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뭐든 한 가지만 있으면 선택의 고민은 없을 텐데 두 가지 이상이 되면 더 나은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형편에 먹을 수 있는 반찬이 김치뿐이었을 때는 불평 없이 먹었다고 하는데 여러 개의 선택지가 생기니까 투정도 하게 되고 엄마는 뭘 해야 하나 찾아봅니다. 일기 쓰기도 매 한 가지입니다. 학교 숙제로 할 때, 친구와 우정 일기를 쓸 때는 선택지가 종이뿐이었습니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지요. 쓴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어디에 쓸지도 정합니다. 처음부터 한 가지를 정해서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중간에 바꿨거든요. 직접 한 후에 장단점을 비교해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각각의 장, 단점에 대해서 적으려고 해요. 내용을 보시면서 어디에 해당이 되고, 무엇을 선택하는 게 더 좋을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종이와 펜으로 적었을 때의 장, 단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종이에 쓰는 최고 장점은 종이의 질감과 펜으로 쓰는 느낌이라 봅니다. 디지털 기기로 책을 읽을 수 있지만 종이책을 선호하는 분이 여전히 있습니다. 전자책 리더기는 휴대하기 좋고, 책 보다 가볍습니다. 구독권이 있으면 권수 제한 없이 볼 수 있어요. 어떤 책인지 궁금할 때 검색해서 내용을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을 선택하는 이유는 종이의 촉감, 냄새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건 아직 전자 기기가 종이책을 대신해 줄 수 없어요. 입체로 인쇄된 표지를 손으로 느껴보는 것. 책 앞과 뒤를 번갈아 가며 책 표지와 내지의 질감을 손끝으로 만져보는 것. 종이를 펼쳤을 때의 향기는 오직 종이에서만 가능합니다. 일기 쓰기는 적는 행위이니, 펜으로 쓰는 느낌까지 더해지겠죠. 굵은 펜으로 썼을 때의 글자는 0.28밀리미터 굵기로 나오는 펜으로 썼을 때와는 다릅니다. 어떤 종이인지에 따라, 펜 잡는 방법에 따라서도 글자는 달라집니다. 쓰면서 눈으로 보는 이 재미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또 좋은 점은, 종이에 적을 때 아이디어나 생각이 떠오릅니다. 눈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어제, 오늘 일을 적는다고 해서 무조건 이 내용만 적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요. 문제에 대해서 적고 있다면 해결 방법이 생각날 수 있어요. 노을에 관해 적고 있다면 예전에 봤던 노을 이야기를 쓸 수도 있어요. 지금과 예전에 봤던 노을을 보는 관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적으면서 달라진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꾸준히 써서 쌓이면 자산입니다. 책장에 책 꽂혀 있으면 읽지 않더라도 뿌듯하잖아요. 이삿짐 옮기는 직원들은 싫어하지만 집에 오는 손님들의 반응은 반대입니다. “우와! 책이 엄청 많네요.” 하면서 눈이 커집니다. 책뿐만이 아닙니다. 취미로 모은 우표 수집 기억하시나요? 제가 서른 살에 그림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요, 선생님은 여전히 우표를 모으고 있었어요. 최근에 산 우표라면서 우표집에 넣더라고요. 집에 여러 권 있다고 했습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우표집을 생각만 해도 대단하더라고요. 일기장도 쌓이면 자산입니다. 한 권, 두 권, 세 권 만드는 게 힘들지만요. 하지만 어릴 때 쓰던 것보다 조금은 내용이 더 깊어지게 됩니다. 여기에서 성장을 느끼고 보상의 기쁨을 만끽하시면서 쓰면 습관으로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
종이에 썼을 때 단점도 있습니다. 하나는 찾고 싶은 내용이 있을 때 바로 찾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하나씩 다 읽어볼 수도 없고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한 번씩 이전에 썼던 일기를 읽어보는 겁니다. 기억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완벽할 수는 없긴 합니다만,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나 중요한 사항은 형광펜으로 표시해 두면 좋겠죠?
또 하나 단점은 많이 쓰면 손이 아파요. 노트에 많이 적던 시절, 오른쪽 중지 손가락을 보면 펜이 닿는 부분은 살짝 들어가 있었어요. 큰 노트에 가득 채우려고 할 때는 손목도, 손가락도 아파서 손을 쥐었다 폈다 한 적도 많았습니다. 크게 욕심내지 않는 게 중요하겠더라고요. 손을 많이 쓰는 일을 해서인지 손목 치료를 받고, 보호대를 했던 적도 있었어요. 아프니까 쓰는 게 불편하고, 그러니 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더라고요. 습관을 형성한 이후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랬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쓰다가 말다가 하면 보관하기가 애매해집니다. 버리자니 아깝고, 두자니 누가 읽을까 봐 보이는 데 두기도 싫어요. 한 권이더라도 공간은 차지하고 볼 때마다 못 했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는 또 다음에 도전할 때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다른 일에서의 자신감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는 디지털에 적었을 때의 장, 단점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펜슬을 이용해서 적는 것과, 타자를 치는 형태로 나눌 수 있어요. 여기서는 타자로 치는 경우를 말씀드릴게요. 블로그처럼 공개하는 일기든, 비공개로 발행하는 글, 노션처럼 기록을 할 수 있는 앱에서 남기는 경우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첫 번째 장점은 검색이 용이합니다. 종이 일기를 쓰고 찾아보는 일이 많으시는 분들은 디지털에 기록을 하는 게 좀 더 유용하겠죠. 다만, 그만큼 키워드도 잘 잡고 가야 합니다. 저도 검색을 이용해서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단어로 검색하니 나오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본다면 종이에 쓰는 일기의 단점을 완전히 메워줄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거 같습니다.
