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해보니, 이렇더라 - 입사 후, 버킷리스트 이루기
나의 버킷리스트
어렸을 적, '나'라는 아이를 떠올려보면 항상 수줍음을 달고 살았다.
그러나 남들 앞에 서고 무대 위에 오르면 이상하게 하나도 떨지 않았고, 가슴에는 긴장과 두려움, 떨림이 아닌 설렘과 행복으로 가득 차 있는 아이였다. 아나운서 지망생이었던 내가 승무원이 된 후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기내 방송'이었다. 아나운서가 되어야만 방송을 하는 게 아니었다.
비행기 내에서도 승객들에게 여러 정보, 예를 들어 이 비행기가 어디로 가는지, 언제 도착하는지 등등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인터폰(기내에서의 마이크)을 집어 들 수 있었다.
보통 비행기에서의 방송을 승무원 모두가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기내방송은 방송 코드(=자격)를 부여받은 승무원만이 할 수 있다. 그래서 인턴 2년을 거쳐 정규직이 될 수 있는 조건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방송 코드가 있느냐 없느냐이기도 하다. 나는 사실 아나운서 공부를 하기도 했고 영어도 좋아했기에 한 번에 한/영 방송 코드(B자격, 일반 자격)를 딸 수 있었다. (끝내 방송 자격을 따지 못해 정규직이 안되고 잘리는 인턴승무원들도 간혹 있다..) 그리고 그 이후 몇 번의 도전 결과, 객실 800명가량 중 10명 정도만 가지고 있는 상위 방송(A 자격, 상위 자격)을 부여받게 되었다. 입사하고 1년 만에 상위 방송을 땄으니 동기들 중에서는 가장 처음이었고, 입사하고 초스피드로 상위 방송을 딴 인물이 되고 말았다. 사실 이렇게 상위 방송을 금세 딸 수 있었던 것도 나에게는 '꿈'과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기내방송 강사'가 되고 싶었다. 합격 후, 훈련생이었을 시절 서비스 교육 중에 기내방송 교육이 있었는데 훈련생들에게 기내방송에 대하여 가르치고 방송을 멋있게 해내는 강사님들의 모습이 내 미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있는 나를 남몰래 혼자 그려보곤 했다.
그러던 2021년 4월의 어느 화창한 봄날..
휴대폰 전화벨이 울렸다.
객실훈련 그룹의 기내방송 담당 사무장님이었다.
"땡땡씨, 기내방송강사를 뽑을 건데 지원해보지 않을래요?"
가슴이 쿵쾅거렸다. 드디어 내가 그렇게 원하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왔구나 싶었다.
결혼 준비와 4월 정기 안전훈련 그리고 극한의 비행 스케줄까지 정신없이 바빴지만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것이었기에 지원서를 제출하고 과제를 하는 게 힘들지 않았다. 방송강사만 될 수 있으면야. 뭐든 못하리.
비행 틈틈이 시간을 쪼개서 방송강사 지원과제를 해야 했기에 대구로 비행 갔을 때에도 사무장님이랑 선배님들이 같이 예쁜 카페를 가자고 할 때도 거절했다. 혼자 호텔 아래 카페에 가서 열심히 시범강의 피피티 자료를 만들었다. 내가 그리 좋아하는 예쁜 카페 탐방을 가지 못해도 그 이상으로 재미있었고 행복했다.
열과 성을 다하여 지원서와 과제를 제출했다.
내 노력의 진심이 닿았는지 서류가 통과되어 시범강의 및 면접을 보러 본사에 갔고 시범강의를 하며 또 한 번 아 내가 남들 앞에 서고 또 가르치는걸 굉장히 좋아하는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결과는 바로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휴직과 복직이 반복되면서 결과가 늦어지고 지연되면서 면접을 보고 두 달 뒤쯤 메일을 받았다. 과연!!!!!!
'합격'이었다.
너무나도 행복했다. 입사 3년 만에 꿈을 이루는구나! 꿈과 목표는 이루기 위해 있는 거구나!
훌륭한 방송강사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5개월 뒤, 방송강사 양성과정에 입과했다.
이곳에서 3년 전에 신입승무원이 되는 교육을 받았었는데 이제는 신입승무원을 양성하는 자리로서의 교육을 받으러 오게 되다니 감회가 무척이나 새로웠다. 교육 커리큘럼은 역시나 촘촘했다. 아침 8시 10분까지 가서 목을 풀고 5시 30분까지 트레이닝을 받고 그 이후에 집에 가서는 마지막 4일 차에 있을 최종 시범강의 준비를 했다. 교육자료를 만들고 연습하고 고치고... 의 연속이었다.
4일 동안 거의 잠을 4-5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그래도 이 과정이 마냥 즐겁고 신났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방송강사'가 되었다.
4일동안 스파르타로 방송 교육을 받고, 강의 시연하고 마지막 날에는 객실 훈련팀 서비스, 방송 강사 사무장님들 앞에서 내가 준비한 교육 자료를 바탕으로 시범 강의 평가까지 받으며 그렇게 비행을 잠시 뒤로 하고 본사에서 4일간을 불태웠다.
그리고 시범 강의을 하며 난 또 한번 느꼈다.
남들 앞에서 서서 누군가를 가르치는게 난 너무 재미있어 정말루!
그리고 수료 후 한 달 뒤, 난 엄청난 결심을 하게 된다!
이 땐 이 사진이 마지막이 될 줄은 그 누구도 몰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