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없는 게 뭐 어때서요

'연애하지 않을 권리'를 읽고

by Lightme

며칠 전, 내가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이유를 생각하다가, 사회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야 한다고 주입한 것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마침 내가 내린 결론과 같은 의견을 가진 ‘연애하지 않을 권리’라는 책을 접했고, 문장 하나하나가 일명 ‘띵문’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무릎을 '탁' 치며 읽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애를 하지 않는 시기에는 우울했다. 내가 남자친구가 없는 원인을 찾고자 연애사를 되새기며 뭐가 문제였는지 고심했다.

워낙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해서 남자친구가 없다고 힘들거나 외롭지 않았다. 그런데 운다, 운다, 운다 세 번 말하면 우는 것처럼 비정상이다, 이상하다, 안 외롭냐고들 물어오니 내가 정말 정상이 아닌 건지 혼란스러웠고, 정상인이 되고 싶었다.

한때는 대체 남자친구가 왜 없어요? 라고 놀라는 반응에 내심 뿌듯했다. 모자를 것 없는 사람이 왜 남자친구가 없냐는 질문은, 내가 꽤 괜찮은 사람처럼 보인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쓸데없는 오지랖이었고, 정상인 사람은 연애를 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하는 얘기였으므로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대체 연애하면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걸까. 남자친구가 공감 능력이 부족하여 나의 힘든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 잘못이라고 하는 것도 참아야 하고, 술 먹고 연락이 두절되어 밤새 잠 못 이루는 등 감정 소모가 많고 나는 그걸 감당하고 싶지 않은데, 이런 얘기를 아무리 얘기해도 그래도 연애는 해야 한다고 한다. 신흥 종교라도 생긴 걸까?

연애하는 사람을 폄하하는 게 아니다. 연애만 하면 귓가에서 종소리가 울리고 꽃길이 펼쳐지고, 젊은 사람이 연애를 하는 건 당연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예수 믿으면 천국 간다고 전도하는 사람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전에 근무하던 회사에서 사람들과 인사를 할 때마다 나이가 몇 살이에요, 어디 살아요? 다음에 오는 질문은 남자친구 있어요? 였다. 팀장은 교육을 마치고 처음 출근한 나를 앉혀놓고 남자친구 있어? 남자친구 몇 명 사귀어봤어? 제일 마지막 남자친구랑 왜 헤어졌어? 라는 질문 공세를 했다. 대답을 망설이자, 야 나 신입사원한테 이런 거 다 물어봐 니가 뭐 특별해서 물어보는 줄 알아? 얘 진짜 이상한 애네 하면서 나를 별난 사람으로 만들었다. 지금 성격이면 그런 질문을 모든 사람한테 하는 팀장님이 이상한거 아닌가요라고 말했을텐데.

대화 주제는 항상 젊은 직원의 연애 얘기였고, 솔로인 여남 직원을 엮으며 수위 넘는 농담을 하고, 남자 과장들의 소개팅을 잡아오는 게 내 숙제라고 했다.

연애에 미쳐버린 사람들이었다. 감염되지 않은 인간을 잡아먹기 위해 덤벼드는 좀비 떼 같았다.


지금 회사의 동료들은 전 회사보다 정신적으로 훨씬 성숙하고, 본인의 커리어 개발을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이 회사에서는 애인 있냐는 질문을 거의 받은 적이 없다. 물어보더라도 사적인 자리에서 굉장히 조심스러워하며 물어본다. 왜 애인이 없냐는 질문은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고, 연애하면 하는 거고 안 하면 안 하는 거다. 비연애/비혼 주의인 분들도 많은데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연애 예찬론자가 사회를 지배했지만, 분명 그들의 세력은 줄어들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연애만 하면 행복해진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연애만 하면 천국을 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무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