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읽고

by Lightme

난 자존감이 낮으면서 높고, 눈치를 볼 때도, 안 볼 때도 있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려는 노력을 깊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를 저렇게만 정의했다. 자존감을 높이고자 책을 추천받아도 공감이 잘 안 되었던 적이 많았고, 나는 왜 눈치를 보는지 답을 찾는 책을 읽어도 내 얘기는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나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맞지 않는 책을 선택한 것이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읽으며, 작가와 내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직접 정신과 의사와 상담받는 듯한 착각이 들면서 많이 위로가 되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고, 어렴풋이 알게 됐다. 큰 숙제를 끝낸 것 같아 후련하기도 하다.

앞으로는 내 감정과 그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꼭 알아내기로 했다. 기분이 나쁠 때는 감정을 덮어놓고 스트레스를 푸는 게 아니라,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고심할 거다. 이런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어떤 일에 특히 상처를 많이 받는지 알 수 있고, 나아가 스스로 위로하고 상처를 다루는 방법을 함께 배울 수 있겠지.


나는 자존감은 낮은 편이고, 눈치를 많이 보며, 왼벽주의 성향이 있고, 극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모든 행동과 습관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자존감이 낮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기 때문에, 내 행동 하나하나를 심판대에 세워놓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검열하고, 또 검열한다. 눈치를 보는 원인 중 하나는 유년기에 부모의 일관적이지 않은 양육 태도 때문이라는 것을 보았는데, 나 역시 그 때문인 듯하다. 엄마는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내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트집 잡았지만, 기분이 좋을 때는 그러지 않았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또 화를 내지는 않을지 항상 긴장하고 눈치를 봤다.

이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미 한, 앞으로 할 행동에 대해 주변 사람이 안 좋게 평가하지는 않을지,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행동할지, 내가 유난스러운건 아닌지 곱씹는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잘못한 게 없어도, 자꾸 타인의 기준을 끌어들여서 나를 평가한다. 직장 동료와 즐겁게 농담따먹기하며 대화를 한 후에도, 모두가 즐거웠던 술자리 다음 날에도, 내가 한 얘기가 도를 넘지는 않았을지 상황을 되내이느라 진이 빠진다.

나의 심판대에는 내 행동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의 행동도 올라온다. 사람은 모두 양면적임에도 불구하고, 내 기분을 조금이라도 나쁘게 하면 그가 무죄인지 유죄인지 판단한다. 극단적인 성격의 영향으로 보인다. 판결을 내릴 때는 반드시 가까운 지인에게 의견을 물어본다. 그리고, 내 생각이 틀린 게 아님을 증명받고 싶다. 친구 때문에 기분이 상할 때는 친구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확인받고 싶고, 무례한 사람에게 화를 낸 후에는, 화낼 만했다는 얘기가 듣고 싶다. 내 중심이 안 세워져 있기 때문에, 내 결정에 확신이 없어서이다.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하는 성격 때문에, 스스로에게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는 자괴감에 빠져서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한다. 자신에게 너무나 실망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사실 나는 야망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는 건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그저 지금까지 운 좋게 목표를 다 이루었기 때문에 몰랐던 것뿐이다. 학창 시절 시험에서 두 개 이상 틀리면 세상이 끝난 듯 울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독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노력한 이유는 완벽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스펙이나 조건, 또는 성격 등 모든 것에 이상적인 기준을 세워놓고 그에 부합하고 싶어 한다. 이 역시 자기만족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이며, 한없이 높은 기준을 맞추려다 보니 힘에 부친다.


극단적인 성격은 특히 타인을 평가할 때 부각된다. 친한 지인이 나에게 잘못을 하고, 그 사람과 연락하는 게 힘이 들 때는 이유를 말해주지도 않고 관계를 정리한다. 나의 인간관계는 아주 친하거나, 관계를 끊거나 둘 중 하나였다. 최근에 있었던 일은, 같은 회사에서 몇 년 동안 아주 친하게 지낸 동료가 있었는데, 나를 감정 쓰레기통 취급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분에게 이런 점이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을 했으면, 예전만큼 친밀한 관계는 아니더라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을 텐데,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

말을 해도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아서, 연락을 안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아서 친했던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왔다. 싫은 소리 하는 것을 피한 것도 있다. 모든 것을 참고 인연을 이어가거나, 아예 인연을 끊는 것 이외의 다른 선택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게 아쉽다.

내 실수를 스스로 심판하거나 친구들에게 말할 때는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나를 변호하고, 제발 내 잘못이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싶어 하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평가할 때는 그 사람의 입장을 조금도 들어보려 하지 않았다. 사람은 입체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남들 눈치를 보면서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유도 이와 연결된다. 인연을 끊고, 무시하기로 한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대신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내 험담을 하고, 이미지가 안 좋아지는 것은 무섭다. 사실 내가 잘못한 게 없으면 타인이 어떻게 평가하던지 신경을 안 쓰면 되는 건 데도.


이제 나에 대해 많이 파악했으니 고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개선해야겠다.

모든 사람은 마음속에 내면 아이가 살고 있다고 한다. 나는 그동안 내 모든 행동을 평가하며, 내면 아이에게 왜 그랬는지 다그치고, 잘못하면 화부터 내면서 숨막히게 만들었다. 이 아이에게는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된다는 따듯한 위로가 필요하다.

이제 모든 결정을 하기 전에 주변의 조언을 구하는 것도 지양하려고 한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주체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세상에 완벽한 판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중에 내 결정이 후회되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을 생각해야지.

그리고,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극단적으로 선택하고 하나하나 평가하는 버릇도 고쳐야겠다. 예민한 삶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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