두 번째 장점은 보관할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요. 노트를 수북이 쌓을 필요가 없는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강의 목적도 있기 때문에 아날로그에 쓰는 걸, 모아 놓은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요. 종이 일기장의 보관에 대해 우려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확실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아기자기하게 꾸미시는 분들이 좋아할 부분인데요, 사진이나 그림 삽입이 쉽습니다. 종이 일기장에는 붙이려면 출력을 해야 하지만 디지털에서는 파일을 가져오거나 복사하면 되니까요. 글과 사진을 같이 보면 좀 더 기억이 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 애완동물을 키우는 분들은 사진과 글을 같이 남기면 성장 과정을 볼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는 종이를 쓰고 있는 분들이 느끼는 불편한 점이 아닐까 싶어요. 바로 수정이 용이하다는 겁니다. 지우고 다시 쓰면 되니까요. 그런 면에서 종이에 쓸 때는 좀 더 신중하게 적습니다. 저는 잘못 썼다고 생각되는 글도 이제는 지우지 않습니다. 네모 테두리를 그린 후 돼지 꼬리를 그려 삭제 표시를 하는데요, 이 또한 나중에 보면 재미있더라고요. 잘못 쓴 과정도 재미있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은 빼고. 장, 단점이 있으니 스스로 판단해 보시길 바랄게요.
다섯 번째는 접근성이 좋습니다. 폰과 태블릿 그리고 컴퓨터에서 연동할 수 있으니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종이 일기장은 쉽게 가지고 다니지 못하잖아요. 어디 두고 누가 볼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이 기기는 잠금을 풀어야 하는 과정을 거치면 일기를 볼 수 있습니다. 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에서 일기장을 여러 수시로 기억할 수 있고, 특히 대화나 순간 드는 생각을 바로 적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여섯 번째는 종이에서 담지 못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음성, 동영상입니다. 녹음, 영상으로 찍은 자료를 첨부할 수 있어요. 글로 적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하나하나를 담으려면 노력을 해야 합니다. 반면 디지털에는 자료로 올릴 수 있어요.
제가 생각한 단점은 알림 소리에 반응하게 된다는 겁니다. 뭔가를 하다가도 폰에서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는 소리에 반응한 적이 있을 겁니다. 알림 글 하나만 보는 일도 있지만 다른 앱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보며 삼십 분씩 보내기도 합니다. 일기 쓸 때 방해되는 요소입니다. 적지 않더라도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는 시간과는 다릅니다. 일기 쓰기와 관련이 없는 일을 한 것이니까요. 방해 금지 모드, 타이머를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자극적이나 호기심 가는 문구에 반응은 하게 되더라고요. 매번 지킬 수만은 없는 일이라서 이 부분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일기를 어떻게 쓰고 있을까요? 처음에는 노트에 썼어요. 뒷면에 비치는 것도 싫고, 쓰다 보니 손가락이 아픈 거예요. 엄청나게 불편해서가 아니었어요. 작은 일인데 저한테는 거슬려서 디지털로 옮겨가게 됩니다. 일기 쓰는 전 과정을 다 디지털로 가지고 간 건 아니었습니다. 노트나 다이어리에 어떤 내용을 적을지 대략 적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는 글쓰기 연습을 위한 목적이 컸습니다. 그래서 글쓰기처럼 하기 위해서 종이에 스케치를 하고, 글은 블로그에 적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좋은 점이 있었습니다. 먼저 매일 쓰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의 반응이 없더라도 제가 일기 쓰는 걸 알고 있었어요. 코로나에 걸려서 잠만 잤을 때가 있는데 일기를 쓰지 않으니까 묻는 사람이 있었어요. 누군가는 지켜본다는 사실, 그것 때문이라도 또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또 좋은 점은 검색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블로그에 적고 있으니 단어로 검색하면 찾을 수 있어요. 또한 제가 찾지 않더라도 같은 날에 쓴 이전의 글을 블로그 앱 홈 화면에서 볼 수 있는데요 1년 전, 2년 전의 글을 보니 생각이나 글이 달라졌다는 것도 알 수 있었어요. 잊고 있었던 과거가 생각나는 건 기본이고요. 검색과 1년마다 글을 볼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반대로 종이에는 아무 얘기든 적었는데 블로그에는 모든 얘기를 적을 수는 없었습니다. 종이에 아무 얘기를 적을 수 있었던 건, 아무도 제 일기장을 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이렇게 적다가 블로그에서는 못 적으니 답답하기도 했어요. 글로 적어서 부정적인 감정을 바꿔야 하는데 당사자가 볼까 봐 남기지를 못하겠는 거예요. 그래서 글을 분리시킵니다. 포스팅 두 개 합니다. 하나는, 비공개로 발행버튼을 누르는 거죠. 이렇게 해야 나중에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쓰고 저장만 해두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첫 번째 목적이었던 글쓰기 연습이 가능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일기 쓰기의 효과도 알 수 있었어요. 일단 저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습니다. 주로 제 얘기를, 가족 얘기를, 주위에 있었던 얘기를, 내 생각을 적으니 자연스레 알게 되는 거 같아요. 또, 쓰면서 과거와 달라진 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반성과 성찰을 하게 되는데요 이런 과정들을 반복하면서 좀 더 나은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저라는 사람도 좋아지게 되더라고요. 이건 어디에 쓰는가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내용을 담느냐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기본은 솔직하게 쓰기이고요. 디지털 일기장이 있으니 어디에 써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이 있어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장, 단점을 적었습니다. 딱 맞는 일기장은 없는 거 같아요. 써 보면서 좀 더 맞는 도구를 찾으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