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소설을 읽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민음사에서 출간한 책을 읽는다고 하여 이름은 민음사피아이다. 24년 7월부터 참가했으니 이제 10개월 채웠다. 그동안 재미가 있었던 책도 있었고 어렵게 읽어나간 책도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읽는 속도가 더뎠다. 예를 들어, 그리스 로마 신화, 성경에 이야기가 나오면 제대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힘들어서 겨우 읽어나갈 때도 있었다.
오늘 읽은 <위대한 유산 2>는 막히는 부분이 크게 없다. 읽으면서 인물 관계도를 제대로 정리해 둘걸 이런 생각은 들었다. 그래도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파악하는 데는 힘들지 않았다.
읽은 분량 중 핍을 간호하던 조가 핍에게 물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건강 해졌냐고를 여러 번 묻는다. 이럴 때는 작가의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나는 조가 밤에 가버린다고 생각했다. 핍은 조에게 주말 보낸 다음 날에 말하기로 계획을 세웠고, 조도 뭔가 결심한 표정이라는 대목에서 그렇게 추측했다.
내가 예측한 내용이 맞으면 기분이 좋다. 책을 제대로 읽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렇게 내가 추측하면서 읽는 독서가 바로 능동적인 독서라 생각한다. 이 책의 초반부터 추측하며 읽은 건 아니었다. 미스 해비셤의 결혼 상대자를 알고 난 이후부터 재미가 있었다. 이때부터 찰스 디킨스 작가가 펼쳐 놓은 판을 이해하면서 읽어야 할 필요가 있겠다 생각했다. 이때가 꽤 분량이 진행되었을 때이니, 이전까지는 수동적인 독서나 마찬가지였다. 작가의 글에 따라가는 독서.
나는 글을 쓰는 작가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설정한 장치, 복선은 없다. 글의 순서나 첫 문장으로 호기심을 끌 수는 있겠다. 이런 글이 반복되면 독자는 내가 쓰는 방식을 알아차리고, 그러면 그때는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방식의 글을 연속해서는 쓰지 않는 편이다. 독자를 위해서다.
글이 다른 길로 샜는데, 내가 쓰는 글은 소설과는 달라서 독자가 예측보다는 공감하면서 읽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상황 설명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겠지. 내 책을 읽는 독자가 ‘맞아 맞아.’ ‘나도 그랬어.’ ‘ 딱 그때 내 상황!’하며 본인의 경험을 떠올리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적은 방법들로 마음이든 행동이든 변화할 수 있으면 하는, 즉 능동적인 독서를 했으면 한다.
소설이 예측을 통해 몰입하게 만든다면, 나는 공감을 통해 독자의 삶에 닿고 싶다. 오늘도 그런 문장을 쓰기 위해 한 줄씩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