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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Feb 07. 2021

다시 회사로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을까

제주 일년살이, 첫번째 달의 기록

부부가 퇴사한지 2년하고도 반년이 지났다. 1년 반은 세계여행에, 귀국 후 1년은 회사대신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해보기로 했다. 약속한 2년간의 자유시간 종료를 한달 앞두고 하필 제주의 그림같은 집을 발견했다. 2021년은 우리에게 중요한 기점이다. 한국에 돌아와 1년간 했던 일에 성과가 없으면 다시 회사원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할 해였다. 월급을 받아야 돈도 모으고 아이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모로 됐든 서울에 두 발 딱 붙이고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제주행을 결정한 것은 재취업 카드를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가끔 남편과 이런 농담을 한다. 우리가 하고싶은대로 자유롭게 사는 건 좋은데 점점 뗏목을 타고 하류로 떠내려가고 있는거 아닐까 하고. 또래들은 계속 승진하고 연봉도 오르고 집도 사는데. 지금 우리의 자유가 너무 좋지만 사실은 떠내려가고 있는 건 아닐까 문득 경각심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제주에서 1년 살아보며 각자 하고 싶은 일을, 그리고 해보지 않았던 일을 더 해보기로 했다.


시간은 무심하게도 빠르게 흘러 벌써 제주에서의 열두 달 중 한 달이 지나버렸다. 우리는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고있다. 제주에 오자마자 필요한 음식을 쟁여두자 기다렸다는듯이 폭설이 내려 6일간 고립됐다. 그 사이 낯선 공간을 손에 익게 꾸몄다. 눈이 녹자 친구와 가족들을 초대했다. 집들이가 끝나자 8건의 과외 상담을 했고, 그중 네 명의 아이 과외 선생님이 됐다. 회사로 돌아가기 싫으면 과외하자했는데 여행을 하며 우스갯소리로 했던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스타트업 일이 바빠진 나는 도저히 자신이 없어 영어, 수학 모두 남편이 도맡았다. 이외에 평소하던 온라인 셀러와 유튜브도 관성처럼 하고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제주에서 살아보면 어떨지 늘 궁금했다. 한 달을 지내보니 기대 이상으로 좋다. 복잡한 시내에서 먼 시골의 전원주택에 살다보니 자연과 가깝다. 매일 아침 새소리를 들으며 일출을 보는게 꿈만 같다. (이런 환경에서는 미라클 모닝이 절로 되겠다 싶었지만 물론 잠은 쉽게 줄지 않았다) 음악을 크게 틀어도 되고, 층간 소음 걱정없이 운동을 하고 의자를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10분만 나가면 바다가 보이고 시계가 좋은 날엔 집 앞에서 한라산도 보인다. 진부한 단어지만 자연이 주는 힘은 크다. 알게 모르게 나를 둘러싼 환경에 위로받은만큼 너그러워진다.


남은 제주에서의 열한달이 지나가는게 벌써부터 아쉽다. 진작 올 걸 그랬다.



1월 제주
1월 제주
1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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