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생일을 깜빡한 날

어제 있었던 일

by 벨리따

‘잠깐만, 그 날 서하 생일이잖아? 깜빡했네. 가도 괜찮을까? 지금이 아니면 8월이 되어서야 만날 수 있는데.’

애 둘 키우고 둘째가 아홉 살이 되면 이걸 잊어버릴 수도 있나? 이해가 안 가기도 하지만, 두 시간 뒤에 다시 네 생일인 걸 알았다는 사실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6월 21일. 딸 생일이다. <엄마 한잔하고 올게>를 쓴 작가들과 만나자고 얘기 한 적 있다. 나는 이날 빼고는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같이 쓴 작가들은 이날만 된다고 한다. 일정 마치고 대구로 가면 저녁 9시는 넘는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도착하는 시간은 같다. 결국, 언니들이 제천으로 올라오기로 했다. 그러면 6시부터는 같이 놀 수 있으니까.


딸 생일날 일정이 하나 있다. 오후 3시에 수송기 탑승이다. 원주에서 스페이스 챌린지가 열리는데 올해는 운 좋게도 수송기 탑승에 당첨되었다. 원주는 4월에 열리기로 했으나 내부 사정으로 한차례 연기됐다. 그 날이 딸 생일이다. 생일날 수송기 탑승이라니!

딸 생일 날짜가 좋은 건지 일정이 또 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잠실 교보문고에서 작가 사인회가 있다. 글쓰기 수업을 듣는 ‘자이언트 북 컨설팅’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서점에서 사인회를 한다. 올해는 한 번도 가지 못했다. 고민 끝에 딸과 군 수송기를 타기로 했다. 공항에 도착하고 집까지 가는 시간, 또 만나는 장소까지 이동하면 괜찮겠다 싶었다.


약속 정하고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취소했다. 아무리 엄마가 주말에 1박 2일 일정으로 지인들 만나고 온다 하더라도 자기 생일에 가는 건 싫어했다. 남편도 그 주 주말에는 출근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남편에게 일이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약속부터 잡았던 것이다. 게다가 서하 생일까지 잊어버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일단 얼마 전에 6월 월간 다이어리에 일정을 적으면서 서하 생일은 빠뜨렸다. 수송기 탑승만 적었다. 여기에 언니들이 이날만 된다고 하니 다른 선택권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번이 아니면 한 달 넘게 볼 수 없으니 나도 맞춰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약속을 금요일에 잡으면 어떨까 싶어 시환이에게 부탁했다. 축구 코치님께 주말에 경기 일정 있는지 물어봐 달라고. 남편이 생일에 집에 들어올 수 있을지 확실하지가 않으니 우리가 숙소로 가도 괜찮을 거 같았다. 13일 금요일에도 약속을 잡을 수가 없다. 14일에 축구 대회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20일 금요일에 대구에 내려갈 수도 없다. 아침 일찍부터 원주 공항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한여름에 봐야겠다.


서하한테는 미안하다. 일 년에 한 번뿐인 생일을 깜빡 하지를 않나, 파티를 다음 날 하자고 하지를 않나. 서하 입장에서는 섭섭할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나도 참 어떻게 딸 생일을 깜빡하는지. 아무리 요즘 정신없이 지낸다 하더라도 이건 아니지. 생일이어도 장난감 사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네. 좋아하는 카피바라 용품을 선물을 준비해야겠다. 이번 일로 앞으로 서하 생일은 깜빡하지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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