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이별과 우연은 불쑥 찾아온다

아이폰비활성화를 겪어봐야 인생을 안다고

by 망샘

전날 밤까지 아무렇지않게 카톡을 하고 어플들을 확인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비밀번호를 입력했더니 말도 안되게 자꾸 틀리는 바람에 비활성화 상태가 되어버렸다.
주머니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사이 비밀번호가 바뀐 건지, 자는 동안 누가 바꿔 놓은건지 비밀번호가 바뀌어버렸다.
고집스럽게 어제까지 쓰던 비밀번호를 계속 입력했더니 처음엔 5분 후 다시 시도하라더니 15분 후, 1시간 후, 결국 초기화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 상태까지 되어버렸다


몸은 멀쩡한데(아 물론 액정이 산산조각나서 몸도 만신창이지만) 의식은 없는 식물인간같은 식물핸드폰. 딱 그 상태.




핸드폰 백업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차일피일 미룬 덕분에 허니문 사진을 포함하여 홍콩,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포함한 무수히 많은 추억들이 고스란히 날아갔다.
비트코인을 안 샀던 나와 함께 백업을 게을리했던 과거의 나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후회해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걸.
속상한 마음에 인스타를 붙잡고 지인들에게 징징거렸더니 의외로 이 경험을 겪은 선배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그들이 전해온 '방법은 초기화뿐이다'라는 비보도 빨리 접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법인폰이 2주 전에 나와 연락처를 동기화해놨고, 셀프스냅 포함한 결혼식 사진들, 페루여행 이후 가을에 디카로 찍은 사진들은 아직 디카에서 지우지 않아 복원가능하고, 상해 가족여행 사진도 엄마에게 보내둔 덕분에 다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여행선배부부들의 녹음파일들은 메일로 보내놨고, 최근에 인터뷰했던 파일은 새 폰으로 해서 그대로 있다는 것.
날아간 사진들만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나 속상하고 가슴이 쓰라리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중요한 것들은 남아있어서 다행이기도 싶다.




그리고 관종인지라 SNS를 열심히 했었는데 소중한 순간들을 인스타와 블로그에 꽤나 올려두었는데 덕분에 이런 소중한 사진 몇 장들은 건질 수 있다. 비록 블로그에는 인물 사진은 쏙 빼고 올렸지만... 어쩔 수 없이 회사 사람들도 SNS를 보기 때문에 최대한 SNS를 자제하려고 했는데 앞으로 남의 시선 필요없이 좋아했던 순간마다 공유해야겠다는 다짐도 한다.

이렇게 이별은 생각지 않게 불쑥 찾아온다.
늘 영원할 것처럼 (백업도 안하고) 행동하지만 그 소중함을 매일 잊지않고 표현하고, 기록하고, 실천하며 살아야겠다.





그리고 이별과 함께 우연도 불쑥 찾아왔다.

회식이 예상치못한 곳(타마시스시)에서 끝났고, 시간도 딱 적당하길래 아무 생각없이 오랜만에 인사만 하려고 폴댄스 학원에 들렸다. 인사만 하려고 했는데 원장쌤이 옷 빌려주신다고 놀다가라고 하셔서 못이기는 척 그리웠던 폴을 엉겁결에 타게 됐다.
얼마전에 폴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생각지못하게 폴을 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예전처럼 폴을 타고 발톱까지 힘을 모아 사진 한 장을 건지고, 너덜너덜해진 육신을 이끌고 마을버스를 타 친정으로 갔다. 마치 결혼 전 일상처럼 친정 식구들과 과일을 먹고 그 날 한 폴부림 사진을 보여주었다. 늘 그렇듯 엄마는 딸의 모든 모습을 예쁘다하며 본인 핸드폰에도 저장을 하셨고, 동생은 누나를 창피해한다.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하나하나 정말 소중한 순간들이다.

이렇게 이별과 우연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단 걸, 지금 산소같이 함께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순간들을 늘 인지하고 감사해하며 살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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