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보다 먼저 온 것들

1부. 계절의 경계

by 벨라콩

장례식장이 끝나기가 무섭게,

애도 대신 처리해야 할 일들이 밀려들었다.

안 좋은 일은 왜 몰아서 찾아오는 걸까?


우선 어린이집 대기는 출산하자마자 해두었지만

나보다 하루빨리 등원 확정을 낸 엄마가 있었고,

그 이유로 우리 둘째는 자리에서 밀려났다.


아빠가 살던 원래 집에서 유품 정리를 해야 하고

서류정리들도 해야 하는데,

돌도 안된 아이를 한여름에 몸에 이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가 울거나 보채거나 한 적이 없다.

원래도 잘 웃는 아이였지만 유독 잘 기다려주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기저귀를 못 가져왔음에도

기저귀 하나로 6시간을 버텨도 울지 않았다.

아이도 알고 있었던 걸까.

지금은 울면 안 된다는 것을.


아빠가 난생처음으로 집을 구매했다면서

너무 좋아했던 집으로 갔다.

아빠는 세상에 없다는데 아빠의 흔적이 많았다.

소파를 제일 좋아했던 사람답게

소파에는 베개 이불 등이 너저분했지만

생각보다는 깔끔했던 집.


옷장을 열면 아빠 냄새가 나서 나도 모르게

장롱 앞에 미끄러져서 하염없이 울었다.

냉장고, 에어컨 등 팔아서 돈이 될만한 것들은

같이 살던 아빠의 여자친구가 정리했고

내가 정리해야 할 것은

아빠의 옷가지, 신발 식기류 잡동사니뿐이었다.

유품 정리사를 불러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경제적 상황도 좋지 않아 2주를 오가며 치우고 또 치웠다.


타지 생활 때문인지 집은 비교적 정돈되어 있었고

나는 유품을 정리하며 일부러 아빠의 냄새를 맡았다.


그중 몇 번 입지 않은 새 옷은 남편이 기억하겠다고

가져와서 입고 다니고 있고,

아빠 향이 많이 나는 옷 몇 가지와

언젠가 해외에 가겠다며 만들어둔 여권, 통장 등을

지퍼백에 담아왔다.


사실 그때의 기억은 또렷하지 않다.

잊고 싶은 건지, 생각하기 싫은 건지.

어떤 날들은 통째로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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