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오지랖이 넓을까?

'어쩌다 한국인'을 읽고

by Lightme

한국 사람들, 특히 중년 이상의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이 자주 든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도대체 저런 사람들이 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신기할 정도여서 '어쩌다 한국인'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는 내가 궁금했던 그들의 모든 행동에 대한 설명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한국인의 특징이 잘 나와있다. 책에 있는 몇 가지 특징만 기억하고 응용하면,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까닭을 어렴풋이 유추할 수 있다.


요즘 2-30대는 오지랖에 고통받고 있다. 명절이 싫은 이유는 친척들의 잔소리 때문이고, 지하철에서 처음 보는 할아버지에게 '요즘 젊은 것들은'으로 시작하는 설교를 듣는 일도 부지기수다. 한국 사회는 수직적 집단주의 사회여서 집단 내 위계질서가 있는 상황을 선호한다. 특히, 입지가 높은 사람일수록 그럴 것이다. 그리고 주체성이 강하며, 관계주의적이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본인의 입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한국의 중장년층은 젊은 사람들에게 충고랍시고 늘어놓는 설교를 통해 본인이 누군가에게 조언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우쭐하며 자존감을 높이는 듯하다. 그리고 때로는 본인 가치관을 주입함으로써 본인이 살아온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 자신을 세뇌하는 것 같다.


예전 회사의 여자 상무에게 매일 하루에 한두시간씩 애를 가져야만 하는 이유를 들었다. 남자친구도 없고 아직 20대인 나에게 애는 언제 낳을 건지 매일 물어봤고, 남자친구가 있는 언니에겐 애는 가을에 임신에서 봄에 낳는 게 최고라며 출산일까지 정해줬다. 애를 낳지 않는 여자는 가치가 없다는 말과 함께. 우리가 진심으로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라고 했지만, 전혀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본인은 아이를 낳아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애잔하고 불쌍했다. 본인이 아이를 낳은 후 삶이 힘든걸 우리에게 아이는 꼭 낳아야 한다고 주입하면서, 스스로에게 잘 살고 있다고 세뇌하는 것 처럼 느껴져서 섬뜩하기도 했다.

여자는 멍청해야되며,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된다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본인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MBA까지 마쳤으며 이름만 들으면 아는 회사에서 최연소 팀장까지 했다. 여자의 가치를 낮추면서 본인은 보통 여자들에게 필요한 조건보다 훨씬 많은걸 갖춰으니 성공한 인생이라고 자존감을 높이는 듯 했다. 상무님 딸도 고등학교까지만 보낼거냐고 물어봤으면 분명히 나한테 화냈을거면서.

본인이 하는 말에 공감하지 않으면 한심하게 생각하고 화를 냈다. 애를 낳지 않는 건 인류의 역사를 거슬르는 일이라고 했고, 너가 혼자 지내는건 젊어서 멋있어 보이는거지 늙으면 사람들이 불쌍하게 본다며 화를 참지 못했다.


나처럼 회사에서 매일같이 이런 일을 당하지는 않았더라도, 분명히 비슷한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친족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나 점점 개인이 중요한 사회로 바뀌고있다. 친족 중심의 사회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정해주는 대로 인생을 살며,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노력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아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하고, 자존감 높이는 방법을 공부한다. 가치관은 주변 사람이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세우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이걸 인정해야만 한다. 다른 사람의 결정을 존중하고, 중장년층도 젋은 사람들을 깍아내리며 본인의 자존감을 높이는게 아니라 스스로 본인의 가치를 찾아야한다.

시간은 많이 걸릴 것이다. 어쩌면 내가 죽을 때까지 사회는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 뭐라고 하던 굳건히 본인의 가치관을 지키면, 우리가 어른이 됐을 때는 그때의 젊은 사람들의 가치관을 존중해줄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세상이 서서히 변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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