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쓰는 사람들의 다이어리는 뭐가 다를까?

_다이어리

by 벨리따


'올해는 다이어리 반만 채워도 좋겠다.' ‘이번에는 어떤 걸 사지?’ 연말이 가까워지면 이런 생각해 본 적 없으신가요? 대학생일 때 11, 12월에 대구 시내에서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으면 핫트랙스에 갔어요. 거기에서 다이어리를 살펴봅니다. 작년에 산 다이어리는 인쇄된 종이 그대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또 사요. 속지를 보기는 하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어요. 혹시나 새로운 다이어리를 펼치더라도 '간단한 양식에도 못 적었는데 이렇게 복잡한 건 못 적어.' 하며 바로 덮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도 크게 달라진 게 없었어요. 2019년에 다시 다이어리를 구입했습니다. 그동안은 회사에서 나눠주는 다이어리에 적고 있었거든요. 이때는 집에서 아이를 보고 있어서 제가 사야 했습니다. 2년 6개월 동안 세 번 바꿨습니다. 그리고 2021년 11월 중순부터 쓰기 시작한 다이어리에 정착했어요.

쓰다 보니 제가 그전에 왜 꾸준히 쓰지 못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연말이 되면 다이어리를 사야 한다 생각했었고, 성공한 사람들이 시간 관리나 목표 관리를 다이어리를 통해서 했다고 하니 저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 이유뿐이었어요. 저만의 목표를 생각해 본 적 없었습니다. 그러니 매일 쓸 동력이 약했습니다. 변화나 성장이 없었긴 했지만 쓰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문제는 없었고요.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건 성공한 사람들이 다이어리를 썼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삶을 살기 위해 썼는지가 아닐까요? 그들의 목적을 통해 나는 어떻게 살기를 바라는지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목적을 정하면 어떤 내용으로 쓰게 될지도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옵니다. 여기에 맞는 다이어리 사면 됩니다. 내가 원하는 삶이 있으니 이 도구를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요. 내 삶의 목적, 다이어리를 쓰고자 하는 이유를 정하면 꾸준하게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목적을 정해야 하는 걸까요?

첫째, 쓰기 싫은 날에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날은 적지 않고 쉬고, 자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하루를 빠지면 다음 날도 쓰고 싶지 않아요. 그동안 이렇게 보냈기 때문에 다이어리 유목민으로 지내지 않았을까요? 반면 쓰고 싶은 그 이유를 명확히 하면 귀찮고, 피곤하고, 누워있고 싶을 때 하나라도 쓰게 됩니다. 목적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힘도 생겨납니다.

둘째, 목적에 따라 쓰는 양식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다이어리를 꾸준하게 쓰는 사람을 살펴보면 이유가 있어요. 누군가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내고 싶어서 쓰고요, 어떤 사람은 다이어리를 통해 목표 관리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맞는 양식을 써야 해요. 시간 관리를 하고 싶은 사람이 하루를 시간으로 기록하지 않으면, 목표 관리를 하는 사람이 오늘 할 일을 점검하지 않으면 원하는 삶으로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재미를 느끼지 못하겠지요. 결국 다이어리 쓰는 걸 또 그만두게 됩니다.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에 맞는 양식을 쓸 때 내 삶도 변화합니다.


