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에서나를먹여 살리는작고 소중한 일
네이버 '스마트팜'에서 '스마트 스토어'로 이름이 바뀔 무렵부터 이곳에서 돈을 벌고 있다. 부모님이 20년 넘게 우직하게 운영하고 계신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네이버가 메인이고, 쿠팡은 십 분의 일 수준이다.
좋은 카메라는커녕 상품 할인가도 어떻게 매기는 지 모르겠던 초보 셀러 시절을 지나 지금은 10개월째 '파워' 셀러(3개월 누적 판매액 800만 원, 판매건수 300건 이상)와 '굿 서비스'(CS, 빠른 배송 등 4가지 충족) 자격을 놓치지 않고 있다. 사실 몇 달 후면 '빅파워'셀러가 될 줄 알았는데 역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도 9월까지의 추세라면 올해 1억 매출은 거뜬히 넘길 것 같다. 크면 크고, 순이익이 아닌 매출이라 작게 느껴지지만 나에게는 유의미한 숫자다. 판매 중인 상품 개수는 약 오 백개. 아직 오프라인 매장에 있는 제품의 절반도 올리지 못했다.
만 삼 년 전, 퇴사하기 전부터 여행을 하면 제대로 해보려 네이버 스토어를 개설했다. 디지털 노마드처럼 여행을 하면서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여행만 하기도 벅찼기에 거의 방치했다. 작년 3월 한국에 돌아와 친정 집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운영을 시작했다. 유료 강의도 보고 책도 읽으며 한 걸음씩 뗐다. 검색하면 상위에 나오는 잘 나가는 상점들과 비교하면 늘 배가 아팠다.
십 년 전부터 세련되지 않은 블로그에도 알음알음 타고 들어와 전국 각지로 제품을 판매해왔다. 하지만 사장님은 누가 네이버 쇼핑으로 가구를 사겠냐며 시종일관 부정적이었다. 그런 사장님(아빠)은 제일 먼저 상품 판매 알람을 확인하는 열혈 지지자가 됐다. 오프라인 가게의 월세만 내드려도 좋겠다며 시작한 건데 이제는 효도하는 기분도 퍽 든다.
경영학을 배우던 대학생 시절부터 온라인으로 부모님 일을 돕는 건 숙원 사업이었다. 마케터로 취직하고 싶다면서 집안일부터 등한시하는 건 양심에 찔렸다. 그럼에도 대학생이 직장인이, 퇴사를 하고 백수일 때조차 계속 손을 놨다. 그러다 세계여행을 마치고 진짜 백수가 되어 친정에 눌러앉게 되고서부터 제대로 시작했다.
그럴듯한 배경으로 제품 사진도 멋지게 찍고 포토샵으로 상세 페이지도 만들고 싶지만 혼자서는 힘에 부친다. 다행인 것은 나는 상품을 매력 있게 소개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 CS, 배송, 심지어 독립한 지금은 사진 촬영까지 부모님이 도맡아 해 주신다. 제대로 하기 시작한 작년 3월 말부터 올해 5월까지는 거의 매달 성장했다. 특히 올해는 1월부터 월 천만 원 이상의 매출이 나왔다. 이 기세라면 올해 1억 매출은 거뜬하겠다며, 설레발을 쳤다.
작게는 몇 천 원짜리 소품을 제주도에서, 오십만 원짜리 엔틱 시계를 강원도에서, 팔십만 원짜리 화장대를 광주에서 주문했다.
'이렇게 비싼 걸 누가 사' 혹은 '(내 취향 아닌데)이 걸 누가 살까' 싶은 제품 주문이 들어올 때 그렇게 기쁘다. 회사에서보다 성취감을 느끼는 주기가 잦았다.
그러나 설레발은 필패. 기쁨도 잠시 6월 말부터 7월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 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원래대로 하루에 한 개씩 신제품을 올렸고, 낮은 리뷰를 받은 제품도 없었는데 말이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매일 삼사백 회씩 들어오던 유입량이 백 후반대로 훅 줄었다. 이러다 '빅파워'는커녕 다시 '새싹' 셀러로 강등당할 위기에 놓였다.
어뷰징에 걸린 것일까? 이유를 모른 채 답답했지만 잘 안 하던 광고도 다시 시작, 경쟁강도가 좋은 키워드도 다시 찾아가며 조금씩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그러다 지난달에 이유를 어렴풋이 알아냈다. 네이버 쇼핑 알고리즘이 바뀌면서(알고리즘 미워!) 검색 상위에 걸리던 제품들이 저 먼 페이지로 밀려났다는 것. 곡소리 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한 많은 이들의 볼멘소리를 보니 위로와 위안이 되며 수정 작업에 기운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8월부터는 다시 매출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여름휴가철, 추석이라 돈 들어갈 데가 많아 인테리어 소품에 대한 지출을 줄이면 어떡하나, 걱정이긴 하지만 연휴에도 걱정보다는 매출이 나왔다.
그리고 이렇게 고군분투하다 보니 어느덧 알게 모르게 내공이 쌓였다. 일하고 있는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아이템이 들어와 스마트 스토어 론칭을 돕고 있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게 꽤나 많다는 것. 물론 매출로 이어져 실력을 증명해야겠지만. 이 건이 잘되면 직접 판매 외에도 '카운슬링'으로 또 하나의 파이프라인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다.
마음처럼 안돼도 하던 대로 꾸준히 매일 하나씩 제품을 업로드하고, 기획전도 한번 도전해보고, 광고에 투자도 해보고, 네이버 말고 다른 플랫폼에도 올리다 보면 언젠가는 '빅파워'셀러가 되지 않을까?
*(tmi): 확실한 건 아니지만 내가 알아낸 유입이 떨어진 이유는 '카탈로그' 검색으로 개편됐기 때문.
'카탈로그' 검색 위주로 바뀌면서 같은 제품을 한 카탈로그 안에서 묶고, 최저가를 보여주는 형태가 검색 상단에 위치한다.
나처럼 큰 브랜드가 아닌 곳은 카탈로그에 제품을 어떻게 넣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내 추측으로는 스마트 스토어뿐만 아니라 쇼핑 윈도, 쿠팡, 11번가 등 같은 제품을 여러 채널에 올리는 게 방법이 아닐까 싶다.
쿠팡에 대해선 또 할 말이 많은데..... 이건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