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죽음에 대해 말하다가, 삶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질문은 생각보다 멀고 무거운 말처럼 느껴진다.
특별히 큰 상실을 겪지 않았더라도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미루고 싶은 질문일 것이다.
나는 아직도
아빠의 죽음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중년 남성의 자살에 관한 기사와 통계들을 읽으며
아빠가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어디쯤에서 혼자 버티고 있었는지를
조금씩 헤아려보려 했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을 반복하며
내 자리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해내다 보니
계절이 바뀌어 있었다.
찬바람이 지나가고,
어느새 봄에 가까운 공기가 스며들던 때였다.
그날이 특별해서였는지,
우연히 창문을 열던 순간이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문득 아빠가 자주 하던 말이 떠올랐다.
“먹고 싶은 거 없어.”
“하고 싶은 것도 없어.”
그 말이 이상하게
그날 하루 종일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아마도 그때의 내가
딱 그 상태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했다.
나 오늘 마라탕이 먹고 싶다.
별다른 이유 없이 주문을 했다.
카드값을 계산하지 않았고,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그저 먹고 싶은 걸 먹고
잠들 수 있다는 사실이
그날은 이상하게 편안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시간은 흘렀다.
정말 봄이 가까워졌을 즈음이었을까.
이번에는 꽃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지나던 길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이름도 모르는 꽃이
향을 내며 피어 있는 게 보였다.
이 길에 이런 꽃이 있었네.
그 순간을
특별한 전환점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조심스럽다.
잘 살아보겠다고 결심한 것도 아니었고,
삶이 갑자기 가벼워진 것도 아니었다.
다만 분명한 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 안에서 아주 작은 감각 하나가
조용히 돌아오고 있었다는 것.
아빠가 자주 말하던
“없다”라는 말 대신,
나는 그날 처음으로
“있다”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