다이어리를 사서 계속 쓰지 못한 적이 있어요. 그 시작은 2019년 3월로 갑니다. 고영성, 신영준 작가의 <<완벽한 공부법>> 141쪽에 시간을 적으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최소 일주일 정도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쓰는지 매시간 적어 보길 바란다는 이 한 문장 때문에 다이어리를 샀지요. 24시간을 기록하는 점에서 흥미가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월간에 일정을 적고, 일곱 칸으로 나눠진 곳에는 있었던 일을 글로만 적어 봤었어요. 매시간마다 무엇을 했는지 적으니 내 시간을 보낼 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스마트폰을 많이 본다는 점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도 있었다면 쓰지 않는 날도 많았습니다. 매일이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뭐 특별한 일 없었어요. 새벽에 독서와 운동, 그다음은 아이들 등원, 오전과 오후에는 공부와 집안일, 하원 후에는 육아. 이런 흐름으로 흘러갔고, 비슷한 걸 되풀이해서 적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쓰다가 쓰지 않았다가를 반복하다 총 15장만 적고 끝냈습니다. 처음부터 이 다이어리를 어떤 목적으로 쓸 것인지 정하지 않았고, 쓰면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실패로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처음부터 다이어리를 통해 어떻게 달라지고 싶은지 정하고 쓴 적이 있어요. 2022년 6월이었습니다. 반년 넘게 불렛 저널을 쓰고 있을 때였습니다. 불렛이 기호라는 뜻인데요, 기호를 활용한다는 점과 본인만의 양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반년 가까이를 기호를 적었어요. 이 정도 적었으면 기호가 손에 익을 만도 한데요, 기호 정의를 적은 쪽을 자주 봐야 했습니다. 바로 직전에 3P 바인더를 쓰며 시간을 적던 저는 기호와 시간을 번갈아가며 적다가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기호로 적는 건 나와 맞지 않았고, 시간을 기록만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거든요.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살아보기'로 결정을 내립니다.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양식부터 달라졌습니다. 계획도 적어야 하니까요. 한쪽의 반에다 각각 'T'를 그렸습니다. 세로로 시간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왼쪽에는 계획을 적고, 오른쪽에는 실제 보낸 내용을 적었어요. 전날에 계획을 세웁니다. 언제, 어떤 일을, 얼마나 할지 펜으로 적고 형광펜으로 색칠합니다. 독서, 글쓰기, 운동과 같은 자기 계발은 파란색, 집안일을 보라색, 일은 빨간색, 모임은 초록색, 의도하지 않게 폰을 보는 시간은 검은색으로 구분하니 어디에 얼마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쉬웠습니다. 계획대로 보내기 위해서 기상부터 조절을 합니다. 일단 눈 뜨면 무엇을 할지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좋았어요. 매일 비슷하게 흘러가고, 이미 순서도 정해 놓았지만 하루 시작하면 떠올려는 봤었거든요. 머릿속에서 그릴 때와 눈으로 확인할 때는 다르더라고요. 한 번 더 확인하고,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의 태도가 달라졌어요. 이렇게 살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냥 되는대로, 하기 싫으면 귀찮으면 놀고 싶으면 자고 싶으면 그렇게 살았어요. 계획을 세우더라도 지키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고 해야겠죠. 새벽에 다이어리 적고, 오전에는 글쓰기 연습을 하고, 오후에는 집안일을 하도록 할 일을 정했습니다. 다이어리도 대충 쓰고 넘어가고 싶고, 글 쓰기 싫은 날도 분명 있었습니다. 집안일은 오전에 에너지 다 썼다는 핑계로 늘어지고 싶기도 했었죠. 실제로 그렇게 보낸 날도 있지만 제가 목적을 정하니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을 하더라고요. 일어나야 하는 시간에 더 누워있지 않고 몸을 일으키고, 일단 책상 앞에 앉아 펼쳐 놓은 다이어리를 다시 봤습니다. 둘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놓고 나면 폰 보지 않고 바로 노트북 앞으로 갔고, 점심 먹은 후에는 뒹굴뒹굴하지 않고 청소기를 들었어요. 계획대로 보내려는 마음이 있지만 의지만으로는 계속할 수 없잖아요. 다이어리를 쓰면 눈으로 볼 수 있어요. '내가 잘 보내고 있구나.' '오늘도 해냈구나.' '오늘은 시작을 제때 못 한 게 아쉽네.' 하며 혼자 칭찬도 해주고, 피드백을 통해 반성하며 마음을 잡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해낸 날만 적었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는 부족하고 아쉬운 날도 적게 되더라고요. 저는 그 시점이 다이어리를 어떻게 활용해야겠다고 계획을 했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덕분에 저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하나씩 쌓아가는 제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이어리를 사기 전에 어떤 목적으로 쓰고 싶은지 정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인생의 목표부터 시작해야 해요. 이 점이 중요하지만 여기에 많은 시간을 쏟아서는 안 되겠죠. 좀 더 쉬운 방법으로 내가 다이어리를 왜 쓰고 싶은지, 어떻게 달라지고 싶은지 그 모습을 그려보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를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 알고 싶고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고 싶다면 시간을 적어야 합니다. 하루를 일기로 남기고 싶다면 줄이 있는 노트면 충분하고요. 원하는 목표가 있어서 달성하고 싶다면 오늘 할 일을 적고 체크할 수 있는 양식이면 가능합니다. 일정 관리는 탁상 달력이면 되고요. 시간도 목적도 일정도 다 적고 싶다 하시는 분에게 맞는 다이어리도 시중에 많습니다. 이때 가격, 무게, 크기가 구입의 첫 번째 이유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다이어리라고 해서 두꺼울 필요도 없지요. 나의 목적에 맞게 쓰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꾸준히 쓸 수 있으니까요. 이 목적도 쓰다 보면 달라집니다. 그때 바꿔도 됩니다. 저는 여러 권의 다이어리를 쓰면서 방향을 잡았습니다.

시간 관리, 목표 관리, 감정 정리, 일상 기록, 습관 형성, 성장 기록, 아이디어 정리, 운동 여행 식사 신앙 등의 기록. 사람들이 다이어리를 쓰는 이유는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무엇을 위해 다이어리를 쓰고 싶은지 적어보고 다음 장으로 넘어갈까요?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