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재범의 노래, <비상>
97년 IMF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2월에 대학을 졸업했다.
다 핑계지만, 나는 졸업 이후 어딘가에는 속해 있을 줄 알았다. 취업을 위해 준비한 것이 없었던 터라 번듯한 대기업은 바라지도 않았고, 대신 조금만 눈을 낮추면 내 밥벌이는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참으로 순진한 생각이었다. 그 어디에도 나를 원하는 곳은 없었다.
때때로 학교에서 연결해 주는 입시학원 논술 채점 아르바이트, 정부 전산화와 관련된 페이퍼리스 사업 아르바이트 등으로 가끔 푼돈을 벌기도 했지만,
나는 백수였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두 살 터울 언니와 싸운 이후, 나는 오랫동안 말도 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면서도 언니가 벌어서 꾸려가는 자취방에 얹혀 언니의 화장품과 옷들을 공용 물품처럼 사용했다. 가끔 시골집에 내려가 부모님이 고된 농사일로 번 돈을 용돈으로 받아오기도 했다.
참으로 비루했다.
내가 다니던 거리에는 이런저런 건물들이 즐비했고, 그 건물들 안에서 사람들은 자리를 잡고 저마다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그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대단해 보였다. 그게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곳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을까 궁금하면서도 그들에게 가능했던 것이 나에게는 도달할 수 없는 어떤 것처럼 보였다. 세상은 나와 그들로 구분되는 것 같았다.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 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나도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다. 꿈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처럼 나도, 내 자리로 마련된 곳에서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내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 '세상에 나가고 싶다'는 가수의 절규가 귀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었다. 매끄럽게 정돈된 고운 소리로는 그 간절함을 담을 수 없다는 듯, 그는 거친 목소리로 응축된 간절함을 한꺼번에 터트리고 있었다. 그 시절 그의 노래는, 세상에 홀로 떨어져 나와 있는 듯한 나의 마음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세상에 나가고 싶다는 간절함은 마구 증폭되었다가 다시 조용히 내 마음에 남아 있곤 했다.
어느덧 아련한 기억으로 남은 그의 노래 <비상>을 찾아, 여러 번 들어보았다. 오늘, 그의 노래는 또 다른 이야기를 내게 전하고 있다.
상처받는 것보단 혼자를 택한 거지
고독이 꼭 나쁜 것은 아니야
외로움은 나에게 누구도 말하지 않은
소중한 것 깨닫게 했으니까
가수는 혼자를 선택하고 나니 외로움이 소중한 것을 깨닫게 했다고 노래한다.
나는 조금 다르게 말하고 싶다.
혼자가 아니기를 바란 선택에서 상처받을 때, 나는 종종 외로움에 점령당하곤 했다. 혼자를 선택한 지금도 그 점령지를 벗어났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언젠가 외로움을 넘어 고독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그 고독 속에 지금까지 몰랐던 소중한 깨달음이 있기를 바란다. 외로움에 점령당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언젠가는 이제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 새롭게 시작할 거야
더 이상 아무것도 피하지 않아
이 세상 견뎌낼 그 힘이 돼줄 거야
힘겨웠던 방황은
"다시 새롭게 시작할 거야"는 내 기억 속에는 남아 있지 않은 말이었다.
오늘 이 노래를 여러 번 들으면서,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났다. 아마도 나는 이 말을 발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꿈과는 상관없었던 백수의 간절함을, 이제는 나의 열망으로 연결하고 싶다. 한껏 움츠려 있었던 지난날과 힘겨웠던 방황을 견뎌낸 힘으로, 더 이상 아무것도 피하지 않으며 그렇게 나는 비상하고 싶다.
� 이 글은 가수 임재범의 노래 <비상>을 들으며 썼습니다.
https://youtu.be/VhvpPFQM2f0?si=qePPiYXJ8ZHkK-fI
❤️❤️[임재범 공식채널]에서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