오전에도 하시고. 그런데 정말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면 이해하겠는데 그렇지 않은 내용이 더 많아요. 월요일 오전에 말씀하셔도 아무 상관없는 내용을 굳이 주말에 카톡을 보내서 팀원들을 괴롭히는 그 심보를 이해 못하겠어요. 왜 그러시는 걸까요?





Answer


아, 정말 괴로우시겠어요. 그 심정 저도 충분히 이해 갑니다.


제가 예전에 모시던 부사장님 한 분도 주말에 수시로 카톡을 보내셨습니다. 그런데 그게 별로 시급한 내용도 아니었어요. 가령 이런 거죠.


"내가 지금 어떤 책을 읽고 있는데 정말 배울 점이 많더라. 여러분도 꼭 한번 읽어봐라."

"지금 우리 회사가 처해 있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주말에 각자 생각해봐라."


그리고 이런 내용의 메시지를 한두 번도 아니고 주말 밤낮없이 수시로 보내니까 팀장들이 모두 힘들어했습니다. 밤늦게 문자 폭탄을 여러 번 맞은 한 분은 입사한 지 1년도 안 돼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퇴사하셨죠. 저 또한 '카톡 지뢰'에 몇 번 당한 뒤 사랑하는 와이프에게 그 괴로움을 호소했습니다.


[카톡 지뢰] 밤늦게 울리는 "카톡왔숑" 알림음에 혹시나 잊고 지내던 옛 벗(?)이 연락을 했나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카톡을 열어봤는데... 확인해보니 "카~붐!" 주중 내내 나를 괴롭히던 상사가 또 한 번 괴롭힘의 확인 사살을 위해 심어 놓은 폭탄이었다는... 쉣!


여기서 'Mine'은 '내 것'이 아니라 '지뢰'를 뜻한다는...


그러자 사랑하는 와이프는 제게 너무나도 충격적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신도 만만치 않아. 내가 그동안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설마 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동안 제가 팀원들에게 보냈던 카톡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주말에 보낸 메시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달에 서너 번은 있었네요.


하긴 생각해보니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희 부사장님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 의도가. 그래서 저는 사랑하는 와이프에게 변명했죠.


"나도 주말에 보낸 건 인정. 하지만 나는 부사장님과는 좀 달라. 나는 정말 우리 팀이 잘 되라는 뜻에서, 팀원들을 위하는 마음에서 보냈어. 팀원들의 답변을 봐봐. 다들 '주말에 고생 많으십니다', '몰랐던 사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변했잖아."


그러자 와이프 왈, "그 말은 '주말에 카톡 보내서 저희 고생시키지 마세요', '몰라도 되는 사실 알려주지 마세요'라는 뜻이야. 당신이 아무리 좋은 의도로 보냈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측에서 부담을 느끼면 그건 결국 팀장으로서 팀에 피해를 입히는 행동이야. 성희롱이랑 똑같아. 아무리 의도가 좋았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측에서 불편해하면 성희롱이 되는 것처럼."


'주말에 고생 많으십니다' = '주말에 카톡 보내서 저희 고생시키지 마세요'
'몰랐던 사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몰라도 되는 사실 알려주지 마세요'


사랑하는 와이프 말을 듣고 보니 저 또한 저희 부사장님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저는 그동안 카톡 지뢰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제 팀원들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를 팀원 입장에서 다시 읽어보니 제가 부사장님의 카톡을 받고 느꼈던 괴로움을 제 팀원들도 그대로 겪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동안 제 문자 폭행을 참아준 팀원들에게 죄송한 마음과 동시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카톡을 열었다가 지금이 토요일 오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카톡을 덮었습니다.


그 대신 저 같은 카톡 지뢰의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또 한편으로는 카톡 지뢰의 가해자로서 과거 잘못을 반성하는 마음을 담아, 카톡 지뢰의 폐해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목소리를 빌어서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저처럼 개과천선 하시기를 부탁드리며...




1. 주말에 경쟁사 매장에서 좋은 정보를 알게 되어 팀원들에게 알려주는 경우


(카톡왔숑) "경쟁사 매장에서 럭키 박스 이벤트를 하고 있네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어요. 사진 찍어 보내드립니다."


(팀장 의도) '내가 팀을 위해 주말에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네. 내 노고를 좀 알아줬으면 하네.'

 

(착한 팀원) '우리도 주말에 이렇게 경쟁사 매장 다니면서 일하라는 건가?'


(꼬인 팀원) '주말에 사진 찍어서 보내면 어쩌라고? 주말에 갑자기 이벤트 만들라고? 에이씨~.'


[제안] 자신의 노고를 알리려면 월요일까지 기다렸다가 알려주세요. 그때 알려주셔도 늦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말에 팀장님만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팀장님께서 일요일 낮잠 주무시는 사이에 팀원들은 경쟁사 매장 다니면서 벤치마킹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단지 그러한 사실을 카톡으로 전달하지만 않을 뿐이죠.



