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국이 되기까지

끓이고, 읽고, 쓰는 연습

by 벨리따

쉽다는데 나는 왜 만들 때마다 불안하지? 오늘도 나는 어렵게 만들었다.

오징어 뭇국. 좋아하는 국인데, 자주 해 먹지는 못한다. 시원한 맛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반찬은 두세 번 하면 점차 나아졌다. 자신감 붙어서 또 만들면 맛이 있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오징어 뭇국은 할 때마다 맛이 다르다. 실패작의 공통점이 있다면 시원한 맛이 없다는 것이었다.

고기를 꺼내려고 김치냉장고 문을 열었다. 손질해야지 하며 미뤄둔 오징어를 봤다. 오늘은 요리를 해 먹어야 할 것 같다. 내장 손질도 내가 해야 한다. 니트릴 장갑부터 꼈다. 오징어 씻을 때 쓸 받침도, 국에 넣을 무도 꺼내지 않았다. 이미 오징어를 만진 상태여서 시환이에게 두 가지를 꺼내달라고 부탁했다. 오징어는 세 마리여서 무는 한 개 다 썼다.

무를 잘랐으니까, 끓여야 한다. 예전에는 무를 간장과 고춧가루 넣어서 같이 볶았던 기억도 나는데. 뭐를 얼마나 넣어야 하지?

이럴 때 유튜브를 켠다. 내가 선택한 영상은 무를 나박 썰기 했다. 그리고 육수를 내는 동안 무를 잘랐다. 나는 이미 무를 자른 상태다. 지금 육수 내면 밥 먹는 시간도 늦어진다. 국에 넣을 양념이 뭐가 들어가는지 얼마 들어가는지만 참고했다. 무 자르는 모양, 육수 내지 않은 것, 물 양은 영상을 따라 하지 않았다. 그냥 감으로 끓였다.

간장, 액젓, 식초, 고춧가루를 넣고 국물 맛을 봤다. 평소에는 맛을 보지 않는다. 알려주는 양만큼 넣으니까. 오늘은 내 마음대로 넣었으니 미리 맛을 본다. 물을 더 넣을지 양념을 더 넣을지 결정하려고. 맛을 보기 전부터 걱정이다. 양념 만들 때 식초와 액젓의 용량을 반대로 봐서 액젓을 많이 넣었다. 이미 간장도 넣은 상태라 짜면 물을 좀 더 넣어야겠다 싶었다. 맛을 보니 탁하고, 짜고, 액젓 향도 많이 난다. 오늘도 국물은 시원하지가 않았다. 아무리 오징어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도, 이 상태에서 오징어를 넣는다 해도 맛을 보장할 수 없었다. 무는 익었는가 싶어 먹어보니 덜 익었다. 나박 썰기로 자르면 얇아 시간이 줄어든다. 무를 돌리면서 깎아서 나박 썰기보다는 두껍다. 그나마 희망이 보인다. 무가 익으면서 단 맛이 나오기를 바랐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오징어 한 마리 기준으로 국 끓이면 육수 내는 일부터 시작해도 넉넉잡아 이십 분이면 끝날 테다. 나는 배 가까이 걸렸다. 오징어는 세 마리, 무는 한 개, 양이 많았다. 무가 익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다행인 점은 무가 익으면서 국물 맛이 달라졌다는 것. 이제는 오래 끓여서 짜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한다. 무에서 단맛도 나오고 물도 나와서 내 생각대로 가지는 않았지만.

마지막에 오징어와 대파를 넣었다. 제법 괜찮다. 시원하지는 않았어도 버려야 할 정도는 아니다. 따뜻할 때 먹었을 때는 맛있었는데, 다 식은 후에 국물 맛을 보니 심심했다. 냄비에 소금을 때려 넣었다. 내일 먹을 때는 더 맛있겠지.

영상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겨우 맛을 냈다. 밤늦게 온 남편이 국 끓여 놓은 걸 보고 맛있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요즘 요리를 너무 잘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내일 맛을 보면 말이 바뀌겠지.

오징어 뭇국, 소고깃국, 닭개장, 갈치조림을 좋아한다. 반면 내가 해 먹은 적은 모두 다 합쳐 서른 번이 되지 않는다. 이중 오징어 뭇국만 여러 번 끓여봤다. 물이 많이 들어가고, 조려야 하는 음식에는 자신이 없다. 아무리 영상 보고 따라 한다 하더라도 집집마다 불 세기가 다르다. 세심하게 알려주지 않으면, 결국 나만 두세 번 먹고 있다가 마지막에는 버렸다.

거의 매일 하는 요리, 유튜브 영상이 없으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 못한다. 알려준 대로 따라 해야 그나마 맛이 보장된다. 이런 영상을 보고 계속 따라 하면 시원한 오징어 뭇국을 만들 수 있다.

반복하면 나아지는 게 요리뿐일까?

매일 책을 읽는다. 중간에 어려운 책이 있다. 내가 기대한 내용이 아닐 때, 매끄럽지 못한 번역 책을 읽을 때, 어려운 단어를 여러 번 곳곳에 써서 읽다가 사전 찾아봐야 할 때, 관심 분야가 아닐 때, 고차원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을 때. 중요한 건 이럴 때마다 물러나버리면 계속 어려운 책이 된다. 책은 무조건 붙들고 있고,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때에 따라서는 완독 해야 할 때가 있다. 끝까지 읽고 여러 번 읽다 보면 좀 더 쉬워진다.

매일 글을 쓴다. 어려운 순간들 만난다. 경험 쭉 적고 여기서 메시지를 뽑아내지 못할 때가 있다. 결국엔 쓰지만 오늘 하루 건너뛰고 싶은 마음도 있다. 오징어 뭇국 끓이는 걸로 글을 써도 되는지, 분량은 또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쓸 때마다 고비를 만나지 않는 순간은 없다. 매일 쓴 지 3년이 지났다. 어려움 만나지만 시간 덜 걸리며, 머리 덜 쥐어뜯으며 헤쳐나간다.

매일 다이어리를 쓴다. 비슷한 하루에 뭐 달리 쓸 게 있을까. 쓰기 전에 비하면 내 하루를 관리하고 있다. 이제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처음에는 매일 쓰기, 계획한 일하기가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면, 지금은 이 두 부분은 자리 잡았다. 계속 썼기 때문이다.

오징어 뭇국 끓이기, 책 읽기, 쓰기. 모두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면 일정 수준에는 도달한다. 내가 시원한 국물 맛을 내지 못한 이유는 하나다. 많이 해보지 않았다는 것. 맛있는 국물 먹으려면 연습하면 된다. 어려운 책 완독하고 싶으면 여러 번 읽으면 된다. 기록을 멈추지 않으려면 계속하면 된다.

어제 끓인 국은, 언젠가 또 생각나게 하는 국을 만들기 위한 과정 중 하나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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