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다이어리, 다시 설레게 만드는 법

일기

by 벨리따

우리 부부, 결혼 10년 6개월 동안 한 침대에서 잔 날이 대략 300일. 어제는 다시 한 침대에서 자기 시작한 첫날. 남편은 신혼 때 같다고 했다. 어색하다고도 몇 번 말했고.

결혼할 때부터 주말부부였던 우리. 남편은 월요일이면 안동으로 갔다. 수요일 밤에 다시 내려왔고, 금요일에는 주말을 보내기 위해서 왔다. 주말부부였지만 화요일 빼고는 잠깐 얼굴이라도 본 셈이다. 시환이가 태어나고 50일 후에 남편은 대구로 왔다. 오면 뭐 하나. 대부분 타 지역으로 가는 출장 업무인 것을. 원주 오기 전까지 우리는 주말부부로 지냈다. 결혼 7년 만에 매일 얼굴을 보는 가족이 되었다. 남편은 주말이 되어야 집에 오고 아이 둘은 나 혼자 키워야 하니 안방에서 같이 잤다. 첫째가 초등학교를 가면 방 만들어주려 했는데 아이가 싫어한다. 아직 무섭다고 했다. 그게 1년, 2년이 지났다. 4학년이 올라갈 때 다시 물으니 6학년이 되어야 방을 갖는다고 했다. 열흘 전, 시환이와 서하가 같이 자려고 누웠다가 동생의 말 때문에 속상한 일이 있었던 시환이. 자기 방에서 자겠다고 했다.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 속전속결로 방 분리를 했다. 주말에 가구를 옮겼다. 일요일에는 서하가 무서워해서 안방에서 남편과 같이 잤다. 어제 월요일은, 혼자 잤다. 우리 둘, 안방 침대에 누웠다.

나도 어색했다. 깨어 있는 사람이 옆에 있는 건 얼마 만인지. 아이들이 안방에서 잠을 잔다고 했지만, 나는 같이 자지 않았다. 새벽에 일찍 일어난다는 이유로 옷이 있는 방에서 혼자 잤다. 안방에서 자더라도 시환이가 자고 나면 들어갔다.

어제는 남편이 깨어있다. 이리 와 보라며 신혼 같지 않냐고 말하는 그. 싱글 침대 네 개를 주문했는데 우리 건 취소하고 이렇게 자면 안 되겠냐고 한다. 반면 나는, 그냥 내 자리에서 자고 싶은데.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자고 싶었다. 우리 침대도 싱글로 산 게 다행이다 싶다. 적어도 계속 안고 잘 일은 없겠지.

남편의 말이 자꾸만 맴돈다. 신혼 같다는 말. 어떤 일을 하든 설레는 마음이면 얼마나 좋을까. 3년 6개월째 쓰고 있는 다이어리도 이런 감정을 느끼면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감정.

다이어리를 쓰고 2년 가까이 시간으로 하루를 관리했다. 할 일을 나열하고, 그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순서대로 시간에 맞춰 하루를 보냈다. 지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이렇게까지 안 하고도 다른 사람들은 잘만 사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빡빡한 하루가 싫었다. 다이어리를 쓴 내용으로 개인 저서를 출간했다. 내 책을 읽은 지인이 나처럼은 못하겠다고 말했다. 바꿔야겠다 싶었다. 나를 위해서도 또 그들을 위해서도. 할 일 위주로 관리했다. 이제 시간을 정하지 않아도 할 일은 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내가 쓰는 이 양식 중 '쌓아가는 하루'에 해당하는 부분이 오늘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일이 이 목록에 있다. 적을 땐 네 개, 많을 때는 일곱 개까지 한다. 이것만 끝내면 나는 하루를 잘 보낸 거나 다름없었다.

이제 또 한 번 바꿔보려 한다. 특정 시간에 감정을 느끼게 말이다. 예를 들면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서 글쓰기.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어 가지는 차 마시는 시간. 유쾌함을 누릴 수 있는 강아지 쏘니와 놀기. 변화를 기대하는 목적으로 운동. 이런 식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한테 하는 질문도 달라져야겠다. 글 쓰고 나면 쓰는 동안 흡족했는지, 차 마시는 동안 마음이 편안했는지.

지금 잘하고 있는 일도 싫증 나거나 게을러지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그 첫 번째 이유로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연애할 때도 상대에게 익숙해지면 더 이상 눈에 특별한 점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게 반복되면 마음이 시들해진다. 다이어리를 매일 쓰기 시작한 초반에, 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삼 일을 쓰고, 일주일을 연속으로 적으면서 좋았던 그 감정은 어디로 갔을까? 매일 잠을 잤듯, 다이어리도 빠지지 않고 썼다. 10년이 지나서 다시 같은 침대에 누우니 어색도 하면서 설렌다. 내가 느끼고 싶은 감정과 그 감정을 유도하는 일을 중심에 두기. 하루를, 시간을 내가 어떤 감정을 만나고 싶은지를 묻고 여기에 맞는 행동을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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