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이템 구매?

친구들 대화에 못 낀다며 현질 허락해 달라는 아이

by 벨리따

"엄마, 저도 현질하고 싶어요. 현질 안 하니까 친구들이 대화에 안 끼워줘요."

이런 얘기, 두 번째다. 시환이는 2학년 크리스마스 때 산타 할아버지에게 스마트폰 선물을 받았다. 폰이 없을 때, 친구 한두 명이 "너는 이 게임 모르니까 여기 끼지 마!"라고 말했다고 했다. 친구들은 폰도 있고, 폰으로 게임도 한다. 시환이는 폰이 없으니 브롤스타즈를 할 수가 없다. 폰이 생기고 나서는 FC 모바일만 허락했다. 그 이전부터 아이들은 아빠 폰으로 하고 있었던 게임이다. 다시 올 것이 왔다. 근데 문제는, 내가 현질이 뭔지 모른다는 거다. 대충 현금으로 덕질한다는 뜻일 거라 생각했고, 결국 현금으로 아이템을 산다는 말 아닐까 이 정도로 추측했다.


주차를 끝내고 짐을 챙기고 있을 때 아이가 말을 했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도 했다. 그렇다고 나는 마음이 아프지는 않다. 시환이가 짐을 챙겨 차에서 내리는 동안 네이버 검색창을 열었다. 내가 추측했던 뜻이 맞다. 게임 아이템을 돈으로 산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엄마가 납득할 수 없으니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시환이한테는 이 방법이 먹히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냥 엄마가 싫어하니까 못하게 하는 거고, 그러면 시환이는 입이 툭 튀어나올 게 뻔하다.

집에 와서 마트에서 장 봐 온 장바구니의 식재료를 정리하지도 않고 거실과 주방 사이에 앉았다. 시환이도 가방 정리하지 않고 바로 앉아 이야기했다. 일단, 현질이 왜 하고 싶은지를 물어봤다. 친구들이 하니까라고 말을 하는데 끝까지 맺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친구들이 한다는 이유로 게임 아이템을 사는 거라면, 친구들은 영어와 수학 학원 두 군데는 기본으로 다니니까 엄마가 다니라고 말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시, 대화에 참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환이는 옆에 끼기라도 하고 싶은데, 친구들은 못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끼워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속상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아이템 구매를 하면 또 다른 게 구매하고 싶어지고, 그러면 결국 게임과 아이템 구입에 중독된다고 했다. 게임 중독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는데 이게 또 먹히지 않는다. 시환이는 여전히 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아직 속에서 꺼내지 못한 이야기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다시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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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환아, 현질을 왜 하고 싶어?"

"레벨 업하고 싶어서."

"그걸 하면 좋은 점은 뭐야?"

"개인이나 팀 점수가 올라가."

"좋은 아이템 사면 그렇게 되지. 근데 아까도 말했듯이, 내 점수가 올라가잖아? 그러면 또 다른 좋은 아이템이 보여. 그럼 그걸 또 사고 싶어. 사잖아? 그럼 또 다른 게 갖고 싶어 져. 이게 사람의 마음이야. 봐봐. 너 지금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이 사실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없잖아. 폰 갖기 전에는 어땠지?"

"폰이 갖고 싶었어."

"생기고 나니까 게임 깔았으면 했지? 하고 있으니까 이번엔 어때?"

"아이템 사고 싶어."

"이번에 하나 사면 안 산다는 보장이 있어?"

"..."

"결국 중독된다는 말이 또 나오는 거야. 그리고 시환아, 너는 네 실력, 팀의 실력을 높이는 게 좋아 가상의 팀의 점수가 올라가는 게 좋아?"

"나와 팀의 실력이지."

"그럼 그 아이템을 사는 게 너의 실력 향상과 무슨 관련이 있어?"

여기서부터 먹혀 들어가는 분위기다. 참고로 시환이는 지금 축구 선수가 꿈이기 때문에 축구를 배우고 있고 선수반에 들어가 있다. 게임도 축구 게임을 한다.

"그리고 시환아 물건을 살 때는 내가 갖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야. 사고 싶은 마음이 있어, 없어로 사는 게 아니라고. 필요한 걸 사야 해. 너 돈 벌고 싶지? 많았으면 좋겠지?"

"그렇지."

