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처음으로 친구들과 놀았다

어제 있었던 일

by 벨리따

11시에 만나서 6시에 헤어졌다. 일곱 시간 논 거네. 아들만 먼저 나왔다. 다른 친구들은 더 늦게까지 놀 수 있었다. 집에 손님이 오기로 해서 나는 아들을 데리고 가야만 했다.

친구들과만 논 거, 이번이 처음이다. 4학년이 되어서야 친구들과 편의점도, 노래방도, 만화방도, 뽑기 방도 가봤다. 이런 경험이 처음인 이유가 있다.

하나, 아이는 학교 근처에 살지 않는다. 학생들은 원주 곳곳에서 온다. 학교 근처에 산다고 해서 가는 학교가 아니지만 아무래도 걸어서 등하교가 가능한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많다. 입학이 확정되면 학교 근처로 이사하기도 한다. 우리는 차를 타야만 하는 거리에 있다. 아들을 통해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은 주말에 만나 놀이터에서 만난다고 한다. 아들 전화번호를 아는 친구가 몇 명 없으니 친구들끼리 놀아도 아들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둘, 우리가 주말에 바쁘다. 1학년 때는 대구에 몇 번 갔었고, 놀러도 다녔다. 2학년부터는 축구 훈련하러 가거나 대회하러 다녔다. 5월에 다섯 번의 주말이 있었다. 우리는 그중 한 주 빼고 모두 일정이 있었다. 아들도 우리가 언제 대회가 있고, 다른 일정이 있는지 알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왔다 하더라도 먼저 못 간다 했을 테다.

셋, 내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학교 친구들은 주로 학교 근처에 많이 사니 우리가 데려다줘야 한다. 그렇다고 아이들끼리 노는데 내가 옆에 계속 있을 수도 없는 법. 위험하게 놀지 않을까, 흥분해서 놀다가 다치지는 않을까, 길을 건너지 않을까 이런 걱정들 많았다. 이제는 아들도 제법 안다. 혼자 보내도 괜찮겠다 싶어 4학년이 되어서야 보냈다. 그런데, 아들이 친구들과 논다고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넷, 아이는 폰을 늦게 가졌다. 친구들끼리는 문자, 카카오톡, 전화를 하며 만나 논다. 아들은 폰이 없으니 연락할 방법이 없다. 친구들이 아들과 놀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아들도 주말에 심심할 때가 있었는데 친구들 만나고 싶어도 약속 잡을 수 없었다.

폰은 2학년 연말에 생겼다. 극히 소수에게만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방학 때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라 그래도 하지 않았다. 집에 있으면 책 봤다. 며칠 전에 친구들끼리 놀았다는 말에 아들도 놀고 싶었다. 폰 번호를 알고 있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하고만 연락해서 나간다. 아들 등하교를 우리 부부가 하고 있고, 나도 오후에 아이를 볼 수 있어서 폰이 필요하지는 않다. 이런 이유로 사주지 않았더라면 주말에 친구 만나는 즐거움을 몰랐으리라.

다섯, 교과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아이들 얘기를 들어보면 같은 영어 학원, 수영 학원, 수학 학원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 학교에서도 보고, 학원에서도 만난다. 친하면 아이들끼리 아니면 부모 통해서라도 연락한다. 아이는 현재 축구 학원 하나만 다닌다. 학교 끝나고 나면 끝이다. 그렇다고 학원에서 친하게 지내는 것도 아니다. 아들도 친구들 모임에 낄 생각을 하지 않았고, 친구들도 부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찾아보면 이유가 더 있겠지만 이 중에서도 비중이 높은 게 있다. 주말마다 일이 있는 것 그리고 편안하지 않은 내 마음. 금토일 삼 일이 휴일인 이번 주. 어디 다녀야 하는 일, 하루 종일 집을 비워야 하는 일이 없다. 더군다나 나도 아이를 믿을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나도 이제 아이의 삶에서 한발 물러서야 할 때인가 보다. 이제 시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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