2. 월요일에 회의를 할 예정인데 미리 생각해 오라고 주말에 주제를 알려주는 경우


(카톡왔숑) "월요일 오후에 새로운 온라인 마케팅 방안을 논의하는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하려고 합니다. 각자 주말에 고민해 보시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오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팀장 의도) '월요일 오전에 갑자기 알려주면 팀원들이 당황할 수 있으니까 주말에 미리 알려줘야지. 그래야 팀원들도 충분히 고민한 뒤 올 테니까.'


(착한 팀원) '이게 주말에 카톡으로 알릴 만큼 중요하고 시급한 회의라면 목요일이나 금요일 중에 알려주지 왜 주말이 되어서야 카톡을 보내실까?'


(꼬인 팀원) '주말에 쉬는 꼴을 못 봐. 주말에도 일하라고? 야근 수당 네가 주냐? 에이씨~.'


[제안] 먼저 이 회의가 월요일에 꼭 해야 할 만큼 중요한 회의인지부터 생각해보세요. 정말 그렇게 중요한 회의였다면 목금 중에 팀원들에게 통보하셨어야죠. 만약 팀장님께서 주말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잡은 회의라면 월요일에 알려주시고 화요일에 회의를 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3. 밤 또는 새벽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팀원들에게 카톡으로 공유하는 경우


(카톡왔숑) "오늘 새벽 3시에 갑자기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눈을 떴습니다. 지난주 내내 우리 팀을 괴롭혔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공유해 드립니다."


(팀장 의도) '이 좋은 아이디어가 뇌리에서 사라지기 전에 공유해야지. 팀원들도 빨리 알면 고마워할 거야.'


(착한 팀원) '이런 걸 꼭 지금 보내셔야 하나? 우리는 맨날 카톡 대기하고 있으라는 말씀인가?'


(꼬인 팀원) '새벽 3시에 돌았나? 나보고 지금 답변을 하라는 건가? 잠 좀 자자. 에이씨~'


[제안] 좋은 아이디어를 잊어버릴까 봐 걱정된다면 메모해 두었다가 회사에 오셔서 말씀해 주세요. 팀원들이 빨리 알아도 별로 소용이 없답니다. 왜냐하면 한밤중이나 새벽에는 일을 안 하니까요. 참았다가 아침에 말씀해 주시면 팀원들이 더 좋아한답니다.



4. 좋은 책을 읽고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서 그 내용을 공유하면서 독서를 장려하는 경우. 주말에.


(카톡왔숑) "금요일 저녁부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될만한 좋은 내용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모두들 구매해서 꼭 읽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팀장 의도) '팀원들 지식 함양을 위해 좋은 책을 소개해 줘야지. 이처럼 팀원 생각해주는 상사가 나 말고 또 있을까.'


(착한 팀원) '이 책은 내가 좋아할 만한 책이 아닌데... 팀장님이 읽으시는 책까지 내가 읽어야 하나?'


(꼬인 팀원) '나보고 주말에 집에서 책이나 읽고 있으라는 건가? 너는 할 일 없으니까 책이나 읽어. 나는 아직 젊어. 주말에 놀 거야. 가만 내비 둬. 오우 쉣!'


[제안] 독서 취향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나한테 좋은 책이 다른 사람한테까지 좋은 책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책을 권하고 싶다면 주중에 그 책을 사주면서 권하세요. 독서는 사생활에 가깝습니다. 주말에 사생활에 간섭하는 행동은 좋지 못한 습관입니다.



5. 한 주 동안 수고 많이 했다며 다음 주에 더욱 힘내자는 내용을 보내는 경우. 주말에.


(카톡왔숑) "여러분 지난 한주 동안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여러분의 노고가 헛된 노력이 되지 않도록 우리 다음 주에는 더욱 분발해서 꼭 목표를 달성합시다. 내가 여러분의 팀장이란 게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팀장 의도) '팀원들이 주중에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내가 주말에 좀 북돋워줘야겠는 걸. 팀원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야지.'


(착한 팀원) '주중에 잠을 잘 못 자서 주말에는 좀 마음 편히 쉬려고 했는데... 이런 걸 꼭 주말에 쉬고 있을 때 보내셔야 하나.'


(꼬인 팀원) '나는 니게 우리 팀장이란 게 정말 쪽팔린다. 고마우면 술이나 한 잔 사! 말로 때우지 말고. 왓더X!'


[제안] 팀원들이 주중에 고생했으면 주말에는 가만 놔두는 것이 팀원들의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팀장님의 격려가 오히려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6. 주말에 좋은 음식점 가서 맛있게 먹었다면서 한 번 가족과 가보라고 권유하는 경우.


