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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Jan 15. 2022

메인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네이버 블로그마켓 일주일 메인의 효과


작은 가구점 마케터의 성장기록



스마트스토어, 쿠팡, 자사몰, 인스타그램(페이스북 shop), 아마존, 카카오스토리, 기타 등등...

요즘 핫한 모든 온라인 쇼핑 채널 이전엔 '네이버 블로그'가 있었다.  


티몬, 위메프 같은 소셜 쇼핑 플랫폼이 나왔다 사그라들고, 각종 홈페이지 제작 업체에서 비싼 제작료를 부르며 영업을 해오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무료로 홈페이지도 만들고 쇼핑몰도 개설할 수 있는 좋은 시대가 도래했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파는 사람들에겐 마치 르네상스 같다고 해야할까. 


포토샵을 다룰 줄 몰라도,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근사해보이는 작업물을 만들 수 있다. 무료로 템플릿을 제공해 입맛에 맞게 만들 수 있는 '미리 캔버스'나 '캔바'같은 사이트가 생겼다. 일일이 키워드 검색량과 상품 수 등을 찾아 경쟁강도를 계산해야 했던 수고를 덜어주는 '아이템 스카우트', '판다랭크'같은 서비스도 생겼다. 


사랑해요 미리캔버스!



전문 업체에 비싼 돈 주고 맡기지 않아도 네이버 모두(modoo)로 하루만에 뚝딱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 조금만 더 수고를 기울인다면 카페24, 아임웹 같은 웹빌더 사이트에서도 무료로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 최소 몇 십만원부터 시작하는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다. 




네이버 '모두'로 만들어 4년째 쓰고있는 웹사이트
'아임웹'으로 만든 자사몰


게다가 웹, 앱의 개념도 잘 안잡혀있는 나같은 문과생도 쇼핑몰을 만들 필요없이 네이버, 쿠팡에서 쉽게 상품을 올려 판매할 수 있다. 


어쨌든 이 황금기가 오기까지 '블로그' 하나로 버텼다.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 투박한 판매 글이 적힌 블로그 글을 보고 일산에 있는 작은 가구점에서 전국 각지의 고객들이 댓글과 전화로 구매했다. 


'이걸 진짜 김해에서 산다고?' 

블로그에서 판매된 제품 소식을 부모님께 전해들을 때마다 놀라운 건 지금도 여전하다. 소품부터 큰 가구까지, 블로그로 대박이 나진 않았지만 쏠쏠했다. 


4-5년 전 크몽에서 5만원주고 맡긴 블로그 디자인. 바꾸고 싶은 내용이 있어도 ai파일을 받지않은 우를 범해 바꿀 수 없다ㅎㅎ





그랬던 블로그도 스마트스토어, 쿠팡 등에 밀려 소홀해질 무렵 '블로그 마켓'이 등장했다. 

커머스 기능이 붙으면 플랫폼은 강력해진다. 블로그에서 많은 셀러들이 비밀 댓글로 결제 수단을 알려주며 물건을 판매해온 걸 모를리 없다. 영민한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와 별개로 작년 여름부터 '블로그'에 '마켓' 기능을 얹어 출시했다. 


블로그로 솔찬히 판매해온 우리 가구점으로서는 무조건 들어가야했다. 오프라인으로 점포를 확장하는데는 많은 돈이 들지만 온라인에서 가게 하나 더 내는 건 약간의 수고로움만 있으면 무료니까 안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패기있게 신청했지만 생각지 못한 이유로 반려당했다. 한 번 거절당하면 3개월동안 신청을 할 수 없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과 함께. 

사업 대표자(아빠)와 블로그 소유자(엄마)가 다르다는 이유였다. 십 년넘게 구축해온 소중한 블로그를 이제와서 아빠 계정으로 새로 팔 수는 없으니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엄마를 '공동 대표'로 올려 사업자 등록증을 변경하는 것뿐이었다. 


공동 대표로 변경하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세금 문제는 없는지 세무사와 확인하고, 사업자 등록증을 등록한 온라인 채널의 정보도 일일이 바꿔야 했으며 통신사업자 등록증도 새로 변경 신고를 해야했다. 블로그 마켓이 쏘아올린 공은 생각보다 성가셨다. 


왼쪽 상단의 b 표시가 붙은 게 모두 '블로그 마켓'에 등록한 상품을 연동한 마켓 글이다.



이런 작고 귀찮은 업무를 하다보니 3개월이 금방 지나갔다. 제발 이번엔 통과되기를 염원하며 변경된 사업자 등록증으로 마켓 입점 신청을 했다. 재수만에 입점! 하지만 두 달째 하나도 판매되지 않았다. (물론 올린 제품도 5개 미만이었지만) 그 난리를 치면서 열었건만 반응이 없으니 머쓱했다. 


과연 여기서 얼마나 벌릴까?


그런 와중에 작은 공지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블로그마켓 메인 상단에 1주일간 배너를 노출해준다는 프로그램. 무려 무료였다! 신청 조건에 부합했고, 신청 과정은 쉬웠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마켓 공지




아직 블로그마켓 서비스가 초기여서 경쟁이 상대적으로 약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운좋게 블로그마켓 메인 상단에 배너 광고가 일주일동안 걸렸다. 


바로 이렇게!


결과는 매우 만족스럽다. 



전체 주문 고객 +18%

주문 건수 +26%

판매금액 +53%

스마트스토어로 유입이 많이 됐다. 스토어찜수 +62%

블로그 이웃 추가 수, 조회수, 순방문자수 +95%



잘 관리하지 못한 블로그라서 평소 일 방문자가 100명 언저리였던게 매일 2천 명 이상씩 늘었다. 


        




그래서 판매는 얼마나 됐는데?


보라색 막대가 메인에 걸렸던 주간의 기록. 




판매량이 드라마틱하게 늘진 않았다. 평소 고가의 가구가 종종 팔리는데 이 주에는 소품만 판매됐다. 블로그 마켓으로 직접 결제한 건보다 스마트스토어로 유입돼 결제한 분이 많았다.


직접 판매로 전환된 금액은 기대만큼은 아닐지라도 스토어찜수, 이웃 수 등으로 보아 광고 효과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광고비가 0원이었으니까! 


그래서 메인에 내려온 후엔 어떻게 됐는데?

파티가 끝나고 잔불을 기대했지만 평상시와 비슷한 리듬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쉽지만 또 다른 기회를 기다리며 아직도 온라인에 못 올린 많은 제품들을 하나씩 올려두어야지. 


뚜벅뚜벅 성실하게 하다보면 메인 노출의 기회가 왔을 때 더 큰 축포를 쏠 수 있을테니까. 


끝물인 줄 알았던 블로그, 새로운 채널을 초기에 진입한 덕을 톡톡히 누린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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