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계절의 경계
“너 전화 오면 무서워” 그 한마디가 남긴 것들
지금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까지 오래 망설인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렇다.
괜히 폐가 될까,
괜히 무거운 기색을 전하게 될까.
아빠 이후로 ‘연락’이라는 행동이
어쩐지 나를 완전히 드러내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날, 산책을 하다 문득 떠오른 친구 얼굴에
조심스럽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거의 끊었던 시기라
장례식장에 와준 얼굴들이 더 자주 떠오를 무렵이었다.
“너 전화 오면 또 무슨 일 있는 줄 알아…
주변에서도 그렇고. 솔직히 좀 무서웠어.”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내 전화가 누군가에게 ‘사건’처럼 느껴진다는 사실.
그 말이 이상하게 나를 더 작게 만들었다.
잠시 걸음을 멈췄다.
바람 소리만 지나고, 말은 목 뒤에서 걸렸다.
“그랬구나. 무슨 일 있어서 전화한 거 아니야.
그냥 네가 생각났어.”
“응… 그런데 정말 아무 일 없지?
많이 괜찮아졌지? 아빠 좋은 데 가셨을 거야.”
몇 마디만 나눈 뒤 통화는 금방 끝났다.
손끝에는 차가운 공기만 남아 있었다.
그날 이후로 전화를 건다는 행위는
다시 한번 어려운 일이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잘 지내고 있지만,
사람들 눈에는 여전히 ‘큰 아픔을 겪은 사람’으로만 보이는 듯하다.
처음부터 알리지 말걸, 그런 생각도 든다.
그 이후로는 이전의 내가 아니라
‘아빠가 자살로 죽은 아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누군가와 마주하게 된 기분이었다.
그게 대화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이 감정이 착각일 수도 있다.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웃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