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할까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어간다.

by 망샘

잔잔한 호수같은 나와 그는 그 흔한 부부싸움 한 번 하지 않았다. 평온한 일상을 미덕으로 삼으며 행복하게 일상을 살던 우리인데, 요 며칠 사이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힘든 나날을 겪고있는 남편.

무슨 일이 생기면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아야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는 나와는 달리 그는 이 모든 게 해결될 때까지 혼자 품고 있다. 혼자 감당하기엔 벅찬 일임에도 그 고통은 나와 나눌지언정 부모님들은 걱정하실까봐 말하지 않고, 친구들에겐 정리되면 말하겠다며 입을 다문다. 그에게 어떤 말이 위로가 될까. 어떤 말로도 쉽사리 위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저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마치 고등학생 시절처럼 친구들에게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공유하던 나도 남편과 함께하며 가벼웠던 입을 꾹 다물게되었다. 나에 대해 서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던 건 그만큼 세상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아이였다는 반증이다. 어차피 이야기해도 달라질 건 없고 말만 전달된다는 걸 알게된 이상 내 아픔을 이야기해서 좋을 게 없다는 씁쓸한 풍경이다.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는 게 아닐까.



아름다운 꽃도 덧없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고, 사랑하는 사람도 허무하게 내 곁을 떠납니다. 영원할 것 같은 젊음도 모래알처럼 우리 손을 빠져나가 버리고, 언제나 품에 안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아이도 어느 사이엔가 훌쩍 커 독립을 준비합니다. 영원한 것, 그리고 불변하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불교의 표현을 빌리자면 모든 것은 인연의 마주침에 의해 발생하고 그 인연이 다하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p45



대학교1학년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언니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늘 그렇듯 예기치 못한 이별은 듣는 이의 가슴까지 먹먹하게한다. 남의 일로 치부하기엔 우리는 다 큰 어른이인걸. 밖에선 우리를 어른이라고 부르지만 아직 부모님에게는 마냥 어린이인 우리.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음을 알기에 회사엔 휴가를 내고 급히 세시간반을 달려 내려갔다. 고작 한 시간 얼굴비추고 언니를 안아주는 것 밖엔 할 수 없었지만, 그 마음이 언니에게 조금이라도 닿아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본다.


무탈한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던 요며칠간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