(카톡왔숑) "여의도에 새로 생긴 수제 햄버거 집에 다녀왔습니다. 덕분에 와이프한테 점수 땄습니다. 여러분도 시간 되면 친구들과 한번 방문해 보세요. 먹음직스러운 햄버거 사진 함께 보낼게요."


(팀장 의도) '좋은 맛집 발견했는 걸. 팀원들한테 알려줘야지. 내가 이래 봬도 주말에는 맛집 탐방 다니는 '젊은 오빠'야. 팀원들이 좋아하겠는 걸. 센스 만점인 팀장이라고.'


(착한 팀원) '팀장님은 참 좋겠다. 주말에 놀러 다니시고. 나는 밀린 집안일이나 해야지. 누구 약 올리시나.'


(꼬인 팀원) '그렇게 햄버거나 먹고 다니니까 띠룩띠룩 살찌지. 배는 남산만해서. 너나 먹어라. 업 유어 XX!'


[제안] 팀원들 약 올리시지 마시고 그냥 혼자서 조용히 드세요. 아니면 주중에 팀원들 데려가서 한 번 거하게 쏘시던가요. 그리고 이왕 쏘시든 것 한우 등심으로 하시죠. 햄버거는 좀 약하죠.





저희 친척 아주머니 중 한 분은 명절에 친척들 다 모여 있는 장소에서 사람들 연봉을 물어보세요. "연봉은 얼마 받는데?" 하시면서요. 그러면 그분 아들이 그러죠. "아유, 엄마. 그런 질문 하지 마! 실례야!" 그러면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세요. "어머, 어떠니? 괜찮아.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런 것 같아요.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것을 상대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카톡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안


주말에는 카톡 지뢰 보내지 맙시다. 그게 팀원들을 위하는 길입니다. 주말에 카톡으로 격려하면 팀원들이 좋아할 것 같죠? 그렇지 않습니다. 잘 자고 있는 사람의 방문 열고 깨워서 "잘 자!"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팀원들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주말에 카톡 받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톡을 보내야겠다 싶으시면... 사장님께 보내세요. 감사의 메시지를 듬뿍 담아서. 토요일 새벽 4시 반에 한 번 보내보세요. 


건투를 빕니다.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주말에 보내는 카톡 지뢰는 그 의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역효과가 날 수 있다.

2. 따라서 시분을 다투는 시급한 일이 아니라면 주말에 보내지 말고 참았다가 월요일에 알리는 것이 좋다.

3. 우리 모두가 카톡 지뢰의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일 수 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반성한다.





추신


오늘도 역시 최근 창업한 회사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희 회사는 아직 땅꼬마 신생 스타트업입니다. 직원이라고 해봤자 딸랑 6분에 불과하고요. 하지만 이분들이 모두 나름 이 업계에서는 한가닥 하시는 분들이라서 일당백의 내공을 갖고 계십니다. 내공이 센 만큼 회사에 대한 기대치도 높고요. 


저랑 또 한 분의 공동대표는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데 직원분들 입장에서는 100% 만족스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세상에 100% 만족스러운 직장은 없겠죠. 하지만 근무환경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려는 좋은 뜻에서 대표들과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허심탄회 소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허심탄회 소통의 시간이란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좋은 기업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에서 그동안 회사에 대해서 하고 싶었던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시간'입니다. 동어반복인가요? 장총은 길어, 돼지는 뚱뚱해 수준의... 어쨌든...


이날 나온 얘기 중의 하나가 "주말에 카톡 보내지 말자"였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죠. 한때 주말 카톡의 피해자로서 "주말에는 '카톡 지뢰' 보내지 말자"라는 제목의 글까지 썼던 저로서는 '내가 또 카톡 지뢰를 뿌렸나?'하는 생각에 순간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직원분들은 "주말에 카톡을 보내서가 아니라 혹시나 앞으로 주말에 카톡을 보낼 것에 대비해서 이런 제안을 하게 됐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당당하게 "저도 주말 카톡의 피해자입니다", "그런 제가 주말에 카톡을 보내겠습니까?"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단서는 달았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이라는.


우리 모두 주말에는 카톡 공포로부터 해방됩시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감하시면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도록 공유 부탁드립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바람직한 팀 문화 조성 시리즈

(1) 한국과 미국은 브레인스토밍이 다르다 - 브레인스토밍을 제대로 하자

(2) 주말에는 '카톡 지뢰' 보내지 말자 -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역효과 난다

(3) 남의 떡이 커 보여도 내 입맛엔 내 떡이 최고다 - 우리 직원 의견을 귀담아듣자

(4) 직원을 뽑았으면 잘하는 일을 시켜라 - 직원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과 미국은 브레인스토밍이 다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