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들의 하루

운동

by 벨리따

계획의 반만 달렸다. 걸을 때는 괜찮았는데 달리고 나서 배가 아팠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이런 적 있어서 생각이 났다. 빨리 집에 가는 게 좋겠다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처음에는 화장실이 가고 싶어 졌으나 걷다 보니 괜찮아졌다. 그러다 집에 다 와가니 다시 배가 아프다. 현관 비밀번호 누를 때, 이런 날에 아이들이 안에서 문을 열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내가 밖에서 화장실을 가고 싶어 지니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고정된 야외가 아니라 이동하면서 일하는 사람들. 택배 기사, 환경미화원, 방문 선생님과 같은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하지? 택배 기사들은 아파트의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는 걸 본 적은 있다. 주택이 많은 동네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환경미화원은 어떨까? 보통 새벽부터 움직이던데. 생리현상을 참기 어려울 때도 있을 텐데. 오늘 내가 불편을 겪어보니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생각이 났다.

엄마가 할 일이 많고 힘들다는 건 내가 애를 낳아보기 전에는 모른다. 직접 해봐야 애 키우는 엄마의 고충을 알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엄마들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 다니는 학원 중에 차량 운행을 하지 않는 곳이 있다. 이럴 경우, 내가 직접 등, 하원을 시킨다. 한 시간 수업을 한다고 하면 50분 뒤에 데리러 가면 된다. 집에서 나와 학원 앞에 내려주고, 다시 집에 갔다가 마치는 시간쯤에 도착하려고 하니 집에는 30분 정도 있을 수 있었다. 이 시간 동안 집에 있다가 나오려고 하니 귀찮아서 학원 앞에 주차해 놓고 기다릴 때도 많다. 뭘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이다. 얘기해 보니 나뿐만이 아니었다. 내 공간에 편하게 와서 책 읽다가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 하교 전에는 내 시간으로 보내고 오후에는 엄마들을 위해 문을 열어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

글 쓰고 있으니, 글 쓰는 이들을 위한 공간도 운영해 보고 싶다. 책도 읽고, 문 열고 들어가면 글 쓸 수 있는 자리가 있는 곳. 출간하면 출간 행사도 가능하고, 독서 모임도 열고, 북토크도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해 강의도 하고, 서로 관계도 형성할 수 있는 곳.

내가 겪어보니까 느끼고, 궁금하고, 알게 되는 점들이 있다. 배가 아파 든 생각들로 불편을 겪고 있는 누군가의 삶을 생각했다. 오늘 하루, 누군가의 입장을 생각하며 보내도 충분히 괜찮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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