"돈은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쓰는 게 더 중요하거든? 그럼 현질은 쓰는 일이잖아. 그럼 그 일이 필요한지를 봐야겠지. 아이템을 샀어. 너는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야. 그럼 그 일이 축구선수 되는 일에 어떤 도움을 줘서 사고 싶은 거야? 어떤 점이 필요해서 사는 거야?"

"내 실력에는 영향이 없지."

"그럼 살 이유는?"

"없어."

시환이가 처음에 말할 때보다, 중독되니까 안 된다는 말을 했을 때보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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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환아,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나는 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내가 안 하기로 결정했어. 엄마가 안 사준 게 아니라, 내가 생각해 보니까 사도 좋을 것 같지 않아서(시환이한테 말할 때는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라 말했다) 안 사기로 내가 선택한 거야. 그럼 친구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일 거야. 등신 같은 또라이, 아니면 뭔 말인지 모르겠는데 재수 없는 또라이. 괜찮아. 그렇게 선 긋는 아이들한테는 그렇게 살라고 해. 엄마 졸라서 사고, 뭐 한 보상으로 사라 하라고. 너는 네가 살고 싶은 삶을 생각하면서 살면 되는 거야."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11시 넘어 집에 온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알아먹냐고 한다. 시환이는 이해했다고 했다. 이보다 더 자세하게, 알아듣기 쉽게 얘기했으니까. 오후 3시에 이야기한 걸 밤 11시에 다이어리에 적어놓는데 그대로 생각이 나질 않는다. 글보다는 좀 더 쉽게 내 의견을 전했다.

"이렇게 너 중심 잡으면서 살아. 책 읽으면서 단순히 지식만 쌓지 말고. '나라면 어떻게 할까?' '이 상황에서 이 말이나 행동이 옳은 것인가?' 이런 생각하면서 너를 단단하게 만들고 삶의 지혜를 얻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현질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네가 스스로 질문을 할 거야. '왜 사고 싶지?' '나한테 어떤 이익이 있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그러면 사고 싶고, 친구들 대화에 끼고 싶다는 이유로는 안 사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 거고."

이때쯤, 감정적인 아이를 위해서 공감하는 말도 필요할 것 같았다. 나는 굳이 따지면 T에 속하니까 F를 위한 말도 해야, 마음을 확실히 접을 것 같았다.

"만약, 네가 프로게이머가 꿈이라면 얘기는 달라져. 그건 당연히 사줘야지. 그렇게 해서 점수를 올리고 실력을 키워야지. 네가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해서 축구 클럽의 선수반에 보내는 것처럼 아이템 구매는 학원비와 같은 개념인 거야. 네가 직업으로 원한다면 엄마는 사줘. 시환이가 게임을 하는 이유는 뭐야?"

이렇게 말하니 아이가 흥분해서 말한다. 내가 전한 말이 아이의 뇌에서 정리가 되어 입으로 거쳐 나오는 것이다.


아이들이 친구들 다 입고 다니는 백만 원하는 겨울 패딩을 사 달라고 하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뭐라 말해야 할까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래서 나도 처음부터 안 된다는 걸 단정하고 아이와 대화했다. 그러니 아이는 여전히 불만이었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찬 것이다. 그때, 나는 질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을 강요하다 보면 아이는 부모 모르게 할 수도 있는 일이다. 질문도 하고, 꿈과 관련지어 얘기도 나누니 아이의 마음이 돌아섰다.

이 글을 검색해서 읽는 사람은 현질을 하고 싶어 하거나, 이미 하고 있는 아이를 둔 부모일 가능성이 높다. 나처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풀어갔다는 걸 들려주기 위해 오늘 이 글을 썼다. 나처럼 이야기가 나온 즉시 대화를 할 가능성이 있을 텐데, 게임 아이템 구매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아이는 '엄마 아빠는 다 반대해.'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그 자리에서 말을 한다면 나는 아이에게 말할 시간을 더 줬으면 한다. 아이의 말을 먼저 들어보고 그 말에 대한 부모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게 어려울 것 같으면 오늘 밤, 내일 밤에 이야기하자 하고 자료를 찾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면 된다. 게임이니까 게임과 관련해서 반대한다는 뉘앙스, 게임이 안 좋다는 뜻으로는 전달하지 않기로 주의하면서 말이다.

아이와 한 시간 이야기했다. 학교 복습하고 숙제할 시간에. 낮에 대화한다고 밤 11시 다 되어서 잤다. 어제는 아이도, 나도 또 늦게 자니까 답답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소중한 시간이다. 일부러 대화체로 적었다. 현질을 검색해 보고 있는 부모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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