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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리따 Feb 16. 2023

겨울은 세탁기다

글쓰기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하나의 키워드로 떠오르는 단어를 적어보았어요. 주어진 키워드는 '겨울'이었습니다. 방학, 눈, 크리스마스, 이사, 세탁기, 온수매트, 군고구마, 김치, 연탄, 장박, 난로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제가 적은 단어로 문장을 만들어 보았어요. 

'겨울에 강원도로 이사오니 세탁기 돌릴 때마다 날씨를 살펴야 한다.'

'이사 오고 나서 캠핑 장박을 하려고 하니 눈이 많이 와서 장박지 찾는 게 쉽지 않다.'

'온수매트 위에서 군고구마 먹는 일, 그게 바로 행복이다.'


그리고 또 하나 적었습니다. '겨울은 세탁기다'

강원도라서 날씨가 많이 추워요. 작년보다 올해가 더 추운 거 같아요. 처음 이사 왔을 때에도 세탁기 돌리는 일이 겁났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에게 물어봤지요. 날씨 상관없이, 아침부터 돌린다고 합니다. 그때부터는 저도 마음 편하게 작동 버튼을 눌렀어요. 올해는 관리사무소에서 방송이 나옵니다. 날씨가 추우니 동파 방지에 신경 써달라는 내용입니다. 문득 세탁기가 걱정이 됩니다. 다시 소심해졌어요. 만약 일이 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지니 따뜻한 날에 돌리기로 합니다. 물론 그전에 또 물어봤어요. 학원 선생님 께요. 추워서 조심한다고 하셔서 바꾼 이유도 있습니다. 


학창 시절에 많이 들었습니다. 겨울의 특징 중 하나, 삼한사온을요. 사온일 때 빨래를 돌립니다. 바구니에 한가득 모아져 있어요. 사온 중 나눠 돌리지 않고 몰아서 돌립니다. 밝은 색 옷과 어두운 색 옷, 수건까지 세 번입니다. 모두 다 서랍에 빈자리가 많이 생겼어요. 안 돌릴 수가, 오늘내일로 나눠 돌릴 수도 없습니다. 언제 처음 시작을 하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최소 두 번은 빨래를 해요. 사온의 시작 날, 마지막 날 우리 집 세탁기는 열일하느라 바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다시 추워지면 영하 17도, 낮에도 영하 8도 정도 되니까요. 


이렇게 돌아가는 세탁기를 보고 있으면 세탁기가 곧 나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쉬지 않고 달리기 때문이죠. 패턴이 있어요. 월요일에서 목요일 오전 정도까지는 제법 잘 보냅니다. 계획대로 일을 해 나가죠. 새벽 기상이 잘 되니 하루 계획대로 지켜내는 편입니다. 하루도 살펴보면, 새벽부터 밤에 잠자기 전까지 쭈욱 달립니다. 제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집안일을 소홀할 수 없어요. 오후에 쉬어가는 시간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휴식 시간은 아닙니다. 이 일이 되풀이되니 저는 두세 번 돌아가는 세탁기를 보고 저를 떠올린 것이지요. 


그럼 저는 휴식은 언제 할까요? 몸이 피곤하면 합니다. 피곤해야 한 20분 정도 쉽니다. 주로 오후예요. 특별한 이벤트 없이 보내는 주는 휴식 없이 밤에 잠만 잘 자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병원 진료, 2박 3일로 일정, 주말에 쉬지 않으면 몸이 피곤해하더군요. 쉴 때는 마음 편하게, 머리 복잡하지 않게 보내려고 해요. 그래서 책을 읽고, 재미있는 유튜브도 보고, 안마의자에 앉기도 합니다. 


겨울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첫 문장을 적었을 때, 나도 세탁기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강제 휴식입니다. 세탁기도 쉬고 싶어서 쉬고 몰아서 일하는 건 아닙니다. 추운 날씨 때문에 강제로 쉬는 거지요. 저도 매일 억지로라도 휴식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 쉬면 효율도 좋지 못하고, 몸 컨디션도 안 좋아요. 이 점을 알면서도 일하고 있으면 '이까지만'을 계속 반복했어요.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겠어요. 편하게 안마의자에 앉고, 낮잠도 자고, 가만히 누워있는 일. 이렇게 하루 2-30분의 시간만 가져도 에너지가 충전되지 않을까요? 

아이들 겨울 방학이 있듯, 

세탁기는 강제 휴무가 있듯

저는 시간을 정해 휴식을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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