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는 소리 없이 나 혼자서 속으로 읊조리는 노래다. 읊조리다 보면 어느 날은 살며시 그때의 기억과 엄마가 떠오르기도 하고, 어느 날은 그저 읊조리다 끝나기도 한다.
엄마가 교통사고로 수원 병원에 입원했다 했다. 엄마가 어떤 상태인지는 물어보지도, 말해주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지 못하는 분위기로 뭔가 심상치 않음을 예측할 수 있었다.
수원으로 가는 길에 다시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놀라지 말라고.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준비해서 장례식장으로 오라고 했다.
자동차 뒷좌석에서 나는 잠깐 오열했다. 그러고 나서 이게 무슨 일인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있었다. 남편은 시부모님께 이 소식을 전했다. 그걸 내가 듣지 못하게 하려고 라디오 볼륨을 크게 틀어 놓은 채로.
그때부터였는지, 장례식이 모두 끝나고 나서였는지, 어느 순간 그날의 기억엔 <백만 송이 장미>가 같이 떠오른다는 걸 알았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엄마가 좋아했던 노래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날의 기억과 이 노래의 연결에 내가 몰랐던 뭔가가 있을 것만 같아 기억이 나면 나는 대로 그대로 두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왜 이 노래가 떠오르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문득 깨달았다. <백만 송이 장미>는 남편의 휴대폰 벨소리였다. 사실 좀 그럴싸한 이유이길 바랐던 것 같다. 엄마에 대한 모든 것을 다 놓치지 않고 붙잡고 싶었던 때였으니까. 그래서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응답하라 1988>에서 모친상을 치른 덕선 아빠가 '언제가 엄마가 제일 보고 잡대?'라고 택이에게 묻는 장면이 있다. 택이는 금세 눈물을 글썽이며 말한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20여 년을 거의 다 채울 만큼 시간이 흘러버렸다. 나는 아직도 이 노래가 종종 떠오른다. 가사를 부르는지, 음만 따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그냥 소리 없이 속으로 따라 부른다. 설거지를 하면서, 세수를 하면서. 그날의 기억이지만 이젠 슬픔보다는 엄마를 기억하는 일에 가깝다.
이 노래만큼은 가사의 의미가 궁금하지 않다. 왠지 가사를 검색해서 그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엄마에 대한 하나의 기억이 훼손될 것만 같다. 이 노래가 결국 엄마와는 상관없이 그날의 기억과 하나가 되었다는 걸 알게 됐어도, 그때 이후로 이 노래는 내가 엄마에게로 가는 비밀 통로가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